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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 기록을 시즌별로 따라가 봤더니, 폭발력보다 더 선명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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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 기록을 시즌별로 따라가 봤더니, 폭발력보다 더 선명했던 것

숫자로 다시 보니 황희찬은 꽤 독특한 공격수였다

요즘 울버햄튼 경기를 다시 훑다 보면 황희찬은 단순히 골을 넣는 선수라기보다, 경기의 온도를 확 올렸다가 갑자기 잠잠해지는 리듬이 뚜렷한 선수라는 생각이 든다. 팬 입장에서는 답답할 때도 있고, 반대로 한 번 터지면 “저 장면은 황희찬 아니면 어렵다” 싶은 순간도 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황희찬의 흐름은 숫자로 보면 더 선명하다. 2021-22시즌 울버햄튼에서 리그 30경기 5골 1도움으로 출발했고, 2022-23시즌에는 27경기 3골 1도움이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괜찮은 로테이션 공격수에 가까웠다. 그런데 2023-24시즌에 29경기 12골 3도움으로 확 뛰었다. 리그 기준 2,119분을 뛰며 90분당 0.51골, 공격포인트는 90분당 0.64개였다. 이 정도면 팀 공격의 보조가 아니라 확실한 득점 옵션이다.

2023-24시즌은 우연이 아니라 역할이 맞아떨어진 해

황희찬의 커리어를 볼 때 2023-24시즌을 빼놓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당시 울버햄튼은 압도적으로 공을 오래 소유하는 팀이 아니었다. 오히려 전환 속도, 박스 침투, 상대 수비 뒷공간 활용이 중요했다. 황희찬에게는 꽤 잘 맞는 환경이었다.

그 시즌 황희찬은 리그 12골 중 페널티킥 1골을 제외하고도 11골을 넣었다. 이게 중요하다. 단순히 세트피스나 페널티킥으로 숫자를 부풀린 시즌이 아니라, 실제 오픈플레이에서 마무리 능력을 보여줬다는 뜻이다. 슈팅을 많이 때리는 유형은 아니지만, 박스 안에서 한 박자 빠르게 몸을 넣고 마무리하는 장면이 반복됐다.

사실 황희찬의 장점은 화려한 드리블보다 타이밍이다. 수비수 앞에서 공을 오래 끌기보다, 패스가 들어올 수 있는 공간으로 먼저 움직이고 몸싸움을 버틴 뒤 짧게 끝낸다. 이런 선수는 팀의 패스 길이 보일 때 확 살아난다. 반대로 팀 전체가 내려앉거나 전진 패스가 끊기면 존재감이 급격히 줄어든다. 그래서 황희찬의 기록은 개인 컨디션뿐 아니라 울버햄튼의 경기 운영 방식과 같이 읽어야 한다.

최근 두 시즌의 하락은 단순한 부진으로만 보기 어렵다

2024-25시즌 황희찬의 리그 기록은 21경기 2골이었다. 출전 시간은 661분에 그쳤고 선발은 5번뿐이었다. 2023-24시즌의 2,119분과 비교하면 거의 3분의 1 수준이다. 골 수만 보면 급락이지만, 실제로는 출전 시간과 역할의 변화가 같이 있었다.

2025-26시즌에는 리그 26경기 2골 2도움, 1,446분을 기록했다. 출전 시간은 다시 늘었지만 득점 효율은 90분당 0.12골로 내려갔다. 2023-24시즌의 0.51골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다만 공격포인트는 4개였고, 도움 2개가 붙었다는 점에서 완전히 고립된 시즌이라고만 보기도 어렵다. 골잡이로서의 날카로움은 줄었지만, 전방 압박과 연결, 측면과 중앙을 오가는 움직임은 여전히 팀 안에서 쓰임새가 있었다.

  • 2021-22시즌: 리그 30경기 5골 1도움
  • 2022-23시즌: 리그 27경기 3골 1도움
  • 2023-24시즌: 리그 29경기 12골 3도움
  • 2024-25시즌: 리그 21경기 2골
  • 2025-26시즌: 리그 26경기 2골 2도움

황희찬의 가치는 골 수보다 위치와 반복성에서 갈린다

솔직히 황희찬을 평가할 때 가장 애매한 지점은 꾸준함이다. 한 시즌 12골을 넣은 공격수라면 팬들은 자연스럽게 다음 시즌에도 두 자릿수 득점을 기대한다. 그런데 황희찬은 전형적인 박스 스트라이커도 아니고, 매 경기 5~6개의 슈팅을 보장받는 에이스형 윙어도 아니다. 기회 자체가 제한적인 팀에서 뛰는 공격수다.

그래서 봐야 할 건 골 수 하나가 아니라 세 가지다. 첫째, 90분당 슈팅이 얼마나 유지되는가. 둘째, 박스 안 터치가 살아 있는가. 셋째, 선발로 나왔을 때 팀의 전진 속도가 달라지는가. 2025-26시즌 일부 기록을 보면 슈팅 시도는 있었지만 유효슈팅과 골 전환에서 아쉬움이 컸다. 공격수에게 가장 잔인한 숫자다. 움직임은 했는데 마지막 터치가 기록으로 남지 않는 시즌은 팬 기억에도 흐릿하게 남는다.

근데 황희찬의 장점은 여전히 희소하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수비 뒷공간으로 반복해서 뛰고, 충돌을 피하지 않으며, 역습 첫 패스를 받을 수 있는 한국 공격수는 흔하지 않다. 손흥민이 넓은 공간에서 직접 경기를 찢는 쪽이라면, 황희찬은 좁은 틈에서 몸을 먼저 던져 찬스를 만드는 쪽에 가깝다. 같은 스피드형 공격수로 묶기엔 플레이의 결이 다르다.

다음 흐름은 몸 상태와 팀 전술이 같이 결정한다

황희찬은 2023년 12월 울버햄튼과 2028년까지 장기 계약을 맺었다. 옵션까지 고려하면 구단이 단기 성과만 보고 붙잡은 선수는 아니다. 다만 프리미어리그 공격수에게 계약 기간보다 더 중요한 건 현재 역할이다. 선발로 70분 이상 뛰는 경기와 후반 교체 20분은 완전히 다른 무대다.

앞으로 황희찬을 볼 때는 “몇 골 넣었나”에서 한 걸음만 더 들어가면 훨씬 재밌다. 출전 시간이 안정적으로 늘어나는지, 중앙과 측면 중 어디에서 더 자주 공을 받는지, 슈팅 위치가 박스 안으로 모이는지 보면 시즌의 방향이 보인다. 2023-24시즌의 폭발이 다시 오려면 개인 마무리 감각도 필요하지만, 그 전에 팀이 황희찬의 침투를 반복해서 찾아줘야 한다.

나는 황희찬을 볼 때마다 기록이 선수의 전부를 말해주진 않지만, 기록 없이 선수의 흐름을 말하기도 어렵다고 느낀다. 12골 시즌은 분명 반짝임이 아니었다. 다만 그 반짝임을 다시 긴 흐름으로 만들려면, 황희찬이 가장 잘하는 장면을 팀이 얼마나 자주 만들어주느냐가 중요하다. 골 장면보다 그 직전의 움직임을 챙겨 보면, 황희찬 경기는 아직 꽤 볼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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