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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가온 골절 투혼 금메달, 90.25점 뒤에 숨어 있던 진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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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가온 골절 투혼 금메달, 90.25점 뒤에 숨어 있던 진짜 이야기

얼마 전 최가온의 올림픽 하프파이프 결선 영상을 다시 보는데, 처음 봤을 때보다 숫자가 더 세게 들어왔다. 금메달이라는 결과도 대단하지만, 90.25점이라는 점수가 나온 위치와 타이밍이 너무 극적이었다. 1차 시기에서 넘어졌고, 2차에서도 흐름을 완전히 되찾지 못했다. 그런데 마지막 3차 시기에서 판을 뒤집었다. 스포츠에서 흔히 말하는 투혼이 그냥 감정적인 표현으로 소비될 때가 많은데, 이 경기는 기록을 뜯어볼수록 그 단어가 꽤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

90.25점은 그냥 높은 점수가 아니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 장소는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였고, 최가온은 결선 3차 시기에서 90.25점을 받았다. 클로이 김이 88.00점, 오노 미츠키가 85.00점이었다. 숫자만 놓고 보면 2.25점 차 우승이다. 근데 하프파이프에서 이 차이는 꽤 묵직하다. 난도, 높이, 회전, 착지, 전체 구성의 흐름이 모두 평가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더 흥미로운 건 최가온이 예선에서 82.25점으로 6위였다는 점이다. 예선 1위로 치고 나가 압도한 시나리오가 아니었다. 결선에서 1차 시기 낙상, 2차 시기 부진을 겪고도 마지막 런 하나로 90점대에 진입했다. 스포츠 팬 입장에서는 이게 제일 짜릿하다. 기록지가 말해주는 건 단순한 순위가 아니라, 한 선수가 압박을 어느 지점에서 견뎌냈는지다.

골절 소식이 알려지며 달라진 경기의 무게

경기 뒤 더 놀라웠던 장면은 메달 세리머니가 아니라 병원 검진 소식이었다. 최가온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3 fractures’라는 표현을 남겼고, 매니지먼트 측 설명으로는 왼쪽 손바닥뼈 세 군데 골절이 확인됐다. 알려진 흐름을 보면 이 부상은 올림픽 직전 1월 전지훈련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전해졌다. 다행히 뼈가 크게 어긋난 상태는 아니어서 수술까지는 가지 않았고, 보조기를 착용하며 치료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아픈데도 탔다’라는 단순한 감동 코드만은 아니다. 하프파이프는 손을 쓰는 종목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넘어질 때 가장 먼저 땅을 짚는 부위가 손과 팔이다. 공중에서 회전하고 착지하는 동안 균형이 조금만 흔들려도 손목과 손바닥은 위험에 노출된다. 이미 손 부상이 있는 상태라면 선수는 기술을 걸 때 무의식적으로 방어 동작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그런 몸 상태로 90.25점을 만든 건, 정신력뿐 아니라 루틴과 기술 완성도가 버텨줬다는 뜻에 가깝다.

1차 낙상 이후, 진짜 승부는 몸보다 머리였다

최가온은 결선 1차 시기에서 크게 넘어졌다. 당시에는 무릎 통증까지 겹치며 의료진이 상태를 확인할 정도였다. 이 장면이 중요한 이유는 하프파이프 결선 방식 때문이다. 선수는 3번의 기회를 얻고, 그중 최고 점수가 최종 점수로 인정된다. 말은 간단하지만, 1차에서 크게 넘어지면 남은 두 번은 완전히 다른 경기가 된다. 실수하면 끝이라는 압박이 몸에 붙는다.

  • 예선 점수: 82.25점, 6위로 결선 진출
  • 결선 우승 점수: 90.25점
  • 2위 클로이 김: 88.00점
  • 3위 오노 미츠키: 85.00점
  • 최가온 나이: 17세 3개월, 올림픽 스노보드 최연소 금메달 기록

사실 3차 시기에서 최가온이 택한 전략은 무작정 최고난도만 밀어붙이는 방식이라기보다, 완성도와 흐름을 살리는 쪽에 가까웠다. 전문가 평가에서도 최고난도 기술만으로 이긴 경기라기보다, 전체 런의 균형과 착지 안정감이 점수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부분이 좋다. 어린 선수가 큰 무대에서 ‘더 세게’가 아니라 ‘더 정확하게’를 선택했다는 뜻이니까.

클로이 김을 넘었다는 상징성

상대 구도를 빼놓을 수 없다. 클로이 김은 2018 평창, 2022 베이징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땄던 여자 하프파이프의 상징 같은 선수다. 이번 대회에서도 88.00점으로 먼저 앞서갔고, 3연패에 도전하고 있었다. 최가온 입장에서는 세계 최강자를 뒤쫓는 구도였다. 그런데 마지막 런에서 90.25점을 찍었고, 클로이 김은 재역전을 노린 마지막 시기에서 넘어졌다.

이 장면은 세대교체라는 말로만 처리하기엔 조금 아깝다. 클로이 김이 쌓아온 기준 위에서 최가온이 자신의 점수를 만든 경기였다. 17세 3개월의 최연소 기록도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 클로이 김이 2018년에 세웠던 17세 10개월 기록을 넘어섰다는 점은, 단순히 나이 기록 하나가 바뀐 게 아니라 여자 하프파이프의 중심축이 흔들린 순간으로 읽힌다.

한국 설상 종목의 기록표도 바뀌었다

최가온의 금메달은 한국 선수단의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이었고, 한국 스키·스노보드 사상 첫 동계올림픽 금메달이었다. 이전까지 한국 설상 종목의 올림픽 대표 장면으로는 2018 평창에서 이상호가 남자 스노보드 알파인 평행대회전 은메달을 딴 기억이 컸다. 그때가 길을 연 순간이었다면, 최가온의 금메달은 그 길이 정상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경기였다.

솔직히 스포츠에서 부상 투혼이라는 표현은 조심해서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친 몸을 무조건 미화하면 안 되고, 선수 보호가 늘 먼저여야 한다. 다만 최가온의 경우는 기록이 남긴 맥락이 분명하다. 손바닥뼈 세 군데 골절, 1차 시기 낙상, 무릎 통증, 마지막 3차 시기 90.25점. 이 네 줄을 이어 읽으면 금메달 하나가 아니라 한 경기 안에서 무너졌다가 다시 올라온 궤적이 보인다. 그래서 이 금메달은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점수표를 다시 펼쳐도, 그날의 긴장감이 숫자 사이에서 계속 살아 있기 때문이다.

최가온 골절 투혼 금메달, 90.25점 뒤에 숨어 있던 진짜 이야기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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