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 알스트롬을 기록으로 따라가봤더니, 늦게 열린 불펜 좌완의 진짜 이야기

요즘 텍사스 불펜 기록을 훑다 보면 로비 알스트롬이라는 이름이 은근히 눈에 걸립니다. 화려한 강속구 유망주처럼 크게 떠들썩하게 등장한 선수는 아닌데, 숫자를 따라가면 꽤 흥미로운 흐름이 보입니다. 2026년 빅리그에 올라와 8월 중순 기준 32경기, 27.1이닝, 3승 1패, 평균자책점 4.94, 탈삼진 24개, WHIP 1.21. 겉으로만 보면 평범한 루키 불펜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선수의 이야기는 ‘어떻게 버텨서 여기까지 왔나’ 쪽에 더 가깝습니다.
7라운드 지명에서 빅리그 마운드까지
알스트롬은 1999년생 좌완 투수입니다. 오리건대 출신이고, 2021년 드래프트에서 뉴욕 양키스가 7라운드 전체 213순위로 뽑았습니다. 이름값만 놓고 보면 당장 빅리그 로테이션을 기대받는 타입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대학 시절 기록은 꽤 단단했습니다. 오리건에서 3시즌 동안 187이닝을 던져 16승 11패, 평균자책점 3.51, 탈삼진 171개를 남겼고, 2021년에는 90이닝 2.50, 92탈삼진 16볼넷으로 제구와 효율을 같이 보여줬습니다.
근데 프로 입문 직후 흐름은 매끈하지 않았습니다. 2022년 4월, 호세 트레비노 트레이드 때 알버트 아브레우와 함께 텍사스로 넘어갔고, 그해 마이너리그 첫 시즌 성적은 22경기 2승 10패, 평균자책점 5.04였습니다. 선발로 17번 나섰지만 결과가 따라오지 않았죠. 이 지점이 중요합니다. 알스트롬은 처음부터 완성형 불펜이 아니라, 선발로 부딪히다가 역할을 바꾸며 살아남은 쪽에 가깝습니다.
선발에서 불펜으로, 숫자가 달라진 순간
2023년부터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불펜으로 전환한 뒤 40경기에서 58.1이닝, 평균자책점 3.86, 탈삼진 79개를 기록했습니다. 9이닝당 탈삼진은 12.19개. 이건 단순히 ‘왼손 투수가 부족해서 남았다’는 식으로 볼 기록이 아닙니다. 타자를 잡는 확실한 장점이 생겼다는 신호입니다.
2024년에는 더 선명했습니다. 더블A 프리스코와 트리플A 라운드록을 오가며 45경기, 64이닝, 평균자책점 2.53, 탈삼진 72개, 4세이브. 특히 더블A에서 좌타자를 상대로 피OPS .577 수준으로 묶은 기록은 좌완 불펜으로서의 상품성을 보여줍니다. 요즘 불펜은 단순한 원포인트 좌완만으로 버티기 어렵습니다. 오른손 타자까지 상대해야 하고, 1이닝 이상 먹어줘야 합니다. 알스트롬은 2024년에 1.1이닝 이상 던진 경기가 많았고, 2이닝 이상도 13번 있었습니다. 감독 입장에선 이런 투수가 꽤 편합니다.
2025년의 신호
2025년에도 상승세가 끊기지 않았습니다. 시즌 전체로는 53경기, 2승 4패, 평균자책점 3.28, 커리어 하이 8세이브를 기록했습니다. 프리스코에서 좋은 출발을 만든 뒤 라운드록으로 올라갔고, 트리플A에서도 후반 불펜 역할을 맡았습니다. 빅리그 콜업이 바로 오지는 않았지만, 구단 입장에선 ‘언제든 꺼낼 수 있는 좌완’으로 체크해둘 만한 시즌이었습니다.
2026년 데뷔전이 말해준 것
알스트롬의 빅리그 데뷔는 2026년 6월 3일 세인트루이스전이었습니다. 1.1이닝 무실점, 상대한 네 타자를 모두 처리했고 탈삼진 2개를 잡았습니다. 데뷔전은 선수 커리어에서 감정이 가장 크게 흔들리는 날인데, 결과만 놓고 보면 꽤 차분했습니다. 특히 콜업 전 트리플A 라운드록에서 21경기 29.1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2.76, 탈삼진 33개, 볼넷 8개를 기록했다는 점을 같이 봐야 합니다. 콜업은 갑작스러운 행운만은 아니었습니다.
빅리그 성적은 아직 완전히 안정권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평균자책점 4.94는 분명 높고, 8월 12일 에인절스전처럼 0.1이닝 3실점으로 흔들린 경기 하나가 전체 숫자를 크게 밀어 올렸습니다. 다만 최근 15경기 구간을 보면 13.1이닝 평균자책점 2.70, 탈삼진 16개, 볼넷 1개로 내용이 더 좋아졌습니다. 시즌 전체 WHIP 1.21도 루키 불펜으로는 나쁘지 않습니다. 피안타와 실점은 있었지만, 볼넷으로 스스로 무너지는 장면이 줄었다는 점은 꽤 큰 의미가 있습니다.
로비 알스트롬을 볼 때 놓치기 쉬운 포인트
- 첫째, 그는 선발 실패 후 불펜에서 가치가 살아난 좌완입니다.
- 둘째, 마이너리그에서 탈삼진 능력을 꾸준히 보여줬습니다.
- 셋째, 2026년 빅리그 초반 성적은 평균자책점보다 세부 흐름이 더 흥미롭습니다.
- 넷째, 텍사스 불펜 안에서 긴 이닝을 맡길 수 있는 좌완이라는 점이 경쟁력입니다.
솔직히 알스트롬을 스타 탄생 서사로 과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직 검증은 진행 중이고, 빅리그 타자들이 두 번째, 세 번째로 만나기 시작하면 조정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2022년 5점대 선발 유망주였던 투수가 2023년 불펜 전환 후 탈삼진형 좌완으로 자리를 바꾸고, 2026년에 빅리그 32경기까지 쌓았다는 흐름은 충분히 볼 만합니다.
스포츠 기록의 재미는 이런 데 있습니다. 박스스코어 한 줄만 보면 4점대 후반 평균자책점의 평범한 불펜입니다. 그런데 시즌별 역할 변화, 마이너리그 승격 속도, 좌타자 상대 기록, 최근 등판 흐름을 붙여 보면 다른 얼굴이 나옵니다. 로비 알스트롬은 아직 완성된 답안지는 아니지만, 텍사스가 왜 계속 기회를 주는지는 숫자 속에 꽤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