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신임 감독 최태웅 유력설 따라가 봤더니, 숫자는 다른 이름을 말했다

얼마 전 V리그 감독 이동 이야기를 보다가 검색창에 '한국전력 신임 감독 최태웅 유력'이라는 흐름이 자주 보이는 게 꽤 흥미로웠습니다. 이름만 놓고 보면 너무 그럴듯했거든요. 현대캐피탈에서 우승 경험을 쌓은 세터 출신 지도자, 강한 색깔, 리빌딩을 밀어붙였던 이력까지. 그런데 실제 한국전력의 선택은 2026년 4월 8일 발표된 석진욱 감독 2년 계약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단순한 오보냐, 아니면 팬들이 왜 최태웅이라는 이름에 반응했느냐로 봐야 합니다. 스포츠에서 감독 선임설은 늘 기록과 이미지가 섞입니다. 숫자는 차갑지만, 이름값은 빠르게 뜨겁게 달아오르죠.
최태웅 이름이 먼저 떠오른 이유
최태웅 전 현대캐피탈 감독은 V리그 남자부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력을 가진 지도자입니다. 2015년 은퇴 직후 곧장 사령탑에 올랐고, 코치 단계를 길게 거치지 않은 파격 인사였지만 첫 몇 시즌 성과는 확실했습니다.
- 2015~2016시즌 현대캐피탈 정규리그 1위, 28승 8패, 승점 81
- 2016~2017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 2017~2018시즌 정규리그 1위
- 2018~2019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 2022~2023시즌 정규리그 2위와 챔피언결정전 준우승
이 정도면 감독 시장에서 이름이 오르내리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다. 특히 한국전력은 세터 운영, 공격 분산, 베테랑과 젊은 자원의 균형이 계속 숙제로 남아 있던 팀입니다. 최태웅이라는 이름에는 빠른 템포, 과감한 선수 기용, 팀 컬러를 확 바꾸는 이미지가 붙어 있습니다.
근데 그 이미지에는 반대편도 있습니다. 현대캐피탈 말년에는 리빌딩이 흔들렸고, 2023~2024시즌 초반 17경기 4승 13패, 승점 16의 부진 속에 팀을 떠났습니다. 그러니까 최태웅 유력설은 기대와 부담이 같이 붙는 카드였던 셈입니다.
한국전력의 문제는 성적표보다 한 끗이었다
한국전력의 2025~2026시즌을 숫자로 보면 더 아깝습니다. 정규리그 36경기에서 19승 17패, 승점 56, 최종 5위였습니다. 3위 KB손해보험이 승점 58, 4위 우리카드가 승점 57이었으니 정말 손가락 한 마디 차이였습니다.
성적만 보면 중위권이지만, 내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베논은 시즌 862점으로 남자부 득점 1위급 존재감을 찍었고, 신영석은 블로킹에서 여전히 리그 최상위권의 무게감을 보여줬습니다. 정민수도 디그 지표에서 강한 존재감을 남겼습니다. 외국인 주포, 중앙 베테랑, 수비 중심축이 있었는데도 봄 배구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게 오히려 더 뼈아픕니다.
이럴 때 구단이 감독 교체를 고민하는 포인트는 분명합니다. 완전히 무너진 팀을 다시 세우는 작업이 아니라,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실제 승점으로 바꾸는 작업입니다. 5세트 운영, 국내 공격수의 결정력, 서브로 흔든 뒤 블로킹으로 잠그는 패턴 같은 디테일이 다음 시즌의 순위를 바꿀 수 있습니다.
실제 선택은 석진욱이었다
한국전력은 권영민 감독과 동행을 이어가지 않고 석진욱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습니다. 구단 발표의 방향은 꽤 명확했습니다. 장기적인 성장 동력, 팀 체질 개선, 차세대 자원 육성입니다. 화려한 이름값보다 조직을 다시 다지는 쪽에 방점을 찍은 선택으로 읽힙니다.
석진욱 감독은 OK저축은행 지휘 경험이 있고, 21세 이하 남자 대표팀 감독도 맡았습니다. 선수 시절에는 수비와 연결,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인물입니다. 최태웅이 속도와 구조 개편의 이미지라면, 석진욱은 기본기와 균형을 떠올리게 합니다.
솔직히 팬 입장에서는 최태웅 카드가 더 자극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야기거리가 많고, 현대캐피탈 시절의 성공과 실패가 모두 강렬하니까요. 하지만 한국전력의 현재 위치를 보면 석진욱 선임은 꽤 현실적인 방향입니다. 5위 팀이 1~2점을 메우려면 거창한 혁명보다 매 세트 후반의 선택을 덜 흔들리게 만드는 쪽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최태웅 유력설이 남긴 진짜 관전 포인트
'한국전력 신임 감독 최태웅 유력'이라는 말이 퍼진 배경에는 팬들이 바라는 그림이 들어 있습니다. 이 팀이 조금 더 빠르게, 조금 더 세게, 조금 더 과감하게 변했으면 하는 기대입니다. 그 기대 자체는 충분히 이해됩니다.
다만 감독 선임은 이름값만으로 끝나는 게임이 아닙니다. 한국전력은 베논의 높은 득점 의존도를 어떻게 팀 공격으로 나눌지, 신영석의 높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살릴지, 국내 아웃사이드 히터 라인의 리시브와 득점 균형을 어디까지 끌어올릴지가 더 큰 숙제입니다. 여기에 2026년 5월 KOVO 발표로 베논 재계약까지 이어졌으니, 새 감독의 첫 시즌은 기존 강점을 보존하면서 약한 부분을 깎아내는 싸움이 됩니다.
감독 이름 하나가 모든 걸 바꾸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감독의 선택 하나가 접전의 방향은 바꿀 수 있습니다. 한국전력은 이미 19승을 해낸 팀입니다. 5위라는 숫자보다 승점 56이라는 숫자가 더 중요해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다음 시즌 이 팀을 볼 때는 누가 감독이냐보다, 지난 시즌 놓친 그 1~2점을 어떤 방식으로 되찾아오느냐를 보고 싶습니다. 그게 한국전력 감독 교체 이야기를 가장 배구답게 읽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