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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박병호 은퇴식, 삼성전 기록표를 다시 펼쳐봤더니 보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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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박병호 은퇴식, 삼성전 기록표를 다시 펼쳐봤더니 보인 이야기

얼마 전 KBO 기록실에서 박병호의 통산 성적을 다시 보다가, 2026년 키움 라인에 ‘1경기 0타석’이 찍혀 있는 걸 보고 잠깐 멈췄습니다. 숫자만 보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경기처럼 보이는데, 사실 그 한 줄은 박병호라는 타자의 커리어가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로 돌아왔는지를 보여주는 꽤 진한 장면이었거든요.

고척 삼성전이 은퇴식 무대가 된 이유

박병호 은퇴식은 2026년 4월 2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홈경기 앞에서 진행됐습니다. 그냥 ‘키움 레전드의 작별 행사’로만 보면 반쪽짜리입니다. 상대가 삼성이었다는 점이 이 은퇴식의 감정을 훨씬 두껍게 만들었습니다.

박병호는 2024년 트레이드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고, 2025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끝냈습니다. 그런데 은퇴식에서는 키움의 은퇴 선수 특별 엔트리로 등록돼 4번 타자 1루수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경기 시작 뒤 교체되면서 실제 타석은 없었지만, KBO 공식 기록에는 2026년 키움 소속 1경기가 남았습니다. 솔직히 이게 참 야구답습니다. 기록은 차갑지만, 그 숫자가 담는 사정은 뜨겁습니다.

키움 구단은 행사명에 ‘승리, 영웅 박병호’라는 표현을 붙였고, 선착순 7000명에게 은퇴 기념 티셔츠를 나눠줬습니다. 또 등번호 52번을 살려 사전 선정 팬 52명과 연간 회원 52명, 총 104명 팬 사인회를 열었습니다. 아들이 시구를 맡고 박병호가 시타자로 들어선 장면도 좋았습니다. 홈런왕의 마지막 타석이 가족의 공으로 완성됐다는 건, 과한 연출보다 훨씬 오래 남는 장면입니다.

숫자로 보면 왜 박병호가 거포인가

박병호의 통산 기록은 ‘국민 거포’라는 별명이 왜 그냥 붙은 말이 아닌지 보여줍니다. KBO 기록실 기준 정규시즌 통산 1768경기, 타율 0.272, 1554안타, 418홈런, 1244타점, 출루율 0.376, 장타율 0.538입니다. OPS는 0.914. 장타자에게 기대하는 파괴력과 중심타자에게 필요한 누적 생산을 동시에 갖춘 숫자입니다.

기록표에서 먼저 튀어나오는 숫자

  • 2012년과 2013년 정규시즌 MVP 2회
  • KBO 역대 최다인 홈런왕 6회
  • 1루수 골든글러브 6회
  • 2014년 52홈런, 2015년 53홈런으로 2년 연속 50홈런 돌파
  • 2015년 146타점, 장타율 0.714, OPS 1.150

특히 2014~2015년의 박병호는 단순히 홈런을 많이 친 타자가 아니었습니다. 투수가 실투를 하면 담장을 넘겼고, 실투가 아니어도 힘으로 외야를 찢었습니다. 2015년 53홈런은 숫자 자체도 대단하지만, 140경기 체제에서 꾸준히 공포를 유지했다는 점이 더 무섭습니다. 장타자는 몰아칠 때만 강한 선수와 시즌 전체의 공기를 바꾸는 선수로 갈리는데, 그 시절 박병호는 명백히 후자였습니다.

삼성과 함께한 마지막 장면

삼성에서의 마지막 2년은 전성기와는 분명 달랐습니다. 2024년 타율 0.231에 23홈런 70타점, 2025년 타율 0.199에 15홈런 33타점. 타율만 보면 하락세가 보이지만, 197경기에서 38홈런을 더한 건 여전히 ‘한 방’이 살아 있었다는 뜻입니다. 무엇보다 2024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KBO 통산 400홈런 고지를 넘었다는 사실이 큽니다.

그래서 삼성과의 은퇴식은 묘했습니다. 키움 팬에게 박병호는 히어로즈의 4번 타자이고, 삼성 팬에게는 커리어 마지막 불꽃을 함께 본 베테랑입니다. 상대 팀으로 서 있었지만 삼성도 그를 예우했고, 양 팀 선수들이 함께 박수를 보낸 장면은 이적과 경쟁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리그의 품격을 보여줬습니다.

경기까지 박병호답게 흘렀다

이날 경기는 키움이 삼성을 2-0으로 이겼습니다. 고척에는 1만6000명의 만원 관중이 들어찼고, 키움은 시즌 첫 스윕을 완성했습니다. 분위기만 뜨거웠던 날이 아니라 경기 내용도 꽤 선명했습니다. 2026 신인 드래프트 1순위 박준현이 선발로 나와 5이닝 4피안타 4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데뷔전 승리를 따냈습니다. KBO 역대 13번째 고졸 신인 데뷔전 선발승이라는 기록도 붙었습니다.

이 연결이 좋았습니다. 한 시대를 대표한 오른손 거포가 마지막 인사를 하고, 같은 날 어린 투수가 첫 승을 얻었습니다. 스포츠에서 세대교체는 늘 조금 잔인하게 보일 때가 있는데, 이날만큼은 부드럽게 이어졌습니다. 박병호가 4번 1루수로 이름을 올리고 공을 넘긴 뒤 물러난 장면은, 선수의 시간이 끝나도 팀의 시간은 계속된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처럼 느껴졌습니다.

52번이 남긴 감각

박병호를 숫자로만 기억하면 418홈런이 가장 먼저 보입니다. 그런데 팬들이 오래 붙잡는 건 숫자 사이의 감각입니다. LG에서 기대만큼 터지지 못했던 유망주가 2011년 넥센으로 옮긴 뒤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폭발했고, 메이저리그 도전을 거쳐 다시 돌아왔고, KT와 삼성을 지나 마지막 공식 기록을 키움에서 남겼습니다.

근데 이 이야기의 가장 좋은 부분은 완벽한 커리어 곡선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부진도 있었고, 이적도 있었고, 말년의 기록은 전성기처럼 번쩍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박병호는 끝까지 홈런 타자의 방식으로 기억됐습니다. 타석에 서면 아직도 한 번은 넘어갈 것 같은 선수. 그 긴장감을 20년 넘게 팬들에게 줬다는 것만으로도, 52번은 꽤 오랫동안 고척의 공기 안에 남아 있을 겁니다.

키움 박병호 은퇴식, 삼성전 기록표를 다시 펼쳐봤더니 보인 이야기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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