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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스틱 들고 같은 코스 다시 올라가봤더니 기록이 먼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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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스틱 들고 같은 코스 다시 올라가봤더니 기록이 먼저 달라졌다

같은 산인데 다리가 덜 무너지는 느낌

얼마 전 늘 가던 동네 산을 다시 올랐는데, 이번에는 등산스틱을 제대로 써봤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손에 들고 다니는 보조 장비 정도로 봤는데, 기록을 재보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어요. 같은 6.8km 코스, 누적 상승고도 약 520m, 평균 경사도 7% 안팎인 길이었는데 체감 피로가 확실히 덜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정상 도착 시간보다 하산 후 기록이었습니다. 올라갈 때는 평소보다 4분 정도 빨랐고, 내려올 때는 무릎 부담이 줄어서인지 페이스가 끝까지 크게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마지막 1.5km 구간에서 예전에는 보폭이 짧아지고 멈추는 횟수가 늘었는데, 이번에는 휴식 없이 내려왔습니다. 숫자로 보면 사소해 보이지만, 산에서는 이런 차이가 꽤 큽니다.

사실 등산스틱의 가치는 ‘빨리 가는 장비’라기보다 힘을 분산시키는 장비에 가깝습니다. 다리 혼자 감당하던 충격과 균형 부담을 팔과 상체로 나눠주는 방식이죠. 러닝에서 케이던스와 보폭을 관리하듯, 등산에서도 리듬을 만들어주는 도구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합니다.

등산스틱은 기록보다 페이스 유지에 강하다

등산 기록을 볼 때 많은 사람이 총 소요 시간만 봅니다. 그런데 산행에서는 후반부 페이스 저하가 훨씬 중요한 지표입니다. 초반에 빠르게 오르다가 하산에서 무릎이 털리면 전체 만족도가 확 떨어지거든요. 등산스틱은 바로 이 후반부를 지켜주는 쪽에 강점이 있습니다.

제가 체감한 가장 큰 변화는 세 가지였습니다.

  • 급경사 오르막에서 허벅지 부담이 줄어듦
  • 내리막에서 무릎에 꽂히는 충격이 완화됨
  • 흙길이나 돌길에서 균형을 잃는 순간이 줄어듦

특히 내리막에서 차이가 큽니다. 체중 70kg인 사람이 경사진 길을 내려올 때 무릎에 실리는 순간 하중은 평지보다 훨씬 커집니다. 여기에 배낭 5kg만 더해도 하체가 받는 부담은 체감상 크게 늘어납니다. 등산스틱을 앞쪽에 짚고 내려오면 충격 일부가 팔과 어깨로 분산됩니다. 팔이 조금 피곤해지는 대신, 무릎이 끝까지 버틸 확률이 올라가는 셈입니다.

두 개를 써야 효과가 보인다

가끔 등산스틱 하나만 들고 가는 사람도 많습니다. 짧은 산책로나 완만한 둘레길이라면 하나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고도 차가 있고 하산이 긴 코스라면 두 개를 쓰는 쪽이 훨씬 안정적입니다. 좌우 균형이 맞아야 보행 리듬이 일정해지고, 몸이 한쪽으로 틀어지는 느낌도 줄어듭니다.

스포츠 기록으로 비유하면, 한쪽 신발만 좋은 걸 신는 느낌과 비슷합니다. 장비가 있기는 한데 효율이 반만 나오는 거죠. 등산스틱 두 개를 쓰면 왼발-오른스틱, 오른발-왼스틱처럼 교차 리듬이 만들어집니다. 이 리듬이 잡히면 오르막에서도 호흡이 덜 흔들립니다.

길이는 생각보다 기록에 영향을 준다

등산스틱을 대충 길게 빼서 쓰면 오히려 어깨가 먼저 뻐근해집니다. 기본은 평지에서 팔꿈치가 약 90도 정도 접히는 길이입니다. 키 170cm 전후라면 대략 110~115cm, 180cm 전후라면 120cm 안팎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팔 길이와 보행 습관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오르막에서는 평지보다 5~10cm 짧게 쓰는 편이 좋습니다. 그래야 몸 가까이에서 힘을 밀어 넣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내리막에서는 5~10cm 길게 조절하면 앞쪽 지지점이 생겨 무릎 충격을 줄이기 쉽습니다. 이 조절을 안 하면 스틱이 몸보다 늦게 따라오거나, 너무 앞에 꽂혀 보폭을 방해합니다.

근데 솔직히 처음부터 완벽하게 맞추기는 어렵습니다. 저도 첫 산행에서는 손목 스트랩을 너무 꽉 조여서 손바닥이 불편했습니다. 스트랩은 손목을 묶는 장치가 아니라 하중을 받쳐주는 고리입니다. 아래에서 위로 손을 넣고 그립을 잡으면 손가락 힘을 덜 쓰고도 스틱을 밀 수 있습니다. 이 작은 차이가 장거리에서는 꽤 크게 옵니다.

카본이냐 알루미늄이냐, 숫자로 보면 선택이 쉬워진다

등산스틱을 고를 때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게 소재입니다. 카본은 가볍고 진동 흡수가 좋습니다. 대신 강한 측면 충격에는 취약할 수 있고 가격이 높습니다. 알루미늄은 조금 무겁지만 내구성이 좋고 가격 접근성이 좋습니다. 초보자나 바위, 계단, 흙길이 섞인 국내 산행에서는 알루미늄도 충분히 좋은 선택입니다.

무게 차이는 보통 한 쌍 기준 100~200g 정도에서 갈립니다. 숫자만 보면 작아 보이지만, 스틱은 배낭 안에 넣는 장비가 아니라 계속 들고 흔드는 장비입니다. 팔을 수천 번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100g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가벼움만 보고 고르면 잠금 장치나 그립감에서 아쉬울 수 있습니다.

  • 짧은 당일 산행 위주라면 알루미늄 접이식 또는 3단 조절식
  • 장거리 트레킹이 많다면 가벼운 카본 또는 경량 알루미늄
  • 겨울 산행까지 고려한다면 장갑 끼고 조작하기 쉬운 레버 잠금 방식
  • 손에 땀이 많다면 코르크 또는 EVA 그립

개인적으로는 처음 사는 등산스틱이라면 너무 비싼 모델보다 잠금이 단단하고 길이 조절이 쉬운 제품이 낫다고 봅니다. 기록을 챙기는 사람일수록 장비 스펙보다 반복 사용성이 중요합니다. 산행 중간에 길이 조절이 귀찮으면 결국 안 쓰게 되거든요.

등산스틱이 잘 맞는 사람, 덜 필요한 사람

모든 산행에 등산스틱이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닙니다. 짧고 평탄한 코스, 사람이 많아 스틱을 자유롭게 짚기 어려운 길에서는 오히려 번거로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산이 길거나, 무릎이 예민하거나, 배낭 무게가 있는 산행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특히 누적 상승고도 500m 이상, 산행 시간이 3시간을 넘는 코스부터는 등산스틱의 장점이 꽤 뚜렷해집니다. 처음 30분은 별 차이를 못 느껴도 2시간이 지나면 다리 피로도에서 차이가 납니다. 경기로 치면 1쿼터가 아니라 4쿼터 운영에 강한 장비입니다.

다만 사용 매너도 중요합니다. 좁은 길에서 뒤 사람을 향해 스틱 끝이 튀지 않게 해야 하고, 나무데크나 바위 구간에서는 고무 팁을 쓰는 편이 좋습니다. 장비 하나가 내 기록에는 도움이 되지만, 다른 사람의 산행 흐름을 방해하면 좋은 사용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등산스틱을 써보고 나서 가장 달라진 생각은 이겁니다. 산을 잘 탄다는 건 무조건 빠르게 올라가는 게 아니라, 올라가고 내려오는 전체 흐름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등산스틱은 그 흐름을 조금 더 오래 유지하게 해주는 장비였습니다. 다음번에는 같은 코스를 배낭 무게만 바꿔서 다시 재볼 생각입니다. 산에서는 작은 변수 하나가 기록의 표정을 완전히 바꾸니까요.

등산스틱 들고 같은 코스 다시 올라가봤더니 기록이 먼저 달라졌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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