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이킴 기록을 따라가 봤더니, 반짝 스타가 아니라 시대가 보였다

얼마 전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기록을 다시 훑다가 클로이킴 이름에서 한참 멈췄습니다. 이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는 이미지는 익숙한데, 숫자를 차례대로 놓고 보면 느낌이 꽤 달라집니다. 10대 천재의 등장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아니라, 거의 10년 넘게 종목의 기준선을 밀어 올린 선수의 기록지에 가깝거든요.
클로이킴은 미국 캘리포니아 토런스 출신의 스노보더입니다. 주 종목은 여자 하프파이프. 이 종목은 단순히 높이만 보는 경기가 아닙니다. 공중 동작의 난도, 회전 방향, 착지 안정성, 전체 루틴의 흐름이 점수로 엮입니다. 그래서 한 번 잘 탄 선수보다, 큰 무대에서 같은 완성도를 반복하는 선수가 훨씬 무섭습니다. 클로이킴이 바로 그 쪽입니다.
어릴 때부터 빨랐던 선수, 그런데 오래 갔다
클로이킴의 첫 인상은 ‘너무 일찍 나타난 선수’였습니다. 2014년 X Games Aspen에 13세로 등장해 은메달을 따냈고, 2015년에는 14세 나이로 금메달을 가져갔습니다. 어린 선수가 한 번 터지는 경우는 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이 더 어렵습니다. 상대 선수들은 분석을 하고, 심판 기준은 올라가고, 본인은 성장 과정에서 몸과 감각이 계속 바뀝니다.
그런데 클로이킴은 그 구간을 버텼습니다. X Games 기록을 보면 2014년 은메달 이후 2015년, 2016년, 2018년, 2019년, 2021년, 2024년, 2025년에 금메달을 쌓았습니다. X Games 기준 금메달 8개, 총 메달 10개 흐름입니다. 특히 2025년 Aspen 우승으로 하프파이프 X Games 최다 금메달 기록에서 숀 화이트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점이 큽니다. 여자부 기록을 넘어서 종목 전체의 비교선에 올라선 셈입니다.
올림픽 3회, 메달 3개가 말하는 안정감
Team USA 기록 기준으로 클로이킴은 2018 평창, 2022 베이징, 2026 밀라노 코르티나까지 올림픽 3회 출전 선수입니다. 메달은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 숫자만 봐도 대단하지만, 더 흥미로운 건 메달의 배치입니다. 첫 올림픽이었던 2018년 평창에서 금메달, 2022년 베이징에서 다시 금메달, 그리고 2026년에는 은메달입니다.
평창 당시 그는 17세였습니다. 여자 스노보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는 매우 어린 나이였고, 하프파이프에서는 이미 완성형에 가까운 루틴을 보여줬습니다. 2022년 베이징에서는 더 큰 의미가 붙었습니다.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올림픽 2연패를 해낸 첫 선수였기 때문입니다. 스포츠에서 첫 우승은 폭발력으로 설명될 때가 많지만, 타이틀 방어는 완전히 다른 영역입니다. 모두가 자신을 기준으로 준비하는 판에서 다시 이긴다는 뜻이니까요.
2026년 은메달도 기록표에서 가볍게 넘길 부분은 아닙니다. 3번의 올림픽에서 모두 포디움에 섰다는 건, 전성기 한 시점이 아니라 긴 시간대의 경쟁력을 증명합니다. 설상 종목은 부상 위험이 높고, 기술 트렌드가 빠르게 바뀝니다. 그런 환경에서 2018년부터 2026년까지 메달권을 유지했다는 건 체력, 기술, 멘탈 관리가 모두 맞아떨어졌다는 신호입니다.
기술의 이름보다 중요한 건 타이밍이었다
클로이킴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기록이 있습니다. 여자 선수로는 하프파이프에서 1260을 착지한 첫 선수로 기록됐고, 2025년 세계선수권에서는 스위치 더블 코크 1080을 성공시키며 또 한 번 기술사의 앞줄에 섰습니다. 이런 기술명은 처음 들으면 복잡합니다. 회전 수, 축, 진입 방향이 한꺼번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팬 입장에서 더 봐야 할 건 기술 자체보다 경기 안에서 그 기술을 꺼내는 타이밍입니다. 큰 기술은 성공하면 점수가 뛰지만, 실패하면 루틴 전체가 무너집니다. 클로이킴은 어려운 기술을 ‘보여주기용’으로 던지는 선수가 아니라, 점수판과 흐름을 읽고 필요한 순간에 배치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그의 경기는 화려한데도 산만하지 않습니다.
FIS 기록에서도 이 안정감이 보입니다. 월드컵 하프파이프에서 20차례 출전해 14번 포디움, 12번 우승을 기록했습니다. 단순 우승률로만 계산해도 굉장히 높은 편입니다. 세계선수권은 2019년, 2021년, 2025년 세 차례 출전해 모두 금메달입니다. 큰 대회에서 실수 확률을 낮추는 선수가 결국 오래 남습니다.
클로이킴이 특별한 이유는 숫자 사이에 있다
사실 클로이킴의 커리어는 몇 개의 대표 문장으로 쉽게 소비됩니다. 천재 소녀, 올림픽 2연패, X Games 여왕. 맞는 말입니다. 다만 그렇게만 보면 이 선수의 진짜 무서운 부분이 조금 흐려집니다. 그는 어릴 때 높이 올라간 뒤 그 자리를 오래 지킨 선수입니다. 더 정확히는, 다른 선수들이 따라오면 다시 기준을 올린 선수에 가깝습니다.
- 올림픽: 3회 출전,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
- X Games: 금메달 8개, 총 메달 10개 흐름
- 세계선수권: 출전한 3개 대회에서 모두 금메달
- 월드컵: 하프파이프 20경기 출전, 12승과 14회 포디움
- 상징성: 올림픽, 유스올림픽, X Games, 세계선수권을 모두 제패한 선수
이 목록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모두’라는 단어입니다. 특정 대회 하나를 지배한 게 아니라, 서로 다른 성격의 무대를 전부 가져갔습니다. X Games는 액션 스포츠 특유의 쇼맨십과 진보성이 강하고, 올림픽은 압박감과 국가대표 무게가 큽니다. 세계선수권과 월드컵은 시즌 흐름 속에서 꾸준함을 요구합니다. 클로이킴은 이 네 가지 성격을 모두 통과했습니다.
기록이 커질수록 더 흥미로워지는 선수
클로이킴을 보고 있으면 ‘역대급’이라는 말이 너무 쉽게 쓰이는 시대에도 진짜 역대급은 기록의 층이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14세 X Games 금메달, 17세 올림픽 금메달, 올림픽 2연패, 2026년까지 이어진 올림픽 포디움, 그리고 기술 진화의 장면들까지. 어느 한 순간만 떼어내도 기사 제목이 되지만, 이어 붙이면 종목의 연표가 됩니다.
근데 더 재밌는 건 아직 끝난 기록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클로이킴은 이미 많은 것을 이뤘지만, 하프파이프라는 종목은 계속 변합니다. 젊은 선수들은 더 빠르게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심판들은 더 복합적인 루틴을 요구합니다. 그 안에서 클로이킴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점수를 만들지 보는 건 단순한 응원을 넘어선 관전 포인트입니다. 숫자는 이미 충분히 화려합니다. 이제는 그 숫자가 어떤 장면으로 다시 업데이트될지가 더 궁금한 선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