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 장소연 2년 재신임, 16승 뒤에 숨은 진짜 논란을 따라가봤다

요즘 여자배구 기록표를 다시 넘겨보다가 페퍼저축은행 칸에서 시선이 오래 멈췄다. 16승, 승점 47, 6위. 창단 이후 페퍼가 찍어온 숫자를 생각하면 분명 앞으로 간 시즌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장소연 감독의 2년 재신임 이야기가 나오자 팬들의 반응은 박수보다 물음표에 가까웠다. 성적이 좋아졌는데 왜 논란이 생겼을까. 이건 단순히 승수 하나로 설명하기 어려운 문제다.
16승은 분명한 진전이었다
페퍼는 2025-2026시즌을 16승, 승점 47로 끝냈다. 최종전에서도 정관장을 3-1로 잡으며 창단 최다승 흐름을 이어갔다. 이전까지 늘 하위권 이미지가 강했던 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6승은 가볍게 넘길 숫자가 아니다. 적어도 ‘매 경기 버티기만 하는 팀’에서는 벗어났다는 의미가 있다.
초반 흐름도 꽤 인상적이었다. 2025년 11월 현대건설을 3-1로 잡았을 때 페퍼는 6승 2패, 승점 16으로 상위권을 위협했다. 조이 웨더링턴의 득점력, 시마무라 하루요의 중앙 장악력, 박사랑의 성장세가 맞물리면서 “이번엔 진짜 다르다”는 말이 나올 만했다. 사실 페퍼 팬들이 오랫동안 기다린 장면이 바로 이런 경기였다.
근데 팬들이 화난 지점은 따로 있다
문제는 시즌 전체 곡선이다. 페퍼는 초반 반짝 상승 뒤 9연패에 빠졌다. 서울신문 보도 기준으로 2025년 12월 30일 GS칼텍스를 잡기 전까지 42일 동안 승리가 없었다. 초반의 기세가 길게 유지되지 못했고, 전술적 대응이 늦었다는 비판이 따라붙었다.
팬들이 장소연 감독의 재신임을 불편하게 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16승은 성과지만, 봄 배구는 없었다. 6위라는 최종 순위도 냉정하게 보면 플레이오프 경쟁권과는 거리가 있었다. 더구나 보도에 따르면 구단은 장소연 감독에게 2027-2028시즌까지 2년을 더 맡기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창단 최다승’이라는 긍정 지표와 ‘봄 배구 0회’라는 한계가 정면으로 부딪힌 셈이다.
숫자만 보면 반박도 가능하다
장소연 감독에게 우호적인 시선도 완전히 무리는 아니다. 페퍼는 창단 이후 하위권 고정 이미지가 강했고, 팀 문화와 전력 기반을 동시에 바꿔야 하는 구단이었다. 이런 팀에서 한 시즌 만에 16승을 만들었다면 구단 입장에서는 “계속 맡겨볼 만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 2025-2026시즌 최종 성적: 16승, 승점 47
- 최종 순위: 여자부 6위
- 시즌 중반 흐름: 초반 상위권 진입 뒤 9연패
- 상징적 장면: 흥국생명, 현대건설 등 상위권 팀을 잡은 경기
특히 2026년 3월 흥국생명을 3-1로 꺾은 경기는 페퍼가 단순한 약팀이 아니라 순위 싸움에 영향을 주는 팀이 됐다는 걸 보여줬다. 조이가 39점을 올리고, 미들블로커 라인이 중요한 순간마다 버틴 경기였다. 이런 경기력은 감독의 준비와 선수단의 방향성이 아예 없었다면 나오기 어렵다.
그래도 2년은 꽤 큰 신임이다
논란의 무게는 ‘재계약 여부’보다 ‘2년’이라는 기간에서 커졌다. 성적을 낸 감독에게 시간을 주는 건 자연스럽다. 그런데 페퍼는 아직 봄 배구 경험이 없다. 하위권 탈출은 했지만 중위권 안착, 유망주 육성, 외국인 선수 선택, 경기 중 운영 안정성 같은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팬들이 민감하게 보는 지점도 바로 미래다. 당장의 16승이 의미 있으려면 다음 시즌에는 더 선명한 성장 곡선이 필요하다. 30대 주축 의존도가 높아지면 시즌 초반 에너지로 버티다가 중반 이후 급격히 흔들릴 가능성이 커진다. 젊은 선수에게 실제 출전 시간을 주고, 박정아 같은 베테랑 자원의 역할을 어떻게 조정할지도 중요하다.
사실 감독 재신임은 늘 양면적이다. 구단 내부에서는 훈련 분위기, 선수단 신뢰, 장기 플랜 같은 외부에서 보이지 않는 요소를 봤을 수 있다. 반대로 팬들은 경기장에서 드러난 결과와 반복된 패턴을 본다. 두 시선이 엇갈릴 때 논란은 커진다. 이번 페퍼와 장소연 감독 사례가 딱 그렇다.
다음 시즌은 변명보다 증명이 먼저다
장소연 감독의 2년 재신임이 납득받으려면 기준은 어렵지 않다. 최소한 9연패 같은 긴 침체를 줄여야 하고, 특정 외국인 선수 득점에만 기대는 경기 구조도 덜어내야 한다. 중앙 공격 비중, 리시브 안정, 세터 운영, 백업 활용이 더 촘촘해져야 한다. 그래야 16승이 우연한 상승이 아니라 팀 체질 변화였다고 말할 수 있다.
한국배구연맹 기록과 시즌 보도를 같이 놓고 보면, 페퍼는 확실히 전보다 강해졌다. 하지만 팬들이 원하는 건 “전보다 낫다”에서 멈추는 팀이 아니다. 봄 배구를 실제 목표로 말할 수 있는 팀, 연패가 와도 무너지지 않는 팀, 젊은 선수의 시간이 숫자로 남는 팀이다. 그래서 장소연 감독의 2년은 보상이면서 동시에 아주 빡빡한 시험지처럼 보인다. 16승은 출발점으로는 충분히 의미 있다. 다만 이제 페퍼가 증명해야 할 건, 그 숫자 다음에 어떤 이야기를 붙일 수 있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