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최지만을 지나친 장면을 다시 봤더니, 4순위 지명권의 무게가 보였다

얼마 전 2027 KBO 신인드래프트 결과를 다시 보다가, 롯데 차례에서 잠깐 멈췄습니다. 최지만이라는 이름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냥 베테랑 한 명의 국내 복귀 이야기가 아니라, 메이저리그 67홈런을 친 타자가 신인드래프트 테이블 위에 올라온 꽤 특이한 장면이었습니다.
롯데가 최지만 지명을 고려했느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말하는 게 가장 현실적입니다. 검토 대상이었을 가능성은 충분히 높지만, 1라운드 전체 4순위 카드로 쓰기에는 구단이 감수해야 할 변수가 꽤 컸습니다. 실제 결과도 그 방향을 보여줬습니다. 롯데는 1라운드에서 최지만이 아니라 서울디자인고 박근서를 선택했고, 최지만은 2라운드 전체 15순위에서 kt의 지명을 받았습니다.
최지만 이름값은 분명 매력적이었다
최지만의 가장 큰 장점은 설명이 길 필요가 없습니다. 빅리그에서 67홈런을 쳤고, 탬파베이 시절에는 포스트시즌 큰 무대도 경험했습니다. KBO 신인드래프트에 나오는 일반적인 선수들과 비교하면 타석에서 본 공의 질, 투수 대응 경험, 경기 압박을 견딘 시간 자체가 다릅니다.
특히 롯데 입장에서 장타력은 늘 민감한 키워드입니다. 사직야구장을 쓰는 팀이라고 해서 자동으로 거포가 나오는 건 아니니까요. 중심 타선에 좌타 장타 카드가 하나 더 들어온다고 상상하면 팬 입장에서는 당연히 설렙니다. 1루수나 지명타자 자리를 활용해 즉시 전력으로 쓰는 그림도 가능했습니다.
근데 드래프트는 이름값만 보고 찍는 행사가 아닙니다. 그것도 전체 4순위라면 더 그렇습니다. 이 순번은 단순히 내년 전력 보강권이 아니라, 앞으로 5년에서 10년을 보고 쓰는 자산에 가깝습니다.
롯데가 망설였을 지점은 나이와 포지션이다
최지만은 1991년생입니다. 2027시즌 기준으로 30대 중반에 접어든 선수입니다. 물론 타격 기술은 나이와 별개로 오래 남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드래프트 상위 지명권은 보통 성장 가능성과 보유 기간을 크게 봅니다. 고교 유망주를 뽑으면 실패 위험은 있어도, 성공했을 때 팀이 오래 쓸 수 있는 시간이 깁니다.
포지션도 계산이 필요합니다. 최지만은 기본적으로 1루수와 지명타자 활용도가 큰 선수입니다. 수비 부담이 적다는 장점도 있지만, 반대로 로스터 유연성은 떨어질 수 있습니다. KBO에서 외국인 타자, 베테랑 중심타자, 체력 안배가 필요한 선수들이 지명타자 자리를 나눠 쓰는 경우를 생각하면 이 자리는 생각보다 빨리 막힙니다.
- 장점: 검증된 장타력, 높은 무대 경험, 즉시 전력 가능성
- 변수: 나이, 몸 상태, 수비 포지션 제한, 상위 지명권의 기회비용
- 롯데의 고민: 당장 필요한 한 방과 장기 육성 자산 사이의 선택
전체 4순위에서 박근서를 택한 의미
KBO 발표 기준으로 2027 신인드래프트 지명 순서는 키움, 두산, KIA, 롯데, kt 순이었습니다. 롯데는 전체 4순위라는 꽤 앞선 위치에 있었고, 여기서 서울디자인고 박근서를 불렀습니다. 이 선택은 롯데가 즉시 전력의 달콤함보다 상위 라운드 유망주의 가치를 더 높게 봤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사실 이 장면이 재밌습니다. 만약 롯데가 최지만을 정말 강하게 원했다면 1라운드에서 잡을 수 있었습니다. 롯데 다음 순번인 kt가 2라운드 전체 15순위에서 최지만을 데려갔으니, 시장 평가는 대략 그 언저리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10개 구단이 모두 1라운드에서 최지만을 지나쳤다는 건, 이름값과 별개로 상위권 지명권을 쓰기에는 비슷한 고민을 했다는 뜻입니다.
롯데가 고려조차 안 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장타력이 있는 좌타 베테랑, 메이저리그 경력, 화제성까지 갖춘 선수라면 스카우트 회의 테이블에 이름이 올라가지 않는 게 더 이상합니다. 다만 최종 버튼을 누르는 순간에는 박근서 쪽의 미래 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팬들이 아쉬워할 만한 이유도 있다
솔직히 팬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 있습니다. 롯데는 오랫동안 가을야구 갈증이 큰 팀이고, 당장 타선에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이름이 눈앞에 있으면 마음이 흔들립니다. 최지만이 사직에서 홈런을 치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꽤 강합니다.
하지만 프런트의 계산은 조금 차갑습니다. 1라운드 4순위는 감성으로 쓰기 어렵습니다. 최지만이 1년 차부터 15홈런 이상을 치고 클럽하우스에 경험을 불어넣는다면 성공적인 투자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몸 상태가 따라오지 않거나 지명타자 슬롯이 꼬이면 회수하기 어려운 선택이 됩니다. 특히 드래프트에서는 실패했을 때 잃는 것이 선수 한 명 이상입니다. 같은 순번에서 놓친 고교 유망주가 다른 팀에서 터지는 장면까지 감수해야 합니다.
롯데의 판단은 보수적이지만 이해된다
롯데의 최지만 지명 고려 여부를 기록의 흐름으로 보면, 답은 꽤 선명해집니다. 관심은 있었을 만합니다. 필요 포지션과 장타 갈증을 감안하면 후보군에 넣을 이유가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전체 4순위에서 선택하지 않았고, 그 뒤에도 최지만은 kt가 전체 15순위로 데려갔습니다. 시장 전체가 최지만을 ‘즉시 전력형 특수 카드’로 보되, 최상단 유망주보다 앞에 두지는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롯데의 선택이 재미없는 선택이었다고는 생각하지만, 틀린 선택이었다고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드래프트 상위권은 팬심보다 시간표가 중요합니다. 최지만은 지금 당장의 그림을 바꿀 수 있는 이름이었고, 박근서는 앞으로의 그림을 열어두는 선택이었습니다. 롯데가 어느 쪽을 골랐는지는 이미 결과로 나왔고, 이제 남은 건 박근서가 그 순번의 이유를 증명하는 시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