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배구 6억 연봉자 6명, 같은 금액인데 전혀 다른 이야기

얼마 전 2026-2027시즌 V-리그 남자부 보수 공시를 보다가 숫자 하나에서 눈이 멈췄습니다. 허수봉 13억원, 황택의 12억원, 한선수 10억8000만원처럼 맨 위의 이름들은 워낙 강렬하죠. 그런데 더 재미있는 줄은 그 아래였습니다. 보수 총액 6억원에 정확히 여섯 명이 나란히 서 있었습니다. 이민규, 박경민, 최민호, 김정호, 황승빈, 전광인. 같은 6억원인데, 각자 팀에서 맡은 의미는 꽤 다릅니다.
먼저 짚고 갈 부분이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6억원은 기본 연봉만이 아니라 연봉과 옵션을 합친 보수 총액입니다. 한국배구연맹 선수 등록 공시 기준으로 보는 숫자라서, 실제 수령액은 옵션 달성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도 시장이 어느 선수를 어느 정도 가치로 평가했는지는 분명히 드러납니다.
6억원 라인은 리그의 허리를 보여준다
2026-2027시즌 남자부 상위권을 보면 10억원대 선수들이 먼저 시선을 가져갑니다. 현대캐피탈 허수봉이 13억원, KB손해보험 황택의가 12억원, 대한항공 한선수가 10억8000만원입니다. 그 아래 정지석 8억2000만원, 나경복 8억원, 신영석 6억6000만원이 있고, 바로 다음 층에 6억원 공동 라인이 형성됐습니다.
- 이민규: 한국전력, 세터, 보수 총액 6억원
- 박경민: 현대캐피탈, 리베로, 보수 총액 6억원
- 최민호: 현대캐피탈, 미들블로커, 보수 총액 6억원
- 김정호: OK저축은행, 아웃사이드 히터, 보수 총액 6억원
- 황승빈: 현대캐피탈, 세터, 보수 총액 6억원
- 전광인: OK저축은행, 아웃사이드 히터, 보수 총액 6억원
흥미로운 건 이 6명이 한 포지션에 몰려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세터 2명, 아웃사이드 히터 2명, 미들블로커 1명, 리베로 1명입니다. 득점 순위표만 보면 놓치기 쉬운 선수들이 섞여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남자배구에서 6억원은 단순히 화려한 공격수에게만 붙는 숫자가 아니라, 팀 전술의 안정성을 사는 금액에 가깝습니다.
세터 이민규와 황승빈, 6억원은 경기 설계 비용이다
남자부 보수 구조에서 세터의 존재감은 여전히 큽니다. 황택의와 한선수가 전체 2, 3위에 올라 있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습니다. 배구에서 세터는 득점으로 숫자가 바로 찍히지 않지만, 공격수의 성공률과 중앙 활용, 경기 템포를 동시에 만지는 포지션입니다. 그래서 세터 몸값은 박스스코어보다 경기 운영에서 읽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민규의 6억원은 한국전력이 세터 포지션에 건 기대를 보여줍니다. 한국전력에는 신영석이라는 베테랑 미들블로커가 있고, 중앙을 얼마나 자주 살리느냐에 따라 사이드 공격 부담이 크게 달라집니다. 이민규가 토스 높이와 속도에서 안정감을 주면 팀 전체 공격 루트가 넓어집니다. 반대로 리시브가 흔들릴 때 선택이 단조로워지면 6억원의 무게도 바로 보입니다.
황승빈의 6억원은 현대캐피탈 안에서 조금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현대캐피탈은 허수봉이라는 확실한 고액 공격수를 보유한 팀입니다. 이런 팀에서 세터에게 필요한 건 스타 공격수를 많이 쓰는 것만이 아닙니다. 허수봉에게 몰릴 수밖에 없는 흐름을 언제 끊고, 미들블로커와 반대쪽 공격을 어느 타이밍에 섞느냐가 중요합니다. 황승빈의 가치는 그 선택의 질에서 갈립니다.
현대캐피탈의 박경민·최민호, 보이지 않는 점수를 사는 팀
현대캐피탈은 6억원 라인에 세 명을 올렸습니다. 황승빈, 박경민, 최민호입니다. 여기에 13억원의 허수봉까지 더하면 팀이 어디에 돈을 쓰는지 꽤 선명합니다. 공격의 꼭대기는 허수봉에게 맡기고, 세터와 중앙, 리베로로 경기의 바닥을 단단하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리베로와 미들블로커가 비싼 이유
박경민의 6억원은 리베로 시장을 읽을 때 꽤 상징적입니다. 리베로는 득점으로 박수를 독식하기 어렵지만, 한 경기 리듬을 버티게 하는 선수입니다. 강서브 시대에는 첫 터치가 조금만 흔들려도 공격 선택지가 순식간에 줄어듭니다. 박경민이 리시브 라인에서 버텨주면 현대캐피탈의 공격 전개는 훨씬 편해집니다. 이 돈은 멋진 하이라이트보다 무너지지 않는 첫 장면에 지급되는 금액입니다.
최민호의 6억원도 비슷하게 읽힙니다. 미들블로커는 속공 득점뿐 아니라 상대 세터에게 계속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포지션입니다. 블로킹 위치 선정, 원터치, 중앙 속공 타이밍 하나가 세트 후반 흐름을 바꿉니다. 특히 베테랑 미들블로커는 수치 이상의 안정감을 줍니다. 현대캐피탈 입장에서는 젊은 공격수와 베테랑 중앙을 함께 굴리는 균형이 필요했고, 최민호는 그 균형의 축입니다.
OK저축은행의 김정호·전광인, 사이드 라인의 값
OK저축은행 쪽 6억원 라인은 김정호와 전광인입니다. 둘 다 아웃사이드 히터라는 점이 눈에 띕니다. 아웃사이드 히터는 공격만 하는 포지션이 아닙니다. 리시브를 받고, 어려운 공을 처리하고, 외국인 공격수에게 쏠리는 부담을 나눠야 합니다. 그래서 이 포지션의 가치는 득점 숫자와 리시브 효율을 함께 봐야 제대로 보입니다.
전광인은 이미 V-리그에서 긴 시간 검증된 이름입니다. 예전처럼 매 경기 폭발적인 공격만 요구받는 선수라기보다, 이제는 팀의 리듬과 분위기를 잡는 베테랑에 가깝습니다. OK저축은행이 원하는 전광인은 단순한 득점원이 아니라 흔들릴 때 코트를 붙잡아주는 선수일 겁니다. 그런 역할은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도 꽤 큰 영향을 줍니다.
김정호는 또 다른 색입니다. 이민규의 FA 이적 이후 보상선수로 OK저축은행에 합류한 흐름까지 생각하면, 김정호의 6억원은 팀 재구성의 일부로 읽힙니다. OK저축은행은 전광인, 김정호, 차지환 등 사이드 자원을 두고 조합을 맞춰야 합니다. 외국인 선수의 공격력이 살아나려면 국내 아웃사이드 히터들이 리시브와 연결에서 버텨줘야 하고, 김정호에게 붙은 6억원도 그 기대를 담고 있습니다.
같은 6억원, 다른 압박감
이 여섯 명을 같은 금액으로 묶어 보면 재미있는 대비가 생깁니다. 이민규와 황승빈은 세터 프리미엄을 증명해야 합니다. 박경민은 리베로도 팀 전력의 고급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최민호는 베테랑 미들블로커의 시간 관리와 경기 영향력을 동시에 증명해야 하고, 김정호와 전광인은 OK저축은행 사이드 라인의 안정감을 책임져야 합니다.
솔직히 6억원이라는 숫자는 팬 입장에서 작게 느껴질 수 없습니다. 하지만 V-리그 남자부 시장 안에서는 이 금액이 슈퍼스타 최상단과 주전 핵심 사이에 놓인 아주 민감한 경계선처럼 보입니다. 여기서 실패하면 비싸다는 말이 먼저 나오고, 성공하면 팀을 굴러가게 만든다는 평가가 따라옵니다.
그래서 저는 이 6억원 라인을 다음 시즌 관전 포인트로 보고 있습니다. 득점왕 경쟁만큼 화려하진 않아도, 시즌 중반 순위표가 갈릴 때 진짜 차이를 만드는 쪽은 이런 선수들일 때가 많습니다. 박스스코어 맨 위보다 리시브 효율, 세트 분배, 블로킹 이후 연결 같은 작은 칸에서 이 여섯 명의 값어치가 드러날 가능성이 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