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약셀 리오스 영입설을 따라가 봤더니, 속도만으로는 부족했던 한 달의 이야기

얼마 전 LG 트윈스 외국인 투수 교체 흐름을 다시 보다가, 약셀 리오스 이름이 처음 돌던 순간의 분위기가 꽤 선명하게 떠올랐습니다. 팬들이 가장 먼저 반응한 건 역시 구속이었죠. 98마일, 99마일 이야기가 나오면 KBO 팬 입장에서는 귀가 열릴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LG처럼 우승권 전력을 유지해야 하는 팀이 시즌 중반에 외국인 투수 카드를 만진다면, 그 이름 하나에도 불펜 운용과 순위 싸움의 그림이 같이 따라붙습니다.
영입설이 뜨거웠던 이유는 단순했다
약셀 리오스 영입설이 처음 팬들 사이에서 힘을 얻은 이유는 복잡하지 않았습니다. 빠른 공. 이 네 글자였습니다. 리오스는 190cm, 97kg의 우완 파워 피처이고,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며 불펜 자원으로 커리어를 쌓은 투수였습니다. LG 구단 발표 기준으로 메이저리그 통산 93경기, 100이닝, 8승 2패, 평균자책점 6.21. 숫자만 보면 압도적인 빅리거는 아닙니다. 그런데 불펜 투수에게 보는 포인트는 조금 다릅니다. 긴 이닝의 안정감보다 짧은 구간에서 타자를 밀어붙일 수 있느냐가 먼저 보입니다.
마이너리그 통산 기록은 344경기, 619.1이닝, 36승 32패, 평균자책점 4.11이었습니다. 2026시즌 트리플A에서는 11경기 17이닝 동안 3패, 평균자책점 4.24를 기록했습니다. 막 엄청난 성적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시즌 중반 KBO 구단이 데려올 수 있는 외국인 투수 풀을 생각하면 구위형 불펜 카드로는 충분히 눈길이 가는 프로필이었습니다.
LG의 선택은 선발 보강이 아니라 불펜 강화였다
사실 여기서 재미있는 지점이 생깁니다. LG는 요니 치리노스의 팔꿈치 통증과 부진 속에서 외국인 투수 교체를 선택했습니다. 보통 외국인 투수 교체라고 하면 팬들은 선발 로테이션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런데 리오스는 선발형 투수라기보다 불펜형 투수에 가까웠습니다. LG가 그를 데려온 건 6이닝을 먹어줄 투수보다, 경기 후반에 1이닝을 강하게 막아줄 투수가 더 절실하다고 봤다는 뜻에 가까웠습니다.
계약 규모도 시즌 중반 영입의 성격을 보여줍니다. 총액 45만 달러, 연봉 35만 달러와 인센티브 10만 달러. 짧은 기간 안에 확실한 효과를 기대한 투자였습니다. 특히 당시 LG는 강한 전력을 갖춘 팀이었고, 작은 균열 하나가 순위 싸움에서 크게 번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팀은 5선발의 불확실성만큼이나 7회, 8회, 9회의 한 타자 승부가 중요합니다.
첫 등판의 158km는 확실히 강렬했다
리오스가 잠실에서 처음 던졌을 때 분위기는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첫 공부터 전광판에 158km가 찍혔고, 포심 평균 구속도 156km대였습니다. KBO에서 1이닝 이상 던진 투수 기준으로도 눈에 띄는 속도였습니다. 관중 반응이 뜨거웠던 것도 당연했습니다. 한국 야구에서 150km 후반대 패스트볼은 아직도 장면을 바꾸는 힘이 있습니다.
근데 야구가 늘 그렇듯, 구속은 입장권이지 보증수표는 아닙니다. 빠른 공을 던진다는 건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을 수 있다는 뜻이지만, 그 공이 스트라이크존 안에서 얼마나 위협적인지, 변화구가 따라오는지, 연투와 주자 있는 상황에서 같은 공을 던질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리오스의 영입설이 기대를 만든 건 구속 때문이었고, 실제 평가가 갈린 것도 결국 그 구속을 경기 안에서 어떻게 써먹느냐 때문이었습니다.
14경기 기록이 말해준 가능성과 한계
리오스의 LG 생활은 길지 않았습니다. 14경기에서 1승 2패, 5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3.63. 표면 성적만 놓고 보면 완전히 실패라고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불펜 투수로 5홀드와 2세이브를 챙겼고, 짧은 기간 동안 여러 고비에 투입됐습니다. 하지만 LG가 원한 건 단순히 평균자책점 3점대 중반의 불펜 한 명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시즌 중반 외국인 슬롯을 쓰는 투수라면, 팀 순위 싸움을 분명히 바꿔줄 정도의 존재감이 필요했습니다.
- 장점: 150km 후반대 포심으로 타자를 압박할 수 있는 순수 구위
- 불안 요소: KBO 타자들이 빠르게 적응할 경우 커맨드와 보조 구종의 부담 증가
- 팀 맥락: LG는 우승권 팀답게 즉시 전력 이상의 확실성을 원한 상황
- 결과: 6월 초 합류 후 7월 21일 웨이버 공시 요청
연합뉴스 보도와 LG 구단 발표 흐름을 이어보면, LG는 리오스를 단순한 적응 실패 선수로 보기보다 더 큰 승부수를 위한 교체 대상으로 판단한 쪽에 가깝습니다. 리오스가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기보다, LG가 필요한 기준선이 꽤 높았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영입설에서 방출까지, 숫자 뒤에 남은 장면
약셀 리오스 영입설은 팬들에게 꽤 매력적인 상상이었습니다. 빠른 공을 던지는 외국인 불펜, 잠실의 큰 무대, 우승권 팀의 후반기 승부수. 실제로 첫 등판의 158km는 그 상상을 잠깐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한 달 남짓한 시간은 구속 하나만으로 KBO 상위권 팀의 외국인 슬롯을 지키기 어렵다는 것도 같이 보여줬습니다.
솔직히 리오스의 LG 시절은 길게 기억될 장면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래도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꽤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외국인 투수를 볼 때 팬들이 왜 구속에 먼저 반응하는지, 구단은 왜 그 이상의 요소를 봐야 하는지, 그리고 우승권 팀의 선수 평가는 얼마나 냉정하게 움직이는지까지 한 번에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약셀 리오스라는 이름은 LG 팬들에게 짧은 기대와 빠른 판단이 교차했던 2026년 여름의 한 페이지로 남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