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메시를 다시 봤더니, 세리머니보다 기록이 먼저 보였다

얼마 전 메시의 인터 마이애미 시절 골 장면을 다시 보다가, 이상하게 골보다 세리머니에서 먼저 멈췄다. 두 손목을 꺾어 거미줄을 쏘는 동작. 팬들이 부르는 이른바 ‘스파이더맨 메시’ 장면인데, 사실 이 장면은 귀여운 퍼포먼스 하나로 넘기기엔 꽤 많은 숫자와 흐름을 품고 있다.
스파이더맨 메시가 나온 그 경기
이 장면은 2023년 8월 11일, 리그스컵 8강 인터 마이애미와 샬럿 FC 경기에서 나왔다. 스코어는 인터 마이애미의 4-0 승리. 메시는 후반 86분 레오나르도 캄파나의 낮은 크로스를 문전에서 마무리했고, 골 직후 스파이더맨처럼 손목을 뻗었다.
숫자로 보면 더 선명하다. 이 골은 메시가 인터 마이애미 유니폼을 입고 넣은 8번째 골이었고, 리그스컵 기준으로는 5경기 연속 득점 흐름 속에서 나온 골이었다. 새 리그, 새 팀, 새 환경에 적응하는 선수라고 보기엔 페이스가 너무 빨랐다. 보통 슈퍼스타가 미국 무대로 옮기면 첫 몇 경기는 적응기라는 표현이 붙는다. 그런데 메시는 그 시간을 거의 건너뛰었다.
세리머니는 장난 같았지만, 경기 흐름은 진지했다
그날 인터 마이애미는 이미 경기를 잡아가고 있었다. 4-0이라는 점수만 보면 메시의 골은 승패를 가른 결정타라기보다 승리를 닫는 장면에 가깝다. 그런데 이런 골이 더 무섭다. 팀이 앞서고 있을 때도 박스 안 움직임이 죽지 않고, 마지막 패스가 들어올 위치를 알고, 짧은 터치 하나로 기록을 추가한다. 이건 컨디션 좋은 공격수의 장면이 아니라 습관처럼 득점 루트를 찾는 선수의 장면이다.
메시의 장점은 늘 화려한 드리블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샬럿전 골도 마찬가지다. 공을 오래 끌지 않았다. 수비가 무너진 지점을 읽고, 동료의 크로스 타이밍에 맞춰 몸을 열고, 한 번에 밀어 넣었다. 기록지에는 단순히 86분 득점으로 남지만, 그 안에는 위치 선정과 판단 속도가 같이 들어 있다.
왜 하필 스파이더맨이었을까
처음엔 많은 팬들이 MLS와 마블의 협업을 떠올렸다. 실제로 당시 리그에는 마블 관련 마케팅이 있었고, 메시가 토르, 블랙 팬서, 스파이더맨으로 이어지는 세리머니를 하자 상업적 연출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근데 메시가 직접 밝힌 배경은 훨씬 개인적이었다. 미국 생활 초반, 세 아들과 밤마다 마블 영화를 봤고, 아이들이 골을 넣으면 슈퍼히어로 세리머니를 해달라고 했다는 이야기다.
이 대목이 좋다. 메시라는 선수는 커리어 내내 과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타입은 아니었다. 바르셀로나 시절에도,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도 감정 표현이 폭발적인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인터 마이애미에서는 조금 달랐다. 홈 경기에서 아이들이 가까이 있을 때, 아이들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세리머니를 했다. 그래서 스파이더맨 메시는 단순한 밈이 아니라, 커리어 후반부 메시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장면처럼 느껴진다.
기록으로 보면 더 재밌는 메시의 미국 무대
인터 마이애미 합류 직후 메시의 리그스컵 초반 흐름은 비정상적으로 뜨거웠다. 5경기 8골. 토너먼트에서 이 정도 페이스면 상대는 전술을 짜기도 전에 심리적으로 밀린다. 특히 메시가 직접 해결하는 골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수비를 끌고, 동료에게 공간을 만들고, 경기장 전체의 시선을 한쪽으로 묶어두는 효과가 컸다.
- 샬럿전 결과: 인터 마이애미 4-0 승리
- 메시 득점 시간: 후반 86분
- 당시 리그스컵 기록: 5경기 8골
- 세리머니 흐름: 토르, 블랙 팬서, 스파이더맨으로 이어진 마블 콘셉트
재밌는 건 상대가 샬럿이었다는 점이다. 2024년 9월에도 메시는 샬럿을 상대로 골을 넣고 아이언맨 세리머니를 했다. 그때는 인터 마이애미가 1-1로 비겼고, 메시의 중거리 동점골이 경기의 균형을 맞췄다. 같은 팀을 상대로 다른 시기의 마블 세리머니가 이어진 셈이다. 팬 입장에선 이런 반복이 쌓일수록 장면 하나가 작은 연대기처럼 보인다.
스파이더맨 메시가 남긴 묘한 인상
솔직히 스포츠에서 세리머니는 기록보다 빨리 소비된다. 짧은 영상으로 돌고, 밈으로 퍼지고, 며칠 지나면 다른 장면에 밀린다. 그런데 스파이더맨 메시는 조금 오래 남았다. 이유는 단순히 동작이 귀여워서만은 아니다. 메시가 미국 무대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골을 너무 쉽게 넣고 있었고, 그 와중에 가족과 연결된 작은 의식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선수의 커리어 후반을 볼 때 우리는 보통 하락 곡선을 먼저 떠올린다. 출전 시간 관리, 부상 위험, 스피드 저하 같은 단어가 붙는다. 그런데 메시의 이 시기에는 다른 장면도 있다. 경기력은 여전히 날카롭고, 표정은 조금 더 편안해졌고, 세리머니에는 가족의 취향이 들어갔다. 스파이더맨 메시라는 별명은 그래서 가볍지만 얕지는 않다. 기록으로는 5경기 8골의 폭발력이고, 이야기로는 아버지 메시가 아이들과 만든 작은 약속이다. 나는 이런 장면이 오래 기억된다. 숫자가 먼저 말하고, 그 뒤에 사람이 보이는 순간이라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