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영 기록을 다시 봤더니, 왼쪽 풀백의 커리어는 숫자보다 더 복잡했다

성남의 왼쪽에서 시작된 장학영이라는 이름
얼마 전 K리그 옛 기록을 뒤적이다가 장학영 이름에서 손이 멈췄다. 지금은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불편한 사건이 먼저 따라붙지만, 경기 기록만 놓고 보면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선수다. 170cm, 63kg의 체격으로 수비수 포지션을 맡았고, K리그 공식 기록 기준 통산 365경기 12골 19도움을 남겼다. 풀백이라는 포지션을 생각하면 이 숫자는 꽤 묵직하다.
장학영은 2004년 성남 일화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선수로 기억된다. 당시 성남은 리그 안에서도 조직력과 압박, 전환 속도가 좋은 팀이었다. 그런 팀에서 풀백으로 살아남으려면 단순히 많이 뛰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수비 라인을 맞추고, 측면 압박 타이밍을 읽고, 공격 전개 때는 적당한 순간에 올라가야 했다. 그러니까 장학영의 기록은 화려한 골 장면보다 ‘경기 안에서 계속 선택을 맞힌 선수’에 가깝다.
365경기라는 숫자가 말하는 꾸준함
통산 기록을 조금 나눠 보면 흐름이 더 선명해진다. K리그1에서 287경기 9골 18도움, K리그2에서 11경기, 플레이오프 12경기 1골 1도움, 리그컵 55경기 2골을 기록했다. 합산 365경기 12골 19도움. 공격수였다면 눈에 확 들어오는 숫자는 아닐 수 있다. 그런데 수비수, 특히 측면 수비수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풀백은 기록지에서 손해를 보는 포지션이다. 공격에 관여해도 마지막 패스가 아니면 도움으로 남지 않고, 수비에서 좋은 위치를 잡아도 태클 숫자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장학영의 365경기는 그래서 ‘얼마나 오래 신뢰받았는가’에 더 가깝다. 감독이 매주 넣을 수 있는 선수, 팀 전술의 균형을 크게 흔들지 않는 선수, 경기 운영상 계산이 되는 선수였다는 뜻이다.
- 성남 소속 통산: 272경기 9골 14도움
- 부산 소속 통산: 93경기 3골 5도움
- K리그1 통산: 287경기 9골 18도움
- 전체 공식 기록 합산: 365경기 12골 19도움
부산 시절 기록에서 보이는 후반 커리어의 힘
장학영의 커리어를 볼 때 부산 아이파크 시절도 빼놓기 어렵다. 특히 2013년 37경기 3골, 2014년 33경기 3도움은 꽤 인상적이다. 30대 초반에 접어든 풀백이 한 시즌 30경기 이상을 소화했다는 것 자체가 체력과 경기 감각을 유지했다는 증거다. 측면 수비수는 순간 속도 저하가 바로 약점으로 드러나는 자리라서, 나이가 들수록 경험만으로 버티기 어렵다.
2014년 기록을 보면 리그 33경기에 나섰고, FBref 기준으로는 2,794분을 뛰었다. 경기당 평균 85분 수준이다. 교체로 잠깐 얼굴을 비춘 선수가 아니라, 거의 선발급으로 버틴 시즌이었다는 뜻이다. 팀 순위가 리그 중위권에 머물렀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수비 부담도 결코 가볍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시즌을 보낸 뒤 다시 성남으로 돌아가 2015년과 2016년에도 출전 시간을 만들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국가대표 경력과 그 이후의 그림자
장학영은 국가대표 경력도 있다. 대표팀에서 오래 자리 잡은 선수는 아니었지만, K리그 풀백 자원으로 평가받았다는 사실 자체는 당시 리그 안에서의 위상을 말해준다. 사실 국가대표 1경기, 2경기보다 더 중요한 건 그 후보군에 들어갈 정도로 꾸준히 리그에서 보였다는 점이다. 팬들이 오래 기억하는 선수는 대개 두 종류다. 아주 번쩍이는 장면을 남긴 선수, 아니면 매 시즌 라인업 어딘가에서 조용히 팀을 지탱한 선수. 장학영은 후자 쪽에 가까웠다.
그런데 그의 커리어를 말할 때 2018년 승부조작 제안 사건을 피할 수는 없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후배 선수 이한샘에게 특정 경기에서 고의 퇴장을 하면 5천만 원을 주겠다고 제안한 혐의로 기소됐고,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실제 경기 조작은 이뤄지지 않았고, 이한샘이 제안을 거절한 뒤 구단과 경찰에 알리면서 사건이 드러났다. 이 장면은 한국 축구의 부정 방지 시스템에서 선수 개인의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기록은 남고, 평가는 더 어려워진다
스포츠 기록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장학영의 이름은 참 복잡하게 다가온다. 365경기라는 누적 기록은 아무나 만들 수 없다. 성남과 부산에서 남긴 출전 수, 풀백으로서의 꾸준함, 30대 이후에도 이어진 경기력은 분명 커리어의 한 축이다. 하지만 스포츠에서 기록은 신뢰 위에 쌓인다. 팬이 숫자를 믿을 수 있어야 골도, 도움도, 출전 시간도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장학영을 다시 보면 한 선수의 커리어가 얼마나 여러 층으로 남는지 느끼게 된다. 기록지만 보면 성실한 베테랑 풀백이고, 사건까지 같이 보면 스포츠가 왜 공정성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숫자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그 숫자를 바라보는 마음은 사건 이후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나는 그래서 장학영의 이름을 볼 때마다 좋은 풀백의 조건과 프로 스포츠의 신뢰가 같은 경기장 안에 놓여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