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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선임 논란을 따라가 봤더니, 이임생의 침묵이 더 크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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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선임 논란을 따라가 봤더니, 이임생의 침묵이 더 크게 들렸다

처음 이상했던 건 결과보다 과정이었다

얼마 전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다시 훑어보다가 묘한 장면에서 오래 멈췄다. 홍명보 감독이 다시 A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는 사실 자체도 큰 뉴스였지만, 축구 팬들이 더 오래 붙잡은 건 ‘왜 이 타이밍에, 왜 이런 방식으로’였기 때문이다. 스포츠에서 감독 선임은 늘 논쟁을 부른다. 성적표가 나오기 전까지는 누구도 완전히 맞았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번 홍명보 선임 논란은 전술 취향이나 감독 커리어 평가를 넘어, 대한축구협회가 의사결정을 어떻게 했는지에 대한 문제로 번졌다.

홍명보라는 이름은 한국 축구에서 무겁다. 2002년의 상징이고,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의 감독이며, 울산 HD에서 K리그1 2연패를 만든 지도자다. 숫자만 놓고 보면 국내 지도자 중 이 정도 실적을 가진 인물은 많지 않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 때문에 더 복잡해졌다. 경력의 무게가 절차의 빈틈을 덮을 수 있느냐는 질문이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홍명보 카드가 가진 기록과 부담

홍명보 감독의 장점은 분명하다. 울산에서 2022년과 2023년 리그 우승을 해냈고, 장기 레이스를 관리하는 능력을 결과로 보여줬다. 대표팀 경험도 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실패라는 아픈 기록이 있지만, 그 전에는 연령별 대표팀에서 선수단 운영과 토너먼트 대응을 경험했다. 축구협회가 ‘국내 지도자 중 검증된 인물’을 찾았다면 홍명보라는 이름이 후보군에 들어가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문제는 후보가 아니라 흐름이었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대표팀은 몇 달 동안 임시 감독 체제로 움직였다. 월드컵 예선이라는 실전이 계속되는 와중에 정식 감독 선임은 지연됐고, 외국인 감독 후보군과 국내 후보군이 오르내렸다. 그러다 K리그 시즌 중 울산을 이끌던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 낙점됐다. 팬들이 본 그림은 간단했다. 리그 선두권 팀의 현직 감독을 시즌 도중 빼내면서도, 그 과정의 설명은 충분히 촘촘하지 않았다.

  • 대표팀은 클린스만 경질 이후 장기간 정식 감독 공백을 겪었다.
  • 전력강화위원회 내부 논의와 최종 결정 권한을 둘러싼 말이 계속 나왔다.
  • 박주호 위원의 공개 발언 이후 선임 과정의 투명성 문제가 더 커졌다.
  •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에서도 절차상 문제 지적이 이어졌다.

이임생의 침묵이 논란을 키운 이유

이 사안에서 이임생의 침묵이라는 표현이 자주 나오는 이유는 단순히 말을 하지 않았다는 뜻만은 아니다. 팬들이 알고 싶었던 건 ‘누가 어떤 기준으로 최종 결정을 했는가’였다.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협상과 설명의 전면에 섰지만, 여러 대목에서 설명은 의문을 지우기보다 남겼다. 어떤 후보가 어떤 점수로 비교됐는지, 전력강화위원회의 권한이 어디까지였는지, 회장과 집행부의 판단이 어떤 방식으로 반영됐는지에 대한 답은 깔끔하게 이어지지 않았다.

사실 스포츠 행정에서 침묵은 공백이 아니다. 공백처럼 보이는 순간에도 팬들은 그 안을 자기 방식으로 채운다. 특히 축구협회처럼 이미 신뢰를 잃은 조직이라면 더 그렇다. 2023년 승부조작 관련 사면 시도 때도 팬들은 ‘축구협회가 팬 여론을 너무 늦게 읽는다’고 느꼈다. 그런 기억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대표팀 감독 선임까지 매끄럽지 않게 흘러가니, 이임생의 말하지 않은 부분은 더 크게 들릴 수밖에 없었다.

숫자로 보면 더 선명한 신뢰의 문제

대표팀 감독 선임은 단순 인사 발표가 아니다. 월드컵 본선까지 이어지는 2년 단위 프로젝트의 출발점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은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나고, 아시아 배정권도 확대됐다. 한국 입장에서는 본선 진출 가능성만 따지는 시대를 넘어, 본선에서 어떤 축구를 할지까지 계산해야 한다. 그러려면 감독 선임의 기준도 ‘이름값’보다 구체적이어야 한다. 빌드업 방향, 세대교체 폭, 손흥민 이후 공격 구조, 김민재 중심 수비 라인 운용, K리그 자원 활용 같은 질문이 따라와야 한다.

그런데 논란의 중심에는 이런 축구적 질문보다 행정적 질문이 더 오래 남았다. 이건 대표팀에 좋지 않다. 감독이 훈련장에서 아무리 좋은 메시지를 줘도, 출발선에서 쌓인 의심은 A매치 한두 경기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홍명보 감독처럼 상징성이 큰 인물은 성적이 좋으면 ‘역시 경험’이라는 평가를 받겠지만, 삐끗하면 ‘애초에 절차부터 문제였다’는 비판이 바로 되살아난다.

팬들이 분노한 지점은 감독 한 명이 아니었다

솔직히 팬들이 홍명보 감독 개인만 보고 화를 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울산 팬 입장에서는 시즌 중 감독 이탈이 직접적인 손실이었다. 리그는 38라운드 장기전이고, 한 팀의 전술 구조는 감독 교체 한 번으로 크게 흔들린다. 2연패를 만든 감독이 시즌 도중 빠지는 건 선수단, 구단, 팬 모두에게 충격이다. 이건 감정 문제가 아니라 경쟁 공정성의 문제다.

대표팀 팬 입장에서도 답답함은 있었다. 외국인 감독을 찾는 듯하다가, 국내 지도자로 급선회한 것처럼 보였고, 그 과정에서 전력강화위원회 내부 위원의 문제 제기가 나왔다. 여기서 축구협회가 가장 먼저 해야 했던 건 반박보다 기록 공개에 가까운 설명이었다. 회의록 전문까지는 어렵더라도, 평가 기준과 권한 구조, 최종 후보 압축 과정은 더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다. 그런데 공개된 설명은 팬들의 의심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좋은 성적이 모든 걸 지울 수 있을까

스포츠는 잔인하게도 결과가 많은 걸 바꾼다. 홍명보 감독이 월드컵 예선과 본선에서 좋은 경기력을 만들면 여론은 분명 달라질 수 있다. 대표팀이 안정적인 빌드업, 빠른 전환, 세트피스 완성도, 세대교체의 균형을 보여준다면 ‘선임 방식은 아쉬웠지만 팀은 앞으로 간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감독의 일은 결국 경기장에서 증명된다.

그런데 행정의 일은 경기장 밖에서 증명된다. 홍명보 선임 논란이 남긴 가장 큰 숙제는 다음 감독을 누가 맡느냐가 아니라, 다음 선임 때도 같은 장면이 반복될지 모른다는 불안이다. 이임생의 침묵이 오래 회자되는 것도 그래서다. 말 한마디를 더 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축구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팬들이 납득할 만한 기록과 맥락을 남기고 있느냐의 문제다.

나는 홍명보 감독의 축구가 실패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대표팀 경기를 보는 팬이라면 누구나 결국 좋은 경기, 좋은 흐름, 좋은 결과를 원한다. 다만 성적이 좋아도 과정의 빈칸은 별도로 남는다. 한국 축구가 진짜 강해지려면 감독의 전술판뿐 아니라 협회의 의사결정표도 더 선명해져야 한다. 그게 팬들이 숫자와 기록 뒤에서 계속 찾고 있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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