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덕주 기록을 다시 훑어봤더니, 좌완 불펜의 흔들림에도 이야기가 있었다

얼마 전 LG 불펜 기록을 보다가 함덕주 이름에서 손이 멈췄습니다. 단순히 평균자책점 숫자가 높아서가 아니었습니다. 이 선수는 한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두산 마운드의 귀한 좌완 카드였고, LG로 옮긴 뒤에도 2023년에는 꽤 선명한 반등을 보여준 투수였거든요. 그런데 2026년 기록표를 보면 숫자가 묘하게 말이 많습니다.
함덕주는 1995년생 좌완 투수입니다. 2013년 두산 베어스 5라운드 43순위로 프로에 들어왔고, 현재는 LG 트윈스 등번호 11번을 달고 있습니다. 프로 커리어만 놓고 보면 이미 짧지 않습니다. 선발 경험도 있고, 긴 이닝도 던져봤고, 경기 후반 짧은 승부도 맡아봤습니다. 그래서 함덕주를 볼 때는 단순히 “잘 던졌다, 못 던졌다”보다 어떤 역할에서 어떤 공을 던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게 보입니다.
2023년의 함덕주는 왜 특별했나
함덕주 이야기를 하려면 2023년을 빼놓기 어렵습니다. 당시 그는 57경기, 55⅔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62, WHIP 0.97을 기록했습니다. 불펜 투수에게 WHIP 1.00 아래라는 건 굉장히 큽니다. 주자를 적게 내보냈다는 뜻이고, 감독 입장에서는 이닝 중간에 올려도 계산이 선다는 뜻이니까요.
사실 좌완 불펜은 숫자보다 쓰임새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포지션입니다. 상대 좌타 라인, 6~8회 연결 구간, 한 타자 승부, 연투 가능성까지 같이 봐야 합니다. 그런데 2023년 함덕주는 단순한 좌완 스페셜리스트 느낌을 넘어섰습니다. 55이닝 이상을 소화하면서도 피로 누적을 꽤 버텼고, 위기에서 흐름을 끊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그 시즌의 의미는 평균자책점 하나로 끝나지 않습니다. 2023년은 LG가 우승 흐름을 만든 해였고, 함덕주는 그 불펜 퍼즐에서 꽤 중요한 조각이었습니다. 팬들이 그를 기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압도적인 구속으로 윽박지르는 유형은 아니지만, 타이밍을 흔들고 카운트를 만들어내며 경기를 차분하게 넘기는 투수. 그 이미지가 강하게 남았습니다.
2026년 기록표가 보여주는 불편한 변화
그런데 2026년 기록은 분위기가 다릅니다. KBO 일자별 기록 기준으로 함덕주는 7월 25일까지 32이닝을 던졌고, 평균자책점은 6.19까지 올라갔습니다. 승패는 2승 1패, 세이브 1개, 홀드 5개입니다. 겉으로 보면 승리와 홀드가 붙어 있어서 완전히 무너진 시즌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근데 내용을 뜯어보면 불안 요소가 꽤 선명합니다.
- 3월: 2이닝 무실점, 출발은 깔끔했다.
- 4월: 8이닝 6자책, 피홈런 2개로 평균자책점이 흔들렸다.
- 5월: 5⅔이닝 5자책, 삼성전 0이닝 4실점이 크게 남았다.
- 6월: 10⅓이닝 4자책, 월별로는 가장 안정적인 구간이었다.
- 7월: 6이닝 7자책, 볼넷 6개와 사구 2개가 치명적이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건 피안타보다 볼넷 흐름입니다. 7월 6이닝 동안 볼넷 6개는 불펜 투수에게 부담이 큽니다. 짧게 던져야 하는 투수가 스스로 주자를 쌓으면 벤치의 선택지는 확 줄어듭니다. 특히 함덕주처럼 강속구로 헛스윙만 계속 끌어내는 타입이 아니라면, 스트라이크 선점이 더 중요합니다.
5월 삼성전, 숫자보다 과정이 아팠다
2026년 5월 12일 삼성전은 함덕주의 시즌 흐름에서 꽤 큰 분기점처럼 보입니다. 당시 그는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5피안타, 1사사구, 4실점을 기록했습니다. 다음 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염경엽 감독은 카운트 싸움과 공격적인 승부를 강하게 언급했습니다.
이 장면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하루를 망친 등판이어서가 아닙니다. 불펜 투수는 한 경기의 폭발로 시즌 평균자책점이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코칭스태프가 보는 건 결과보다 반복되는 패턴입니다. 초구 스트라이크가 늦고, 불리한 카운트에서 억지로 넣는 공이 몰리고, 장타나 연속 안타로 이어지는 흐름. 이게 반복되면 좌완이라는 희소성만으로 버티기 어렵습니다.
솔직히 팬 입장에서는 아쉽습니다. 함덕주는 이미 좋은 시즌을 증명한 적이 있는 투수니까요. 그런데 야구는 예전의 좋은 기억만으로 아웃카운트를 주지 않습니다. 특히 2026년 LG처럼 우승권 전력을 노리는 팀이라면 불펜 한 자리의 기준이 더 빡빡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함덕주에게 남아 있는 가치
그렇다고 함덕주를 숫자 하나로 지워버리기엔 아직 이릅니다. 좌완, 경험, 멀티 이닝 가능성, 큰 경기 경험은 쉽게 대체되지 않습니다. 2026년에도 4월 30일 KT전 세이브처럼 위기 상황을 버틴 장면이 있었습니다. 연이은 접전 패배 뒤 1점 차 리드를 지켜낸 등판은 팀 분위기상 꽤 큰 의미가 있었죠.
문제는 역할의 재설계입니다. 예전처럼 필승조 한복판에 계속 밀어 넣기보다, 상대 타순과 구장, 휴식일을 더 세밀하게 맞춰 쓰는 쪽이 현실적입니다. 특히 볼넷이 늘어나는 구간에서는 좌타자 상대 원포인트보다 한 이닝을 맡기는 운영이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구위와 제구가 같이 올라오는 날에는 6회나 7회 연결 구간에서 아직 쓸모가 있습니다.
함덕주의 커리어를 보면 좋은 시즌과 흔들린 시즌의 차이가 꽤 극단적으로 나타납니다. 2023년 평균자책점 1.62와 2025년 6.00, 2026년 7월 25일 기준 6.19는 같은 선수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간격이 큽니다. 그래서 더 흥미롭습니다. 이 선수의 가치는 사라졌다기보다, 조건이 맞을 때 살아나는 쪽에 가깝습니다.
함덕주를 보는 팬의 시선
함덕주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건 좌완 불펜의 삶이 참 빡빡하다는 점입니다. 선발은 부진해도 다음 등판까지 수정할 시간이 있습니다. 타자는 4타수 무안타 뒤에도 다음 경기 첫 타석으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펜은 공 몇 개가 곧바로 시즌 평가가 됩니다. 특히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올라가는 투수라면 더 그렇습니다.
지금 함덕주에게 필요한 건 거창한 부활 서사가 아니라 카운트 회복이라고 봅니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 볼넷 억제, 장타 허용 감소. 이 세 가지가 붙으면 평균자책점은 자연스럽게 내려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이 부분이 계속 흔들리면 경험 많은 좌완이라는 장점도 벤치 신뢰를 되찾기 어렵습니다.
기록은 냉정하지만, 기록을 읽는 재미는 그 냉정함 뒤에 있습니다. 함덕주의 2026년은 아직 깔끔한 성공담은 아닙니다. 그래도 좋은 기억과 불안한 현재가 같이 남아 있는 선수라서, 다음 등판의 첫 스트라이크 하나까지 괜히 더 보게 됩니다. 자료는 KBO 선수 기록과 KBO Fancy Stats, 2026년 5월 13일 뉴스핌 보도를 참고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