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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베어스 이영하 52억 FA 가치, 숫자로 따라가봤더니 보직이 답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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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베어스 이영하 52억 FA 가치, 숫자로 따라가봤더니 보직이 답을 바꿨다

얼마 전 두산 경기를 보다가 9회에 이영하가 올라오는 장면에서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FA 계약 당시만 해도 4년 최대 52억 원이라는 숫자가 먼저 보였는데, 시즌이 흘러가니 이제는 그 돈이 ‘선발 몇 승’이 아니라 ‘경기 끝내는 힘’으로 다시 읽히더라고요.

52억은 이름값보다 역할값에 가까웠다

이영하의 FA 계약은 2025년 11월 27일 발표됐습니다. 조건은 4년 최대 52억 원. 계약금 23억 원, 연봉 총액 23억 원, 인센티브 6억 원 구조였습니다. 총액만 보면 꽤 큰돈입니다. 그런데 세부를 뜯어보면 완전 보장형 대박이라기보다, 두산이 ‘계산 가능한 투수 자원’에 베팅한 느낌이 강합니다.

계약 당시 이영하는 통산 355경기, 802⅓이닝, 60승 46패, 9세이브, 27홀드, 평균자책점 4.71을 기록한 투수였습니다. 평균자책점만 놓고 보면 압도적인 에이스의 숫자는 아닙니다. 대신 2016년 1차 지명으로 들어와 선발과 불펜을 모두 경험했고, 여러 시즌 동안 1군 마운드에서 버틴 이닝의 양이 있었습니다. 구단이 말한 ‘연 평균 60이닝 이상 소화 가능한 내구성’이라는 표현도 그래서 꽤 중요합니다.

선발 복귀 실패가 가치 하락은 아니었다

솔직히 시즌 초반 흐름만 보면 52억이라는 말이 부담처럼 따라붙었습니다. 이영하는 2026시즌을 앞두고 선발 복귀를 준비했지만, 시범경기와 초반 등판에서 안정감을 주지 못했습니다. 4월 15일 첫 1군 선발 등판도 3이닝 3실점 패전. 선발투수로 계산한 기대치라면 아쉬운 출발이 맞았습니다.

그런데 야구에서 가치는 늘 처음 설계한 자리에서만 생기지 않습니다. 김택연의 부상 이탈 이후 이영하가 마무리로 이동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4월 30일 삼성전에서 시즌 첫 세이브를 올린 뒤 빠르게 뒷문을 맡았고, 8월 초에는 16세이브로 세이브 부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선발 전환 실패가 선수 평가의 끝이 아니라, 불펜 최적화의 시작이 된 셈입니다.

현재 기록이 말하는 진짜 변화

KBO 기록실 기준으로 2026시즌 이영하는 52경기에서 60⅓이닝, 5승 5패 22세이브, 평균자책점 3.43을 기록 중입니다. WHIP는 1.23, 피안타율은 0.205, 탈삼진은 80개입니다. 이 숫자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탈삼진입니다. 60⅓이닝에 80탈삼진이면, 9이닝당 탈삼진이 거의 12개에 가깝습니다.

마무리 투수에게 삼진 능력은 단순한 멋이 아닙니다. 1점 차, 무사 1루, 중심타선 같은 상황에서는 타구가 인플레이 되는 순간 변수가 생깁니다. 삼진은 그 변수를 줄이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입니다. 이영하가 150km대 중반 빠른 공으로 짧은 이닝을 전력 투구할 때 가치가 커진 것도 이 지점과 맞닿아 있습니다.

  • 계약 규모: 4년 최대 52억 원
  • 2026시즌 기록: 52경기 60⅓이닝 22세이브 평균자책점 3.43
  • 세부 지표: WHIP 1.23, 피안타율 0.205, 탈삼진 80개
  • 팀 내 의미: 김택연 이탈 이후 마무리 공백을 메운 카드

두산 입장에서 52억의 계산법

FA 금액을 볼 때 팬들이 흔히 하는 계산이 있습니다. 1년에 13억 원짜리 투수라면 몇 승을 해야 하느냐는 식입니다. 그런데 이영하의 경우는 조금 다르게 봐야 합니다. 선발 10승보다, 5위권 순위 싸움에서 9회 리드를 지키는 20개 이상의 세이브가 더 직접적인 가치가 될 수 있습니다.

두산은 2025시즌 9위에 머물렀고, 2026시즌에는 중위권 이상으로 다시 올라서야 하는 팀이었습니다. 이런 팀에 가장 위험한 패턴은 이길 경기를 불펜에서 놓치는 겁니다. 선발이 6이닝 2실점을 해도 8, 9회가 흔들리면 팀 분위기는 하루 만에 꺾입니다. 이영하가 마무리로 버텨준 덕분에 두산은 경기 후반 운영에서 선택지를 얻었습니다.

물론 52억이 완전히 싸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볼넷 28개와 블론세이브 4개는 여전히 관리해야 할 숫자입니다. 마무리는 한 번 크게 흔들리면 체감 평가가 순식간에 바뀌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평균자책점 3점대 중반, 20세이브 이상, 강한 탈삼진 능력까지 묶으면 적어도 계약 첫해의 방향은 나쁘지 않습니다.

이영하의 가치는 아직 진행형이다

이 계약의 재미있는 부분은 아직 평가가 닫히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4년 계약에서 첫해는 적응과 재배치의 시간입니다. 선발로 시작했다가 마무리로 살아난 시즌이라면, 다음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두산은 이영하를 계속 마무리로 고정할 것인가, 김택연과 함께 8·9회를 나눠 쓰는 더 강한 불펜 구도를 만들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지금 이영하의 52억 FA 가치를 ‘돈값을 했다, 못 했다’로 딱 잘라 말하기보다, 두산이 잃을 뻔한 시즌 후반 안정감을 되찾아준 계약으로 보고 싶습니다. 선발투수 이영하의 52억은 물음표였지만, 마무리 이영하의 52억은 꽤 설득력 있는 문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야구에서 보직 하나가 선수의 시장가를 이렇게 다시 쓰는 장면은 늘 흥미롭습니다.

두산베어스 이영하 52억 FA 가치, 숫자로 따라가봤더니 보직이 답을 바꿨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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