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선발진 성장통을 따라가봤더니, 숫자보다 더 복잡했다

얼마 전 KIA 경기를 보는데, 스코어보다 먼저 선발 투구 수가 눈에 들어왔다. 예전 같으면 5회쯤엔 득점권 상황을 더 신경 썼을 텐데, 요즘 KIA는 선발이 몇 이닝을 버티느냐에 따라 경기의 표정이 꽤 크게 바뀐다. 그래서 KIA 타이거즈 선발진 성장통은 단순히 “못 던진다”는 말로 끝낼 수 없는 주제다. 기록을 뜯어보면 꽤 좋은 숫자와 불안한 숫자가 한 화면에 같이 있다.
좋은 팀 평균자책점 안에 숨어 있는 불안
KBO 기록실 기준으로 KIA는 132경기에서 72승 58패 2무, 승률 0.554로 4위권에 있다. 팀 평균자책점은 4.26으로 리그 상위권이다. 겉으로 보면 마운드가 크게 무너진 팀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선발진만 따로 생각하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확실한 원투펀치가 이닝을 많이 먹어주고, 그 아래 구간에서는 베테랑의 버티기와 젊은 투수들의 시행착오가 섞여 있다.
사실 이게 강팀의 묘한 고민이다. 하위권 팀이면 선발 한두 명 흔들리는 정도가 시즌 전체의 패턴처럼 보이지만, KIA처럼 가을야구 경쟁권에 있는 팀은 다르다. 한 경기의 조기 강판이 다음날 불펜 운용까지 번진다. 숫자는 4.26으로 괜찮은데, 체감은 매번 편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러와 네일, 버팀목은 확실했다
애덤 올러와 제임스 네일의 존재감은 분명하다. 올러는 평균자책점 2.81, 160과 1/3이닝, WHIP 1.04, 탈삼진 167개를 기록했고 퀄리티스타트도 19차례다. 네일 역시 평균자책점 3.45, 169와 2/3이닝, 12승, WHIP 1.18로 선발진의 앞문을 지켰다. 둘을 합치면 330이닝이다. KIA 전체 투구 이닝이 1170과 2/3이닝이니, 두 명이 팀 이닝의 28% 안팎을 책임진 셈이다.
이 정도면 원투펀치는 리그 어디에 내놔도 존재감이 있다. 그런데 바로 그 지점에서 의존도 문제도 나온다. 올러와 네일이 계산을 세워주기 때문에 KIA가 4위권을 지킬 수 있었지만, 반대로 둘 중 한 명이 흔들리면 로테이션의 중간 허리가 곧바로 시험대에 오른다. 좋은 에이스가 있다는 건 축복이지만, 그 뒤를 받치는 선발들이 같이 올라오지 않으면 가을 무대에서는 부담이 더 선명해진다.
양현종의 숫자가 말하는 다른 종류의 버팀
양현종은 이름값만으로 설명하면 오히려 현재를 놓치기 쉽다. 2026시즌 성적은 평균자책점 4.04, 111과 1/3이닝, 11승 6패다. 승수만 보면 여전히 든든하다. 다만 볼넷 55개, 탈삼진 77개, WHIP 1.43, 퀄리티스타트 2회라는 세부 기록을 같이 보면 전성기처럼 압도하는 투구와는 결이 다르다.
그래도 양현종의 가치는 숫자 사이에 있다. 구위로 찍어누르는 날이 줄어든 대신, 경기 안에서 버티는 감각은 여전히 살아 있다. 문제는 KIA가 그에게 너무 많은 안정감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38세 베테랑이 3선발 또는 4선발 구간에서 버텨주는 건 큰 힘이지만, 동시에 젊은 선발들이 더 빨리 자리 잡아야 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황동하와 경쟁 구간이 만든 진짜 성장통
황동하는 KIA 선발진 성장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이름이다. 89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5.16, 7승 6패, WHIP 1.51, 피홈런 17개를 기록했다. 퀄리티스타트는 5번이었다. 어떤 날은 충분히 선발답게 끌고 가다가도, 어떤 날은 한 이닝에 장타와 볼넷이 겹치며 흐름을 넘겨준다. 젊은 선발의 성장 그래프가 원래 반듯한 직선은 아니지만, 순위 경쟁 중인 팀 입장에서는 그 흔들림이 꽤 크게 느껴진다.
시라카와 게이쇼도 비슷한 숙제를 안고 있다. 평균자책점 4.50, 76이닝, 4승 5패, 볼넷 43개, 탈삼진 63개다. 피안타율 0.219는 눈에 띄지만, 볼넷이 많아지면 투구 수가 빨리 불어난다. 김태형은 70이닝 평균자책점 5.40, WHIP 1.59를 남겼고, 이의리는 58과 2/3이닝에서 볼넷 50개와 WHIP 1.83을 기록했다. 구위의 가능성과 경기 운영의 불안이 동시에 보이는 숫자다.
- 확실한 축: 올러, 네일
- 관리형 버팀목: 양현종
- 경쟁 구간: 황동하, 시라카와, 김태형, 이의리
가을이 가까울수록 필요한 건 예측 가능성
KIA 타선은 704득점, 159홈런으로 선발진에게 숨 쉴 공간을 만들어준다. 그래서 정규시즌 긴 흐름에서는 한두 번의 조기 실점도 뒤집을 수 있다. 근데 단기전은 다르다. 선발이 3회에 무너지면 그날만 힘든 게 아니라 다음 경기 불펜 카드까지 흔들린다. 결국 필요한 건 화려한 완봉보다 “나쁜 날에도 5이닝 3실점 근처에서 버티는 능력”이다.
올러와 네일이 만든 높은 기준, 양현종이 보여주는 베테랑의 버팀, 그리고 젊은 투수들이 겪는 제구와 장타 억제의 숙제. 이 세 가지가 지금 KIA 선발진의 현재다. 팬 입장에서는 답답한 날도 많지만, 이런 흔들림 속에서 한 명만 확실히 치고 올라와도 팀의 가을 온도는 확 달라진다. KIA 타이거즈 선발진 성장통은 약점이면서도, 아직 열리지 않은 카드처럼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