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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 과르디올라, 퍼거슨 넘었다는 말이 나온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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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 과르디올라, 퍼거슨 넘었다는 말이 나온 진짜 이유

얼마 전 맨체스터 시티의 지난 10년 기록을 다시 훑어보다가 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펩 과르디올라라는 이름 앞에 이제는 단순히 ‘전술가’라는 말만 붙이기 어렵더군요. 어느 순간부터 비교 대상이 알렉스 퍼거슨이 됐고, 심지어 “펩 과르디올라, 퍼거슨 넘었다”는 말까지 자연스럽게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 문장은 꽤 조심해서 읽어야 합니다. 전체 트로피 수로만 보면 아직 퍼거슨이 앞섭니다. 퍼거슨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장기 집권하며 잉글랜드 축구의 기준을 세웠고, 과르디올라는 10년이라는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압축적인 지배력을 보여줬습니다. 그래서 이 비교는 ‘누가 더 많은 우승컵을 들었나’보다 ‘누가 더 높은 밀도로 시대를 바꿨나’에 가깝습니다.

트로피 숫자만 보면 아직 퍼거슨이 앞선다

퍼거슨의 가장 강한 무기는 시간과 지속성입니다. 프리미어리그 우승 13회,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 그리고 맨유를 여러 세대에 걸쳐 다시 우승권으로 끌어올린 리빌딩 능력은 여전히 독보적입니다. 단순한 우승 기록이 아니라 19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 초반까지 다른 얼굴의 팀으로 계속 이겼다는 점이 무섭습니다.

과르디올라는 방식이 다릅니다.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맨체스터 시티를 거치며 커리어 트로피 수를 40개 이상으로 쌓았고, 맨시티에서는 10년 동안 리그 6회 우승을 포함해 20개 안팎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잉글랜드 무대 기준으로만 보면 퍼거슨의 총량에는 닿지 못했지만, 같은 기간 대비 우승 밀도는 비교 자체가 성립할 정도로 높습니다.

  • 퍼거슨: 프리미어리그 우승 13회, 맨유 장기 집권의 상징
  • 과르디올라: 맨시티 10년 동안 리그 우승 6회, 트레블과 리그 4연패 달성
  • 차이점: 퍼거슨은 장기 생존형 지배, 과르디올라는 고밀도 시스템 지배

‘넘었다’는 주장의 근거는 지배 방식에 있다

제이미 캐러거가 과르디올라가 퍼거슨을 넘어섰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을 때, 그 말이 자극적으로 들린 이유는 맨유와 맨시티의 감정선 때문만은 아닙니다. 사실 기록을 하나씩 놓고 보면 펩 쪽으로 기우는 항목도 꽤 많습니다.

대표적인 게 공격 생산성입니다. 맨시티 공식 기록 기준으로 과르디올라는 프리미어리그 207경기 만에 500골을 만들었습니다. 클롭은 234경기, 퍼거슨은 265경기가 필요했습니다. 이 숫자는 단순히 공격수가 좋았다는 말로 끝나지 않습니다. 펩의 팀은 공을 오래 소유하는 팀이면서도 박스 근처 진입 횟수와 득점 루트를 폭발적으로 늘렸습니다. 점유율이 지루함으로 흐르지 않고, 득점 기대값을 꾸준히 밀어 올리는 구조였다는 뜻입니다.

2017-18시즌 승점 100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100점은 상징성이 큽니다. 한 시즌 38경기에서 평균 2.63점을 가져갔다는 뜻인데, 이건 거의 매주 이기는 리듬입니다. 2018-19시즌에는 리그, FA컵, 리그컵, 커뮤니티 실드를 모두 가져가며 잉글랜드 국내 대회 전관왕을 만들었습니다. 2022-23시즌에는 프리미어리그, FA컵, 챔피언스리그 트레블까지 해냈고요.

퍼거슨의 위대함은 다른 층위에 있다

그렇다고 퍼거슨을 숫자 몇 개로 밀어내는 건 너무 거칠습니다. 퍼거슨의 진짜 힘은 팀을 한 번 완성한 뒤 지킨 것이 아니라, 무너질 때마다 새 팀을 만든 데 있습니다. 칸토나 시대, 베컴과 긱스와 스콜스의 세대, 루니와 호날두가 중심이 된 팀까지 색깔이 달랐습니다. 그런데 리그 우승 경쟁력은 계속 유지됐습니다.

과르디올라의 약점으로 자주 언급되는 부분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는 늘 강한 구단, 뛰어난 선수단, 충분한 투자 환경에서 일했습니다. 물론 그 조건을 성공으로 바꾸는 능력 자체가 대단한 겁니다. 돈을 쓴다고 모두 100점 우승을 하는 것도 아니고, 트레블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퍼거슨처럼 한 구단에서 20년 넘게 권력 구조와 선수단 문화를 통째로 설계한 사례와는 비교 축이 다릅니다.

그래서 이 논쟁은 취향보다 기준의 문제다

퍼거슨을 1위로 두는 팬은 지속성, 리빌딩, 장기 리더십을 크게 봅니다. 과르디올라를 앞세우는 쪽은 전술 혁신, 우승 밀도, 리그 전체에 미친 영향을 봅니다. 둘 다 설득력이 있습니다. 다만 현대 축구의 전술 언어를 바꾼 쪽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과르디올라 쪽으로 답이 기울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 프리미어리그 팀들을 보면 센터백의 빌드업, 풀백의 중앙 이동, 골키퍼의 패스 선택, 하프스페이스 활용이 너무 당연해졌습니다. 그런데 이 당연함을 리그의 표준처럼 만든 감독이 과르디올라였습니다. 예전에는 강팀의 선택지였던 플레이가 이제는 중위권 팀의 생존 문법이 됐습니다. 이 정도면 한 감독이 리그의 사용 설명서를 다시 쓴 셈입니다.

숫자 뒤에 남은 질문

저는 “펩 과르디올라, 퍼거슨 넘었다”는 문장을 완전한 승패 선언으로 읽지는 않습니다. 총량의 퍼거슨, 밀도의 과르디올라. 이렇게 보는 쪽이 더 정확합니다. 퍼거슨은 긴 시간 동안 제국을 운영했고, 과르디올라는 짧은 시간 안에 축구의 작동 방식을 바꿨습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건 앞으로의 평가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우승컵 개수는 더 차갑게 남고, 전술적 영향력은 더 넓게 퍼집니다. 퍼거슨의 맨유가 ‘이기는 클럽’의 표본이었다면, 과르디올라의 맨시티는 ‘경기를 통제하는 법’의 표본으로 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이 논쟁은 끝난 이야기가 아니라, 앞으로 기록을 다시 읽을 때마다 계속 살아나는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펩 과르디올라, 퍼거슨 넘었다는 말이 나온 진짜 이유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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