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7연패를 따라가 보니, 김경문 경질 가능성의 온도가 달라졌다

얼마 전 잠실 LG전을 보는데, 점수판보다 한화 벤치 표정이 더 오래 눈에 들어왔다. 9월 20일 한화는 LG에 3-4로 졌고, 이 패배로 7연패에 빠졌다. 시즌 성적은 54승 72패 4무. 순위표에서는 9위까지 내려왔다. 이쯤 되면 팬들 사이에서 김경문 한화이글스 경질 가능성이라는 말이 나오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만 이 문제는 감정만으로 보면 자꾸 빗나간다. 지금 한화의 고민은 단순히 감독을 당장 바꿀 것이냐가 아니라, 2024년 6월부터 2026년까지 이어진 3년 계약의 마지막 장면을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에 가깝다. 그래서 ‘경질’이라는 단어와 ‘계약 만료 후 교체’라는 단어를 나눠 봐야 한다.
작년의 높이가 올해의 압박이 됐다
김경문 감독의 한화 3년 계약은 총액 20억 원 규모였다. 시즌 도중 지휘봉을 잡았다는 점까지 생각하면, 구단은 단기 처방보다 경험 많은 감독에게 팀 체질을 맡기는 선택을 한 셈이다. 그리고 2025년에는 그 선택이 꽤 강하게 맞아떨어졌다.
한화는 2025시즌 정규리그 2위에 올랐고,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밟았다. 19년 만의 한국시리즈라는 숫자는 팬들에게 그냥 기록이 아니었다. 오래 눌려 있던 팀의 공기가 바뀌는 장면이었다. 문제는 바로 그 고점 때문에 2026년의 하락이 더 거칠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2026년 한화는 4월부터 삐걱댔다. 외국인 원투펀치 이탈, 불펜 난조, 포지션 고정 실패가 겹쳤고, 시즌 중반 이후에는 버티는 힘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8월 3승 15패, 승률 .167은 단순한 부진이라기보다 순위 경쟁에서 밀려나는 결정타에 가까웠다.
지금 숫자는 꽤 냉정하다
9월 20일 기준으로 한화는 54승 72패 4무다. 승률은 4할 초반대이고, 가을야구 가능성은 사실상 희미해졌다. 더 아픈 건 패배의 방식이다. LG와의 2연전에서 1점 차로 연달아 밀렸고, 그 전에는 삼성전 4-10, KT전 3-13 같은 큰 점수 차 패배도 있었다. 접전도 놓치고, 무너질 때는 크게 무너지는 흐름이다.
- 2025년: 정규시즌 2위, 한국시리즈 진출
- 2026년 8월: 3승 15패로 급락
- 9월 20일 현재: 7연패, 9위권 추락
- 계약 상태: 2026시즌 종료 후 계약 만료
이 숫자만 놓고 보면 재계약 명분은 크게 흔들린다. 특히 한화는 최근 몇 년 동안 공격적인 투자와 새 홈구장 효과까지 기대했던 팀이다. 강백호 영입처럼 타선에 힘을 실은 선택도 있었다. 구단이 ‘투자한 만큼의 성적’을 묻는 순간, 감독 책임론은 피하기 어렵다.
그래도 시즌 중 경질과 시즌 뒤 교체는 다르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시점에서 당장 경질 가능성은 아주 높다고 보긴 어렵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즌이 거의 막바지이고, 김경문 감독의 계약도 올해 끝난다. 구단 입장에서는 몇 경기 남기고 벤치를 흔드는 것보다 시즌 종료 후 평가 테이블을 여는 쪽이 더 자연스럽다.
그래서 표현을 조금 더 정확히 하면 이렇다. ‘시즌 중 경질 가능성’은 제한적이고, ‘재계약 불발 가능성’은 꽤 높아졌다. 팬들이 체감하는 분노는 경질이라는 단어로 나오지만, 프런트가 실제로 움직인다면 계약 만료 후 새 감독 선임 쪽이 더 현실적인 시나리오다.
구단이 볼 만한 기준은 세 가지다
첫째는 성적 낙폭이다. 2위에서 9위권으로 내려온 변화는 설명이 필요하다. 둘째는 선수 운용이다. 베테랑 중심 운영과 젊은 선수 기용의 균형이 시즌 내내 논쟁거리였다. 셋째는 2027년 방향성이다. 한화가 다시 우승권을 노릴 팀인지, 아니면 로스터를 재조정할 팀인지에 따라 감독 선택도 달라진다.
김경문 야구의 장점도 함께 봐야 한다
김경문 감독을 평가할 때 어려운 지점은 장단점이 너무 선명하다는 것이다. 그는 분명 단기적으로 팀을 끌어올린 감독이다. 2025년 한화의 한국시리즈 진출은 우연으로만 돌릴 수 없다. 선수단에 승부 경험을 입히고, 긴 시즌의 분위기를 잡는 능력은 여전히 인정받을 만하다.
그런데 2026년에는 그 장점이 충분히 보이지 않았다. 믿고 맡기는 야구가 흔들릴 때는 고집처럼 읽힌다. 불펜이 버티지 못하는 날이 반복되고, 타선 조합이 식었는데도 변화가 늦어 보이면 팬들은 당연히 답답해진다. 감독 야구는 이길 때는 신뢰이고, 질 때는 책임으로 돌아온다.
특히 한화 팬들은 오래 기다렸다. 단순히 5할을 넘기느냐가 아니라, 이제는 강팀처럼 운영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그 기대치가 올라간 순간부터 김경문 감독의 기준선도 함께 올라갔다. 작년의 박수는 올해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
남은 경기가 바꿀 수 있는 건 인상이다
한화가 남은 일정에서 순위를 극적으로 뒤집기는 어렵다. 하지만 완전히 의미 없는 경기는 아니다. 7연패 뒤 어떤 라인업을 내고, 젊은 선수에게 어떤 역할을 주고, 투수 운용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가져가느냐는 시즌 뒤 평가에 남는다. 성적표는 이미 많이 기울었지만, 마지막 필체까지 흐릿할 필요는 없다.
김경문 한화이글스 경질 가능성을 숫자로 따라가면 답은 꽤 현실적으로 나온다. 즉각적인 경질보다 시즌 종료 후 계약을 새로 판단하는 그림이 더 가깝다. 그리고 지금 흐름 그대로라면 재계약 쪽보다 변화 쪽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한화가 감정적인 교체보다 다음 3년의 야구를 먼저 그렸으면 한다. 이 팀은 이제 단순히 분위기를 바꾸는 감독이 아니라, 투자한 전력을 꾸준히 승수로 바꾸고 젊은 코어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설계자가 필요해 보인다. 김경문 감독의 공은 공대로 남기되, 2026년의 추락도 숫자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