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OP 배구단 첫 시즌을 기록으로 따라가 봤더니, 난항이 먼저 보였다

처음부터 쉬운 창단 시즌은 거의 없다
얼마 전 SOOP 수퍼스 관련 소식을 보다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팀은 이름보다 시간과 싸우겠구나’였다. 새 유니폼, 새 감독, 새 구단명은 팬 입장에서 분명 신선하다. 그런데 기록을 챙겨 보는 쪽에서는 조금 다르게 보인다. 창단 첫 시즌, 그것도 2026-2027 V리그 여자부에 바로 뛰어드는 팀이라면 기대보다 변수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SOOP은 페퍼저축은행 여자배구단을 인수해 여자부 7개 구단 체제를 이어가게 됐다. 겉으로는 ‘신생팀’이지만 완전히 백지에서 시작하는 팀은 아니다. 문제는 그 점이 오히려 복잡하다는 데 있다. 기존 팀의 흔적은 남아 있는데, 운영 주체와 팀명, 감독, 선수단 구성이 한꺼번에 바뀐다. 팀 스포츠에서 이 정도 변화는 단순한 리브랜딩이 아니라 경기력의 언어를 새로 맞추는 과정에 가깝다.
김세진 감독 카드, 장점은 분명하지만 변수도 크다
SOOP이 초대 감독으로 김세진 감독을 택한 건 꽤 흥미로운 선택이다. 김 감독은 남자부 OK저축은행을 맡아 2014-2015시즌, 2015-2016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끈 경험이 있다. 신생팀 운영 경험이라는 관점에서는 이보다 선명한 이력도 많지 않다. 팀을 만들고, 분위기를 잡고, 선수단에 승리 경험을 주입하는 데 강점을 보여준 지도자다.
그런데 여자부는 남자부와 리듬이 다르다. 랠리 길이, 리시브 부담, 세터와 공격수의 호흡, 외국인 선수 의존도까지 경기 흐름이 다르게 움직인다. 남자부에서 통했던 빠른 성과 공식이 여자부에서도 그대로 작동한다고 보긴 어렵다. 특히 창단 첫 시즌에는 전술 완성도보다 ‘실수 뒤에 무너지지 않는 구조’가 더 중요하다. 서브 리시브가 흔들렸을 때 누가 첫 공을 안정시키는지, 20점 이후 공격 루트가 얼마나 단순해지는지, 이런 장면들이 승패를 갈라놓는다.
좋은 감독보다 먼저 필요한 건 반복 가능한 기본값
김세진 감독의 이름값은 분명 팀에 무게를 준다. 다만 새 팀이 초반부터 상위권 팀처럼 경기할 가능성은 낮게 잡는 게 현실적이다. 감독이 바뀌면 훈련 언어가 바뀌고, 작전 타임의 메시지도 바뀐다. 선수들은 공 하나를 처리하면서도 이전 팀에서 배운 습관과 새 팀의 약속 사이에서 몇 경기씩 흔들릴 수 있다. 팬들은 한두 경기 결과에 예민하게 반응하지만, 창단 시즌의 진짜 지표는 세트 득실보다 범실 관리와 리시브 효율의 추세일 가능성이 크다.
전새얀·송은채 영입이 말해주는 방향
SOOP은 전새얀과 송은채를 영입하며 선수단 구성을 본격화했다. 이 조합은 꽤 말이 된다. 전새얀은 한국도로공사에서 2019-2020시즌부터 2024-2025시즌까지 6시즌 연속 세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공격수다. 특히 2021-2022시즌에는 225득점을 올렸다. 화려한 에이스형 숫자라기보다, 긴 시즌을 버텨본 선수의 누적 기록이라는 점이 더 중요하다.
반대로 송은채는 2006년생이다. 창단팀 입장에서는 당장의 완성도보다 성장 곡선을 같이 가져갈 수 있는 자원이다. 베테랑과 유망주를 동시에 품은 건 ‘지금 버틸 선수’와 ‘앞으로 키울 선수’를 함께 잡겠다는 신호다. 근데 이 조합이 곧바로 순위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보긴 어렵다. 배구는 한 명의 공격수가 점수를 내도, 그 전에 리시브와 세트업이 버텨야 숫자가 쌓이는 종목이다.
- 전새얀: 경험, 로테이션 안정감, 국내 공격 옵션 보강
- 송은채: 장기 육성 자원, 에너지, 세대교체 카드
- 김세진 감독: 신생팀 운영 경험, 조직 문화 구축 능력
- 남은 과제: 외국인 선수 적응, 주전 세터와 리베로 축, 20점 이후 공격 분산
창단 첫 시즌 난항이 예상되는 진짜 이유
SOOP 배구단 창단 첫 시즌 난항 예상이라는 말은 단순히 ‘약할 것 같다’는 감상이 아니다. 이유는 꽤 구체적이다. 첫째, 비시즌 준비 시간이 짧다. 2026년 6월에 구단명과 감독이 확정됐고, 7월부터 선수 영입 소식이 이어졌다. V리그는 시즌이 길고 이동도 많다. 팀 색깔을 만들기엔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둘째, 기존 전력의 이탈 여파가 있다. 페퍼저축은행 시절 팀은 이미 재정 문제와 매각 흐름 속에서 흔들렸고, 주요 FA 이탈도 있었다. 선수단이 남아 있다고 해도, 팀의 중심축이 한 번 빠진 뒤 새 체계를 세우는 작업은 시간이 걸린다. 특히 여자배구에서 국내 공격수와 수비 라인의 연속성은 생각보다 큰 자산이다.
셋째,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쿼터 조합이 첫 시즌 성패를 크게 흔들 수 있다. 여자부는 외국인 선수의 공격 점유율이 높은 편이다. 그런데 창단팀은 국내 선수 호흡이 안정되기 전까지 외국인 선수에게 공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 이때 성공률이 떨어지면 경기가 급격히 단조로워진다. 상대 블로킹은 읽기 쉬워지고, 세터는 더 부담을 느낀다.
팬이 봐야 할 숫자는 승수만이 아니다
솔직히 첫 시즌부터 플레이오프 경쟁을 기대하는 건 꽤 공격적인 전망이다. 대신 기록을 보는 팬이라면 다른 숫자를 챙기는 편이 훨씬 재밌다. 예를 들면 세트당 범실, 리시브 효율, 국내 선수 득점 비중, 5세트 승률, 20점 이후 득실 차 같은 지표다. 순위표는 팀의 현재 위치를 보여주지만, 이런 숫자는 팀이 앞으로 올라갈 수 있는지까지 보여준다.
특히 국내 선수 득점 비중은 SOOP의 시즌을 읽는 좋은 창이 될 수 있다. 외국인 선수에게만 의존하면 단기적으로 점수는 난다. 하지만 긴 시즌에서는 상대가 패턴을 읽는다. 전새얀 같은 베테랑이 한 경기 8~12점 구간을 꾸준히 보태고, 젊은 선수들이 교체 투입에서 서브와 수비로 흐름을 바꿔준다면 패배 속에서도 팀의 모양은 만들어진다.
순위보다 중요한 건 팀이 무너지는 방식이다
신생팀을 볼 때 가장 흥미로운 장면은 이길 때보다 질 때 나온다. 1세트를 내준 뒤 2세트 초반에 바로 무너지는지, 아니면 15점까지는 끌고 가는지. 20-20 이후에 공격 선택지가 하나로 좁아지는지, 아니면 중앙과 후위 공격까지 섞는지. 이런 장면들이 쌓이면 그 팀의 체질이 보인다.
SOOP 수퍼스의 첫 시즌은 아마 매끄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난항이 실패를 뜻하진 않는다. 창단팀의 첫 시즌은 성적표라기보다 기준선을 만드는 시간에 가깝다. 김세진 감독이 어떤 선수에게 긴 시간을 주는지, 전새얀이 얼마나 안정적인 득점 축을 맡는지, 송은채 같은 젊은 자원이 어느 순간 코트에서 자기 역할을 찾는지 지켜보면 숫자 뒤의 이야기가 꽤 또렷하게 보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SOOP의 첫 시즌을 순위표 맨 아래부터 보지 않으려 한다. 경기마다 남는 작은 기록들이 이 팀의 다음 시즌을 먼저 말해줄 것 같아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