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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복을 기록 보듯 입어봤더니, 산에서 숫자가 몸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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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복을 기록 보듯 입어봤더니, 산에서 숫자가 몸으로 느껴졌다

처음엔 그냥 편한 옷이면 된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 주말 산행을 다녀왔는데,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 등산복 차이가 더 크게 느껴졌다. 예전엔 운동복 아무거나 입고 가도 된다고 생각했다. 땀 나면 마르는 옷, 바람 불면 막아주는 겉옷 정도면 충분하다고 봤다. 그런데 산은 생각보다 기록 스포츠에 가깝다. 고도, 기온, 습도, 체감온도, 휴식 시간, 보행 속도가 전부 몸에 남는다.

예를 들어 해발 600m 정도의 산을 왕복 3시간 코스로 걸어도 초반 40분은 땀이 몰리고, 능선에 올라서면 바람 때문에 체온이 빠르게 떨어진다. 같은 10도라도 평지 10도와 산 위 10도는 다르다. 이때 면 티셔츠를 입으면 땀이 식으면서 몸이 확 차가워진다. 반대로 기능성 베이스레이어를 입으면 땀이 피부에 오래 머물지 않아 페이스가 무너지지 않는다. 기록으로 치면 초반 오버페이스를 막아주는 장비인 셈이다.

등산복은 세트가 아니라 역할이다

등산복을 고를 때 상하의 브랜드를 맞추는 데 먼저 눈이 가기 쉽다. 근데 실제 산에서 중요한 건 조합이다. 베이스레이어, 미드레이어, 아우터가 각각 맡는 역할이 다르다. 축구에서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를 한 명에게 다 맡기면 경기 운영이 흔들리는 것과 비슷하다.

  • 베이스레이어: 땀을 빠르게 흡수하고 밖으로 보내는 역할
  • 미드레이어: 체온을 붙잡아주는 보온층
  • 아우터: 바람, 비, 눈을 막는 방어층
  • 팬츠: 보폭과 무릎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는 하체 장비

봄가을 산행 기준으로 보면 얇은 기능성 긴팔에 플리스나 경량 재킷, 그리고 바람막이 하나면 꽤 안정적이다. 겨울엔 여기에 보온층이 더해진다. 중요한 건 두꺼운 옷 하나가 아니라 얇은 옷 여러 겹이다. 산행 중 체온은 계속 바뀐다. 초반 오르막에서는 덥고, 정상 근처에서는 춥고, 하산 때는 무릎과 발목에 피로가 쌓인다. 레이어링이 잘되면 중간중간 옷을 조절하면서 컨디션을 관리할 수 있다.

숫자로 보면 왜 소재가 중요한지 보인다

등산복 이야기를 하면 꼭 나오는 말이 흡습속건이다. 말은 익숙한데 체감은 꽤 직접적이다. 일반 면 소재는 땀을 머금으면 무거워지고 마르는 속도도 느리다. 2시간 산행에서 땀이 한 번 식으면 그 뒤부터는 체력보다 체온 관리가 문제가 된다. 특히 5~15도 구간에서는 땀과 바람의 조합이 생각보다 강하다.

등산복 소재는 보통 폴리에스터, 나일론, 스판덱스 혼방이 많이 쓰인다. 폴리에스터는 땀 배출과 건조가 빠르고, 나일론은 마찰과 내구성에서 장점이 있다. 스판덱스가 들어가면 무릎을 올리거나 바위를 디딜 때 움직임이 편하다. 등산 팬츠를 고를 때 신축성 5~10% 차이가 별것 아닌 것 같아도, 계단 1,000개를 오르내리면 느낌이 달라진다.

방수와 투습도도 봐야 한다. 방수 수치가 높으면 비를 막는 힘은 좋아지지만, 투습이 부족하면 안쪽에서 땀이 차서 결국 젖는다. 그래서 가벼운 당일 산행이라면 무조건 두꺼운 방수 재킷보다 휴대하기 좋은 바람막이나 경량 쉘이 더 실용적일 때가 많다. 장거리 산행이나 비 예보가 있는 날은 방수 재킷의 가치가 확 올라간다. 상황별 기록이 다르면 장비 선택도 달라지는 것이다.

초보자가 많이 놓치는 건 하의와 핏이다

솔직히 등산복을 처음 살 때 상의에 돈을 더 쓰기 쉽다. 사진에도 잘 나오고, 색상 선택도 재미있다. 그런데 실제 산행 기록을 좌우하는 건 하의인 경우가 많다. 오르막에서는 허벅지와 엉덩이, 하산에서는 무릎과 종아리가 계속 쓰인다. 팬츠가 뻣뻣하면 보폭이 줄고, 보폭이 줄면 같은 거리를 가도 피로가 더 빨리 쌓인다.

등산 팬츠는 허리를 조였을 때 숨이 막히지 않아야 하고, 무릎을 90도 이상 올렸을 때 당김이 적어야 한다. 발목 쪽이 너무 넓으면 나뭇가지나 바위에 걸릴 수 있고, 너무 슬림하면 겨울에 이너를 받쳐 입기 어렵다. 등산복 핏은 평상복처럼 예쁜 실루엣만 보면 안 된다. 움직였을 때 몸과 같이 가는지가 더 중요하다.

계절별로 체감이 달라지는 포인트

여름 등산복은 통풍과 자외선 차단이 중요하다. 반팔보다 얇은 긴팔이 더 편할 때도 많다. 땀은 나지만 팔이 덜 타고, 벌레나 잔가지에도 조금 더 안전하다. 겨울 등산복은 보온만 보면 실패하기 쉽다. 너무 따뜻하게 입고 출발하면 20~30분 안에 땀이 차고, 그 땀이 정상에서 차갑게 돌아온다. 출발할 때 약간 서늘한 정도가 오히려 오래 간다.

비 오는 날에는 방수 재킷만큼 모자, 소매, 지퍼 마감도 중요하다. 작은 틈으로 물이 들어오면 체감 만족도가 확 떨어진다. 반대로 맑은 날 짧은 산행에서는 가벼움이 승부다. 배낭에 넣고 뺄 때 부담 없는 옷이 결국 자주 손이 간다.

등산복은 산행 스타일의 기록지다

등산복을 몇 번 바꿔 입어보니, 좋은 옷은 산을 쉽게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내 몸 상태를 덜 흔들리게 해주는 쪽에 가깝다. 땀이 빨리 마르면 휴식 후 다시 걷기 쉽고, 바람을 막아주면 정상에서 오래 머물 수 있다. 팬츠가 편하면 하산 때 집중력이 덜 깨진다. 이런 차이는 단일 경기의 스코어보다 시즌 전체의 컨디션 관리에 가깝다.

처음부터 비싼 등산복을 풀세트로 맞출 필요는 없다. 다만 자주 가는 산의 높이, 평균 산행 시간, 계절, 본인의 땀 양은 기억해두는 게 좋다. 2시간 동네 산행이 많은 사람과 6시간 능선 산행을 즐기는 사람의 선택은 달라야 한다. 기록을 보는 스포츠 팬 입장에서 등산복은 꽤 흥미로운 장비다. 숫자로는 소재와 무게를 보고, 몸으로는 체온과 피로를 확인하게 된다. 산을 오래 즐기고 싶다면 옷도 결국 내 페이스를 지켜주는 팀 동료처럼 골라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등산복을 기록 보듯 입어봤더니, 산에서 숫자가 몸으로 느껴졌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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