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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강등 직전 라커룸 상황, 숫자로 따라가 보니 더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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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강등 직전 라커룸 상황, 숫자로 따라가 보니 더 씁쓸했다

얼마 전 토트넘의 오래된 시즌 기록을 다시 훑다가 1976-77시즌에서 손이 멈췄다. 토트넘 강등 직전 라커룸 상황이라는 말은 그냥 분위기 나쁜 팀의 흔한 표현처럼 들리지만, 기록을 붙여놓고 보면 훨씬 더 차갑다. 이건 한두 경기 미끄러진 이야기가 아니라, 팀 전체가 서서히 자신감을 잃어간 시즌이었다.

1977년 강등은 갑자기 떨어진 사고가 아니었다

토트넘은 1976-77시즌 잉글랜드 1부리그에서 42경기 12승 9무 21패, 승점 33점으로 22위에 머물렀다. 당시 최하위권 성적이었고, 실점은 72골이었다. 경기당 1.71실점. 공격은 48골로 완전히 멈춘 수준은 아니었지만, 뒷문이 버티지 못하니 라커룸의 공기는 매주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사실 더 눈에 띄는 건 홈과 원정의 차이다. 홈에서는 21경기 9승 7무 5패, 26득점 20실점이었다. 그런데 원정으로 나가면 21경기 3승 2무 16패, 22득점 52실점으로 무너졌다. 라커룸에서 선수들이 느꼈을 압박은 단순히 “이겨야 한다”가 아니었을 것이다. 원정 버스에 오르는 순간부터 “또 버틸 수 있을까”라는 불안이 따라붙는 시즌이었다.

라커룸을 흔든 건 성적보다 반복되는 실점이었다

팀 분위기를 망치는 패배에는 종류가 있다. 접전 끝 패배는 아쉬움이 남고, 경기력은 괜찮았다는 위안도 가능하다. 그런데 반복되는 대량 실점은 다르다. 수비수는 서로의 위치를 의심하고, 미드필더는 압박 타이밍을 탓하고, 공격수는 “우리가 넣어도 소용없다”는 감정을 갖기 쉽다.

1976-77시즌 토트넘은 개막 3경기에서 1무 2패로 출발했다. 입스위치 원정 1-3 패, 뉴캐슬전 홈 0-2 패, 미들즈브러전 0-0. 이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3-2로 이기고 리즈전도 1-0으로 잡으며 숨을 돌렸지만, 시즌 전체 흐름은 끝내 살아나지 않았다. 좋은 결과가 잠깐 나와도 팀의 기본 체력이 회복되지 않는 느낌, 강등권 팀에서 가장 위험한 패턴이다.

  • 리그 순위: 22위
  • 리그 전적: 12승 9무 21패
  • 득실: 48득점 72실점
  • 원정 성적: 3승 2무 16패
  • 원정 실점: 52골

키스 버킨쇼의 첫 시즌, 버티는 쪽에 가까웠다

키스 버킨쇼는 1976년 여름부터 토트넘을 맡았다. 이름만 보면 훗날 FA컵 우승과 유럽 무대 성과로 기억되는 감독이지만, 출발은 굉장히 거칠었다. 새 감독이 들어왔는데 선수단은 이미 흔들리고 있었고, 빌 니콜슨 시대의 영광은 아직 라커룸 벽에 남아 있었지만 경기장 위에서는 그 무게가 오히려 부담처럼 느껴졌을 가능성이 크다.

강등 직전 라커룸은 보통 크게 두 갈래로 갈린다. 아직 싸울 수 있다고 믿는 쪽과, 이미 시즌이 손에서 빠져나갔다고 느끼는 쪽이다. 토트넘도 기록만 보면 완전히 포기한 팀은 아니었다. 득점은 계속 나왔고, 홈에서는 꽤 버텼다. 하지만 원정에서 16패를 당했다는 건 선수단 내부의 확신이 매번 흔들렸다는 신호에 가깝다. 전술보다 멘탈, 멘탈보다 반복된 결과가 사람을 갉아먹는 시즌이었다.

맨시티전 0-5, 라커룸의 침묵이 보이는 경기

강등이 확정된 상징적 장면으로 자주 언급되는 경기가 맨체스터 시티전 0-5 패배다. 스코어만 봐도 설명이 길 필요가 없다. 강등권 팀이 마지막까지 버티려면 최소한 한 골 차 패배, 무승부, 세트피스 한 방 같은 가능성을 붙잡아야 한다. 그런데 0-5는 라커룸의 공기를 완전히 바꿔놓는다.

이런 경기가 끝난 뒤 라커룸에서는 큰 소리보다 침묵이 더 무섭다. 누군가는 축구화를 벗는 속도만 빨라지고, 누군가는 고개를 숙인 채 샤워장으로 들어간다. 감독의 말도 길어지기 어렵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문장은 이미 경기장 위에서 힘을 잃었기 때문이다. 토트넘 강등 직전 라커룸 상황을 상상할 때, 나는 바로 이 장면이 가장 선명하게 떠오른다. 화난 팀보다 더 위험한 건, 서로 설명할 말이 사라진 팀이다.

그래도 바로 올라온 이유가 더 흥미롭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는 반전이 있다. 토트넘은 1977-78시즌 2부리그에서 42경기 20승 16무 6패, 83득점 49실점으로 3위에 올라 곧바로 승격했다. 강등 시즌과 비교하면 득점은 48골에서 83골로 크게 뛰었고, 패배는 21패에서 6패로 줄었다. 무너진 팀이 아니라, 한 번 바닥을 찍고 구조를 다시 잡은 팀에 가까웠다.

여기서 라커룸 이야기가 더 재미있어진다. 정말로 완전히 쪼개진 팀이었다면 바로 승격하기 어렵다. 강등은 치욕이지만, 남은 선수들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 2부리그에서는 오히려 응집력이 생길 수 있다. 토트넘도 그랬다. 이후 버킨쇼 체제는 더 단단해졌고, 클럽은 다시 1부 무대로 돌아왔다.

토트넘 강등 직전 라커룸 상황을 단순히 “분위기가 최악이었다”로만 보면 절반만 본 것이다. 숫자는 더 복잡한 이야기를 한다. 홈에서는 아직 버텼고, 공격도 완전히 죽지 않았다. 하지만 원정에서 반복적으로 무너졌고, 72실점이라는 결과가 선수단의 자신감을 계속 깎아냈다. 그래서 1977년의 토트넘은 실패한 팀이면서 동시에 다시 올라올 씨앗을 남긴 팀이었다. 스포츠 기록이 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패배의 숫자 안에도 다음 시즌의 방향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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