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라이온즈 웨스 벤자민 영입설, 숫자로 따라가 보니 꽤 현실적인 이야기였다

얼마 전 삼성라이온즈 팬 커뮤니티를 보다가 웨스 벤자민 이름이 다시 올라오는 걸 봤는데, 솔직히 그냥 뜬소문으로 넘기기엔 맥락이 꽤 또렷했습니다. 외국인 선발 한 자리가 흔들릴 때마다 KBO 경험이 있는 좌완의 이름이 나오는 건 익숙한 흐름이지만, 벤자민은 단순한 추억 소환형 후보가 아니었죠.
소문이 커진 출발점은 타이밍이었다
2026시즌을 앞둔 삼성라이온즈는 외국인 선발 구상에서 변수가 생겼습니다. 맷 매닝이 연습경기 이후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고, 정밀 검진에서 수술이 필요한 상태로 알려지면서 로테이션 계산이 갑자기 흔들렸습니다. 선발투수 한 명의 이탈은 단순히 5일에 한 번 비는 문제가 아닙니다. 불펜 소모, 국내 선발 보호, 초반 순위 싸움까지 줄줄이 이어집니다.
그 시점에 벤자민이 삼성라이온즈 공식 계정을 팔로우했다는 이야기가 퍼졌습니다. 물론 SNS 팔로우 하나로 계약을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야구 팬들이 반응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삼성에 필요한 카드와 벤자민의 이력이 너무 잘 맞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벤자민이라는 카드가 매력적이었던 이유
벤자민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KT 위즈에서 뛴 좌완 선발입니다. KBO 공식 기록과 당시 보도 흐름을 기준으로 보면 3시즌 통산 74경기, 31승 18패, 평균자책점 3.74를 남겼습니다. 이 정도면 리그 적응 여부를 따질 단계는 이미 지난 투수입니다.
특히 2023년 숫자가 강했습니다. 29경기 15승 6패, 평균자책점 3.54. KT 구단 발표에서도 선발진의 한 축이라는 평가가 붙었고, 다승 경쟁에서도 상위권에 있었습니다. 외국인 투수 시장에서 15승 경험이 있는 좌완은 늘 귀합니다. 더구나 KBO 스트라이크존, 타자 성향, 원정 구장 환경을 이미 겪었다는 점은 새 외국인 투수와 비교할 때 꽤 큰 보험입니다.
- 2022년: 대체 외국인으로 합류해 17경기 5승 4패, 평균자책점 2점대
- 2023년: 29경기 15승 6패, 평균자책점 3.54
- 2024년: 28경기 11승 8패, 평균자책점 4.63
- KBO 통산: 74경기 31승 18패, 평균자책점 3.74
근데 여기서 봐야 할 건 단순 승수만이 아닙니다. 2024년에 평균자책점이 4점대로 올라갔다는 점은 분명 리스크였습니다. 반대로 149이닝 이상을 던지고 156탈삼진을 기록했다는 점은 아직 선발 자원으로서의 체력과 구위가 남아 있었다는 신호이기도 했습니다. 숫자는 늘 양쪽 이야기를 같이 들려줍니다.
삼성 로테이션에 넣어보면 그림이 보인다
삼성라이온즈 입장에서 벤자민 영입설이 설득력을 얻은 가장 큰 이유는 좌완 선발의 희소성입니다. 원태인처럼 계산되는 국내 선발이 있고, 외국인 1선발급 자원이 버틴다고 해도 긴 시즌에서는 좌우 균형이 중요합니다. 좌완 선발이 들어오면 상대 라인업 구성부터 달라집니다. 좌타 라인이 두꺼운 팀을 상대로 경기 전부터 벤치 운영을 흔들 수 있죠.
벤자민의 장점은 팔 각도와 슬라이더, 그리고 좌타자 상대 압박감입니다. 큰 키에서 나오는 릴리스 포인트와 크로스파이어 성향은 좌타자에게 꽤 불편한 궤적을 만듭니다. 삼성 홈구장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가 장타 친화적인 구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뜬공 성향과 실투 관리가 변수였겠지만 탈삼진을 만들 수 있는 선발이라는 점은 분명 매력적이었습니다.
만약 당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면 역할은 명확했을 겁니다. 에이스를 대체하는 영웅 서사가 아니라, 로테이션 붕괴를 막는 즉시전력형 2~3선발. 팬들이 기대한 것도 바로 그 지점이었습니다. 새 얼굴에게 적응 시간을 주기 어려운 상황에서 벤자민은 바로 경기 계획서에 넣을 수 있는 이름이었으니까요.
그럼에도 영입설은 영입과 다르다
사실 이런 루머를 볼 때 제일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필요한 팀이 있고, 어울리는 선수가 있고, 팬들이 납득할 만한 기록이 있어도 실제 계약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몸 상태, 비자, 금액, 대체 선수 시장, 기존 구단과의 협상 속도까지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실제로 벤자민은 2026년에 두산 베어스 대체 외국인으로 KBO에 돌아왔고, 복귀전에서 4⅔이닝 7탈삼진 무실점으로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이후에도 두산에서 대체 자원 이상의 평가를 받으면서, 삼성라이온즈 영입설은 ‘가능성이 꽤 그럴듯했던 이야기’로 남게 됐습니다.
팬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에 필요한 유형이었고, 기록으로도 설명이 되는 카드였으니까요. 하지만 이 소문이 흥미로웠던 건 단순히 유명 선수가 거론됐기 때문이 아닙니다. 부상 변수, 외국인 선발 시장, 좌완 가치, KBO 적응 경험이 한꺼번에 맞물린 사례였기 때문입니다.
야구 루머는 맞고 틀리고만 보면 금방 소비됩니다. 그런데 그 안에 팀이 어떤 약점을 느끼고 있었는지, 팬들이 어떤 유형의 선수를 갈망했는지, 리그에서 어떤 기록이 여전히 높은 가치를 갖는지가 숨어 있습니다. 삼성라이온즈와 웨스 벤자민 영입설도 딱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계약서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당시 삼성 마운드의 고민을 꽤 선명하게 보여준 이름으로는 오래 기억될 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