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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아섭이 두산 경쟁에 밀린다는 말, 기록표를 다시 꺼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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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아섭이 두산 경쟁에 밀린다는 말, 기록표를 다시 꺼내봤더니

얼마 전 손아섭 이름이 다시 올라오는 걸 보면서 좀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선수는 단순히 베테랑 외야수 한 명이 아니라, KBO에서 ‘안타’라는 단어를 이야기할 때 거의 기준점처럼 불리는 선수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두산 경쟁에서 밀려 은퇴 위기라는 식의 말까지 붙습니다. 솔직히 이름값만 보면 과한 표현처럼 들리는데, 로스터 구조와 나이, 수비 포지션까지 같이 놓고 보면 왜 그런 말이 나오는지는 이해가 됩니다.

안타 기록만 보면 아직 쉽게 끝낼 선수가 아니다

손아섭의 커리어를 숫자로 보면 무게감이 꽤 큽니다. 2007년 데뷔 이후 롯데, NC를 거치며 리그 정상급 교타자로 오래 버텼고, 2023년에는 타율 0.339로 타격왕에 올랐습니다. 그 시즌 187안타를 때리며 다시 한 번 ‘치는 기술’만큼은 리그 상위권이라는 걸 증명했죠. 여기에 KBO 통산 최다 안타 기록까지 보유한 선수라는 점은 가볍게 넘길 수 없습니다.

근데 베테랑 평가가 어려운 건 바로 여기서 시작됩니다. 누적 기록은 대단한데, 구단이 매일 라인업을 짤 때 보는 건 내일의 타구 속도, 수비 범위, 주루 부담, 대체 선수와의 비교입니다. 통산 2,500안타를 넘긴 선수라도 현재 팀에서 맡을 수 있는 역할이 좁아지면 입지는 순식간에 흔들립니다.

두산에서 가장 빡빡한 자리는 외야와 지명타자다

손아섭이 두산 유니폼을 입고 경쟁한다고 가정하면 가장 큰 변수는 포지션입니다. 두산은 잠실을 홈으로 쓰는 팀입니다. 외야가 넓고, 좌중간과 우중간 타구 처리가 체력적으로 꽤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코너 외야수라도 단순히 방망이만 보고 넣기 어렵습니다. 중견수 정수빈처럼 수비 중심축이 있는 팀에서는 양쪽 외야도 커버 범위와 송구 안정성이 중요해집니다.

여기에 지명타자 자리도 여유롭지 않습니다. 베테랑 거포, 포수 체력 안배, 외국인 타자 활용까지 겹치면 좌타 교타형 베테랑이 고정으로 들어갈 공간이 생각보다 좁습니다. 손아섭의 장점은 컨택, 선구안, 경험입니다. 반대로 팀이 장타력과 수비 기동성을 동시에 원한다면 우선순위가 밀릴 수 있습니다.

  • 강점: 통산 최상위권 컨택 능력, 좌타 라인업 안정감, 경기 흐름을 읽는 타석 운영
  • 약점: 30대 후반 나이, 외야 수비 부담, 장타 기대치 하락 시 지명타자 경쟁 불리
  • 변수: 대타 카드로 쓸지, 1번 또는 2번 타순형 자원으로 볼지, 클럽하우스 리더십까지 평가할지

은퇴 위기라는 말은 절반만 맞다

‘은퇴 위기’라는 표현은 자극적입니다. 하지만 완전히 허무맹랑하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1988년생 손아섭은 2026년 기준 만 38세 시즌을 보내는 나이입니다. 야수에게 이 나이는 매년 평가 기준이 바뀌는 구간입니다. 작년까지 쳤으니 올해도 친다는 공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특히 외야수라면 더 그렇습니다.

다만 손아섭을 단순히 밀려나는 선수로만 보는 건 기록의 맥락을 놓치는 겁니다. 그는 홈런으로 경기를 뒤집는 유형은 아니지만, 한 타석에서 투수를 괴롭히고, 낮은 공을 안타로 만들고, 카운트 싸움에서 버티는 기술이 있는 타자입니다. 이런 유형은 팀 타선이 젊고 흔들릴수록 가치가 다시 올라갑니다. 문제는 그 가치가 144경기 주전 가치인지, 주 2~3회 선발과 대타 카드 가치인지입니다.

손아섭의 다음 승부는 기록이 아니라 역할이다

사실 손아섭에게 남은 숙제는 명확합니다. 더 많은 안타를 쌓는 것도 의미 있지만, 지금부터는 팀이 납득할 수 있는 역할을 보여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좌완 상대 선발 제외를 받아들이고 우완 선발 때 출루형 타자로 나선다든지, 경기 후반 대타로 한 타석 승부를 맡는다든지, 젊은 외야수와 플래툰을 나누는 방식입니다.

팬 입장에서는 아쉽죠. 통산 최다 안타 타자가 라인업 한가운데 고정되지 않는 장면은 낯섭니다. 그런데 프로야구는 기록을 존중하면서도 매일 새로 계산하는 리그입니다. 두산이든 어느 팀이든 손아섭을 쓰려면 과거의 이름값보다 현재의 쓰임새가 먼저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아직 한 타석의 설득력은 남아 있다

손아섭을 보며 흥미로운 건, 그의 위기가 단순한 기량 저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KBO 전체가 더 빠른 수비, 더 강한 타구, 더 유연한 로스터 운용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런 흐름 속에서 베테랑 교타자는 예전보다 더 구체적인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손아섭 은퇴 위기’라는 말보다 ‘손아섭 역할 전환기’라는 표현이 더 맞다고 봅니다. 주전 외야수 손아섭의 시대는 예전만큼 당연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점이 급한 경기, 투수가 흔들리는 7회, 벤치가 가장 믿을 수 있는 좌타 한 장을 찾는 순간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런 장면에서 손아섭이 여전히 자기 스윙으로 답을 내놓는다면, 기록의 끝은 아직 조금 더 뒤로 밀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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