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젠트
스포츠의 모든것

도로공사 FA 배유나·문정원 행선지 따라가봤더니, 같은 잔류가 아니었다

Last Updated :
도로공사 FA 배유나·문정원 행선지 따라가봤더니, 같은 잔류가 아니었다

얼마 전 여자배구 FA 공시표를 보다가 한국도로공사 칸에서 손이 멈췄습니다. 배유나와 문정원, 이름값만 보면 둘 다 ‘도로공사가 잡아야 하는 선수’처럼 보였는데, 숫자와 이동 흐름을 따라가니 이야기가 꽤 달랐거든요. 표에는 둘 다 A그룹 FA로 출발했고 계약도 원소속 구단을 거쳤지만, 실제 행선지는 한 명은 김천 잔류, 한 명은 수원 현대건설이었습니다.

표에는 잔류, 흐름은 두 갈래였다

한국배구연맹 FA 결과 공시 기준으로 도로공사는 배유나, 문정원, 전새얀까지 내부 FA 3명과 계약을 마쳤습니다. 문정원은 보수 총액 4억 원, 연봉 3억5천만 원과 옵션 5천만 원 구조였습니다. 배유나는 보수 총액 2억5천만 원, 연봉 2억 원과 옵션 5천만 원으로 계약했습니다. 전새얀은 보수 총액 3천만 원이었고요.

  • 문정원: 도로공사 잔류, 보수 총액 4억 원
  • 배유나: 도로공사와 계약 후 현대건설로 사인 앤드 트레이드
  • 도로공사: 배유나를 보내고 세터 이수연을 받는 구도

여기서 재미있는 건 ‘계약 완료’라는 문장만 보면 둘 다 남은 것처럼 보인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4월 27일 트레이드 발표까지 이어 붙이면 그림이 바뀝니다. 문정원은 진짜로 도로공사의 수비 중심으로 남았고, 배유나는 양효진 은퇴 이후 중앙 보강이 절실했던 현대건설로 향했습니다.

문정원 4억 원은 수비 가치의 숫자다

솔직히 리베로에게 4억 원이라는 숫자가 찍히면 다시 보게 됩니다. 득점이 박스스코어 앞줄에 남는 포지션이 아닌데도 이 정도 평가를 받았다는 건, 도로공사가 문정원을 단순한 수비수로 본 게 아니라는 뜻에 가깝습니다.

문정원은 2025-26시즌 리베로 전향 첫해에 리시브 효율 49.27%로 1위, 세트당 수비 7.348개로 1위, 세트당 디그 4.943개로 2위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베스트7 리베로 부문까지 가져갔죠. 공격수에서 리베로로 바뀐 선수가 한 시즌 만에 이 정도 지표를 찍었다는 건 꽤 드문 장면입니다.

도로공사는 원래 랠리를 길게 가져가는 팀 색깔이 강했습니다. 한 번에 터뜨리는 공격보다 버티고, 연결하고, 다시 받아내며 상대 범실이나 반격 기회를 만드는 배구 말입니다. 그런 팀에서 리베로의 안정감은 득점 하나보다 더 오래 경기 흐름을 붙잡습니다. 문정원에게 4억 원을 쓴 건 감성적인 프랜차이즈 대우만이 아니라, 팀 전술의 바닥을 지키는 비용으로 읽힙니다.

배유나 현대건설행은 보상 규정이 만든 현실적인 길

배유나는 도로공사에서 10년을 보낸 상징적인 미들블로커입니다. 2007-08시즌 데뷔 후 긴 시간 리그 중앙에서 버텼고, 도로공사 우승의 중요한 장면에도 늘 이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2025-26시즌은 부상 여파가 컸습니다. 정규리그 24경기 출전, 세트당 블로킹 0.375개로 예전의 압도적인 생산성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현대건설이 배유나를 원한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양효진 은퇴로 중앙에 큰 빈자리가 생겼고, FA 시장에서 정호영이 흥국생명으로 움직이면서 즉시 전력감 미들블로커 선택지가 확 줄었습니다. 배유나는 나이는 있어도 블로킹 타이밍, 속공 감각, 2단 연결, 큰 경기 경험을 한 번에 줄 수 있는 선수입니다.

다만 A그룹 FA를 외부 영입으로 바로 데려오면 보상 부담이 큽니다. 배유나의 전 시즌 연봉을 기준으로 하면 현대건설은 거액의 보상금과 보상선수 문제를 함께 계산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길이 사인 앤드 트레이드였습니다. 도로공사는 배유나와 계약한 뒤 현대건설로 보내고, 현대건설의 젊은 세터 이수연을 받았습니다. 서로 필요한 부분을 찔러 맞춘 거래였던 셈입니다.

도로공사는 왜 베테랑을 보내고 수비축을 남겼나

이 선택은 감정만으로 보면 아쉽습니다. 배유나가 도로공사에서 쌓은 시간과 상징성은 숫자로 다 담기 어렵거든요. 근데 로스터를 놓고 보면 도로공사의 계산도 보입니다. 김세빈, 이지윤 같은 젊은 미들블로커 자원이 커지고 있었고, 세터 쪽 뎁스 보강도 필요했습니다. 여기에 박정아 복귀까지 겹치면서 팀은 다시 공격과 수비 균형을 짜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문정원을 남긴 건 수비 시스템을 유지하겠다는 선택입니다. 배유나를 보낸 건 중앙의 세대교체와 세터 보강을 동시에 보겠다는 선택이고요. 둘 다 ‘선수를 평가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라, 2026-27시즌을 어떤 방식으로 버틸지에 대한 다른 답에 가깝습니다.

팬 입장에서는 배유나의 현대건설 유니폼이 낯설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문정원이 계속 도로공사 코트 뒤를 지킨다는 건 익숙한 안정감입니다. 이번 FA를 보면서 다시 느낀 건, 배구의 행선지는 이름값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나이, 부상 이력, 포지션 희소성, 보상 규정, 샐러리캡, 팀의 다음 세대까지 한꺼번에 얽힙니다. 그래서 배유나와 문정원의 길은 갈라졌지만, 두 선택 모두 꽤 배구다운 계산 위에서 나온 움직임으로 보입니다.

도로공사 FA 배유나·문정원 행선지 따라가봤더니, 같은 잔류가 아니었다 - 요약
도로공사 FA 배유나·문정원 행선지 따라가봤더니, 같은 잔류가 아니었다 | 스포젠트 : https://spogent.com/6496
스포츠의 모든것
스포젠트 © spogent.com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modoo.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