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누카사 노아를 기록으로 따라가봤더니, 인기보다 먼저 보인 복귀의 속도

얼마 전 일본 비치발리볼 쪽 기록을 훑다가 키누카사 노아 이름에서 손이 멈췄다. 처음엔 SNS에서 자주 보이는 선수라는 인상이 강했는데, 기록을 따라가 보니 이야기가 꽤 다르게 보였다. 단순히 ‘인기 많은 선수’로 소비하기엔 고교 시절부터 쌓아온 우승 경험, 실내 배구와 비치발리볼을 오간 전환 과정, 그리고 큰 부상 이후 다시 코트로 돌아온 흐름이 선명했다.
처음부터 비치발리볼만 보고 온 선수는 아니었다
키누카사 노아는 2001년 8월 13일생, 일본 시가현 출신의 비치발리볼 선수다. 일본 쪽 선수 프로필에는 신장이 162cm 또는 163cm로 표기되는 경우가 있는데, 비치발리볼 기준으로 보면 압도적인 높이로 찍어누르는 타입이라기보다는 움직임, 리시브, 코스 선택, 전환 속도로 가치를 만들어야 하는 체격이다.
출발은 실내 배구였다. 중학교 때 선발 경험을 쌓았고, 고교는 도쿄의 강호 교에이학원으로 진학했다. 여기서 재미있는 지점이 나온다. 교에이학원은 훈련 과정에서 비치발리볼을 접할 기회가 있었고, 키누카사는 고교 1학년 때부터 모래 코트 경험을 쌓았다. 실내 배구 선수에게 모래 코트는 꽤 낯선 환경이다. 발이 묻히고, 점프 타이밍이 달라지고, 두 명이 모든 공간을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그 적응을 고교 때부터 시작했다는 건 이후 커리어의 큰 밑천이 됐다.
2019년 기록이 말해주는 조기 완성도
키누카사 노아의 이름을 기록으로 먼저 기억하게 만드는 해는 2019년이다. 이 해에 마돈나컵 우승, 이키이키 이바라키 국체 우승을 남겼다. 특히 고교 연령대에서 비치발리볼 전국 단위 우승을 경험했다는 점은 작지 않다. 비치발리볼은 한두 경기 반짝으로 버티기 어렵다. 바람, 모래, 체력, 파트너와의 콜 플레이가 계속 흔들리기 때문이다.
같은 흐름에서 실내 배구 기록도 같이 봐야 한다. 교에이학원 소속으로 2019년 인터하이 준우승, 2020년 봄고 3위 경력이 있다. 실내에서 강팀의 압박을 버티고, 비치에서 전국 정상까지 찍었다는 건 기술 폭이 꽤 넓었다는 뜻이다. 사실 이중 경험은 장단이 있다. 실내 배구의 습관이 비치에서 걸림돌이 될 때도 있지만, 반대로 리시브 각도나 공격 리듬을 읽는 눈은 확실히 빨리 큰다.
- 2019년 마돈나컵 우승
- 2019년 이바라키 국체 우승
- 2019년 인터하이 실내 배구 준우승
- 2020년 봄고 실내 배구 3위
대학 시절, ‘가능성’이 투어 기록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명해대 진학 이후에도 키누카사 노아는 실내 배구와 비치발리볼을 병행했다. 여기서 2022년 재팬 칼리지 준우승,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대학선수권 출전, 그리고 마이나비 재팬 투어 제5전 미야코노조 대회 5위라는 기록이 이어진다. 이 5위가 꽤 의미 있다. 국내 상위권 선수들이 나오는 투어 무대에서 대학 선수가 바로 경쟁력을 보였다는 얘기니까.
비치발리볼에서 5위는 숫자만 보면 애매해 보일 수 있다. 그런데 투어 구조를 생각하면 다르다. 예선과 본선에서 한 번 흐름을 놓치면 순식간에 밀리고, 상대는 약점을 집요하게 찌른다. 특히 젊은 선수는 서브 타깃이 되기 쉽다. 그 상황에서 상위권 진입권까지 버텼다는 건 기본기와 멘탈이 같이 있었다는 신호다.
큰 부상 이후의 기록은 더 느리게 읽어야 한다
키누카사 노아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대학 4학년 가을의 전방십자인대 부상이다. 일본 매체 인터뷰에서 그는 프로 전환 전 큰 부상을 겪었고, 프로 1년 차 시즌은 제대로 뛰지 못했다고 밝혔다. 선수에게 전방십자인대는 단순한 결장 이슈가 아니다. 점프, 착지, 방향 전환, 모래 위에서의 균형까지 전부 다시 점검해야 한다.
그래서 2026년 6월 25일 기준 JVA 오피셜 랭킹 23위라는 숫자는 양면으로 봐야 한다. 순위 자체만 보면 아직 정상권과 거리가 있다. 그런데 복귀 첫 풀 시즌을 지나고, 다시 투어 감각을 쌓는 선수라는 맥락을 붙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비치발리볼은 파트너 조합과 경기 경험이 순위에 크게 반영된다. 부상으로 1년을 잃은 선수에게는 경기 수 자체가 재산이다.
최근 성적에서 보이는 회복 신호
프로필성 기록을 보면 2023년 전일본 비치발리볼 여자선수권 3위, 2024년 사테라이트 기후 대회 우승, 2025년 OSAKA BEACH OPEN 우승, 2025년 전일본 비치발리볼 여자선수권 4위, 2025년 사테라이트 기후 대회 우승이 이어진다. 이건 화려한 한 방보다 ‘다시 대회 후반부까지 가는 힘’이 돌아오고 있다는 쪽에 가깝다.
솔직히 팬 입장에서는 우승 숫자만 보고 싶어진다. 근데 부상 복귀 선수는 3위, 4위, 사테라이트 우승 같은 기록이 훨씬 많은 말을 한다. 몸이 버티는지, 연속 경기에서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는지, 강한 팀을 만났을 때 사이드아웃 성공률을 유지하는지. 그런 작은 지표들이 다음 시즌의 상한선을 만든다.
SNS 인기와 경기력은 따로 보되, 완전히 분리할 수도 없다
키누카사 노아는 SNS에서도 눈에 띄는 선수다. 2026년 여름 기준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약 14만~15만 명대로 언급되고, 틱톡에서도 상당한 반응을 얻고 있다. 여기서 스포츠 팬들이 자주 갈린다. “인기가 경기력보다 앞선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고, “종목 노출을 키우는 선수”라는 평가도 있다.
나는 후자 쪽에 조금 더 무게를 둔다. 물론 기록은 기록대로 냉정해야 한다. JVA 랭킹, 투어 성적, 주요 대회 입상 여부가 선수 평가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다만 비치발리볼처럼 대중 접점이 넓지 않은 종목에서 스타성은 경기장 밖의 장식이 아니라 생태계의 일부다. 관중이 생기고, 스폰서가 붙고, 중계나 기사 노출이 늘어나면 선수층도 두꺼워질 수 있다.
그래서 키누카사 노아의 현재 위치는 꽤 흥미롭다. 이미 고교 시절 전국 우승을 경험했고, 대학에서 국제대회도 밟았으며, 부상 이후 다시 국내 대회 후반부 기록을 만들고 있다. 동시에 SNS를 통해 비치발리볼을 모르는 사람까지 코트 쪽으로 끌어온다. 기록만 보면 아직 올라가야 할 계단이 분명하지만, 흐름만 보면 그냥 인기 선수 하나로 지나칠 단계는 아니다.
앞으로 봐야 할 건 단순하다. 재팬 투어 상위 라운드에서 얼마나 자주 버티는지, 강팀 상대로 1세트를 먼저 가져가는 경기 비율이 늘어나는지, 파트너 조합이 안정되는지다. 키누카사 노아의 이야기는 지금 완성형 스타의 기록이라기보다, 부상과 전환기를 지나 다시 속도를 붙이는 선수의 중간 페이지에 가깝다. 그래서 더 볼 만하다. 숫자가 아직 다 말하지 못한 부분이 남아 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