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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요시하라 체제와 지젤 화력을 같이 봤더니, 순위표보다 더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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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요시하라 체제와 지젤 화력을 같이 봤더니, 순위표보다 더 복잡했다

얼마 전 흥국생명 경기를 다시 보는데, 점수판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코트 안의 간격이었다. 김연경이 있던 시절처럼 한쪽 날개에 시선이 확 쏠리는 배구가 아니라, 리시브 라인과 미들 활용, 세터 선택지가 조금씩 맞물리는 팀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런데 맞은편에 지젤 실바 같은 확실한 해결사가 서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흥국생명 요시하라 체제의 조직력과 지젤의 고득점 화력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경기를 흔드는 전력이다.

요시하라 흥국생명, 스타 공백을 구조로 메우는 팀

흥국생명은 김연경 은퇴 이후 당연히 공격 비중의 재배치가 필요했다. 단순히 한 명의 득점원을 새로 꽂는 문제가 아니었다. 공격 점유율, 리시브 부담, 클러치 상황의 선택까지 전부 다시 짜야 했다. 그래서 요시하라 토모코 감독의 색깔은 꽤 선명하다. 강한 한 방보다 코트 전체의 연결을 먼저 세우는 쪽이다.

KOVO 경기 기록 흐름을 보면 흥국생명은 시즌 초반 흔들린 뒤에도 연승 구간을 만들며 중상위권 경쟁에 들어갔다. 1라운드 승점 7에 그쳤던 팀이 이후 11경기에서 승점 21을 더하며 3위권까지 치고 올라간 흐름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세터 안정, 미들 블로커 활용, 수비 후 반격 전환이 동시에 좋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흥미로운 건 득점 분포다. 레베카 라셈이 주포 역할을 맡지만, 피치와 김수지, 이다현 같은 미들 자원이 경기마다 일정한 존재감을 보이면 상대 블로킹이 한쪽으로 몰리기 어렵다. 요시하라 감독이 일본 리그에서 보여줬던 장점도 바로 이 지점이다. 코트 안에서 선수들이 다음 장면을 빨리 이해하게 만드는 배구. 화려하진 않아도 세트 후반에 체력이 덜 무너지는 구조다.

지젤 실바는 계산을 깨는 공격수다

반대로 지젤 실바는 전술판 위의 균형을 갑자기 깨버리는 유형이다. GS칼텍스에서 지젤이 갖는 의미는 단순한 외국인 선수 이상이다. 공격이 막히는 구간, 리시브가 흔들리는 구간, 세트 막판 랠리에서 공이 어디로 갈지 모두가 알아도 때려 넣을 수 있는 선수다.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맞대결 흐름에서도 그 차이가 잘 보였다. 1라운드 맞대결에서 지젤은 40점을 올렸고, 레이나 도코쿠와 합쳐 62점을 만들었다. 이 정도면 전술보다 체급이 먼저 보이는 경기다. 하지만 2라운드에선 흥국생명이 레베카 28점, 피치 16점, 김다은 13점으로 분산 득점에 성공하며 3-1로 반격했다. 같은 상대를 두고도 한쪽은 초대형 득점원, 다른 한쪽은 분산 구조로 맞선 셈이다.

지젤의 무서움은 공격 성공률만으로 설명이 안 된다. 상대 블로커를 끌고 다니는 힘이 있다. 지젤이 후위에 있어도 수비 라인은 뒤로 물러서고, 전위에 올라오면 블로킹 기준점이 지젤 쪽으로 쏠린다. 그 순간 반대편 공격수에게도 공간이 생긴다. 그래서 지젤은 본인이 득점하지 않는 랠리에서도 팀 공격의 각도를 넓힌다.

흥국생명이 지젤을 막으려면 첫 터치가 전부다

흥국생명 입장에서 지젤을 완전히 지우는 건 현실적인 목표가 아니다. 지젤급 공격수는 20점대 중반을 넘길 가능성을 기본값으로 두고 접근해야 한다. 중요한 건 35점, 40점 경기로 키우지 않는 것이다. 그러려면 서브로 GS칼텍스의 첫 패스를 흔들고, 지젤에게 올라가는 공의 위치와 속도를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만들어야 한다.

  • 서브 타깃은 지젤의 공격 준비 동선을 늦추는 쪽으로 설계해야 한다.
  • 블로킹은 완전 차단보다 코스 제한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 현실적이다.
  • 디그 이후 첫 반격에서 득점하지 못하면 지젤에게 다시 기회가 간다.
  • 미들 공격을 초반부터 써야 GS 블로킹이 지젤 대비에만 집중하지 못한다.

사실 흥국생명의 승부처는 수비보다 공격 전개일 수도 있다. 지젤이 점수를 내는 건 어느 정도 감수하더라도, 흥국생명이 반격 기회를 단조롭게 쓰면 경기는 금방 GS 쪽 리듬으로 넘어간다. 레베카에게만 의존하면 지젤과 정면 화력 싸움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그 싸움은 흥국생명에 유리한 그림이 아니다.

요시하라 전력의 진짜 시험대

요시하라 감독의 흥국생명은 기록만 보면 꽤 매력적인 팀이다. 초반 부진을 지나 반등했고, 전반기에는 2위권까지 올라서는 흐름도 만들었다. 하지만 강팀의 조건은 좋은 흐름을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상대가 답을 알고 들어왔을 때도 다시 변주할 수 있느냐다.

지젤 같은 공격수를 상대할 때 흥국생명의 약점도 드러난다. 레베카의 득점이 20점대 후반까지 안정적으로 나오면 괜찮지만, 한 자릿수나 10점대 초반에 묶이는 날에는 팀 전체가 버티기 어렵다. 실제로 GS전에서 지젤이 24점, 레이나가 15점을 올린 반면 흥국생명 주포 쪽 화력이 낮게 묶였던 경기는 그 위험을 그대로 보여줬다. 조직력은 좋은데, 마지막 공을 책임지는 힘이 부족하면 봄배구 무대에선 답답해진다.

그래도 흥국생명이 흥미로운 이유

그래도 나는 이 흥국생명이 꽤 볼 만한 팀이라고 느낀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미 완성된 팀이 아니라 경기마다 조합을 찾아가는 팀이라서다. 요시하라 감독은 선수들을 역할 안에 가두기보다, 코트 위에서 읽고 움직이게 만드는 쪽에 가깝다. 이런 팀은 시즌 중반 이후 데이터가 쌓일수록 더 흥미롭다.

지젤 실바는 당장 경기 하나를 가져올 수 있는 선수다. 요시하라의 흥국생명은 시즌 전체의 체질을 바꾸려는 팀이다. 그래서 두 전력을 같이 보면 배구가 더 재미있어진다. 한쪽은 압도적인 개인 화력으로 흐름을 찢고, 다른 한쪽은 연결과 분산으로 그 흐름을 다시 묶는다. 내 취향으로는 이런 맞대결이 순위표 숫자보다 오래 남는다.

흥국생명 요시하라 체제와 지젤 화력을 같이 봤더니, 순위표보다 더 복잡했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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