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TU 시즌5를 따라가봤더니, 숫자보다 먼저 보인 UFC행 생존 게임

얼마 전 RTU 시즌5 준결승 결과표를 다시 넘겨보다가, 단순히 누가 이겼다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흐름이 보였습니다. 이 대회는 화려한 메인카드 뒤에 붙은 부속 이벤트처럼 보일 때가 있지만, 기록을 하나씩 따라가면 아시아·태평양 MMA 판도가 어디로 움직이는지 꽤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RTU 시즌5는 어떤 판이었나
RTU 시즌5는 2026년 Road to UFC 다섯 번째 사이클입니다. 여성 스트로급, 플라이급, 밴텀급, 페더급 네 체급에서 총 32명이 출발했고, 방식은 단순하지만 잔인합니다. 이기면 다음 라운드, 지면 사실상 UFC행 열차에서 내려야 합니다.
- 오프닝 라운드: 5월 28일과 29일, 마카오 갤럭시 아레나
- 준결승: 8월 28일, 상하이 오리엔탈 스포츠 센터
- 구조: 4개 체급 8강 토너먼트
- 보상: 우승자에게 UFC 다경기 계약 기회
사실 RTU의 매력은 여기서 나옵니다. 컨텐더 시리즈처럼 하루에 모든 인상을 쏟아붓는 시험도 아니고, TUF처럼 방송 서사가 먼저인 무대도 아닙니다. 몇 달 간격으로 몸을 다시 만들고, 상대 스타일을 다시 맞추고, 체중까지 통과해야 하는 압축형 생존 게임에 가깝습니다.
마카오 8강, 기록표가 먼저 뜨거웠다
UFC 공식 집계 기준으로 이번 오프닝 라운드에서는 피니시가 10개 나왔습니다. 숫자만 보면 ‘화끈했다’ 정도로 지나갈 수 있는데, 내용을 보면 더 복잡합니다. 론주는 빅터 마르티네즈를 1라운드 1분 10초 TKO로 끊었고, 스밍은 푸자 토마르를 1라운드 3분 12초 암트라이앵글 초크로 잡았습니다. 시즌 우승자 출신들이 특별 매치에서 다시 존재감을 찍은 장면이었죠.
토너먼트 안쪽에서는 페더급이 특히 거칠었습니다. 조지 망고스는 야나가와 유이토를 1라운드 보디 니 KO로 보냈고, 송영재는 아오이 진을 2라운드 3분 39초 리어네이키드 초크로 잡아냈습니다. 그런데 같은 한국 페더급 임관우는 아허장 아이리누얼에게 3라운드 만장일치 판정으로 밀렸습니다. 같은 체급, 같은 한국 선수라도 결과가 완전히 갈린 셈입니다.
여성 스트로급에서는 박보현의 스플릿 판정승이 컸습니다. 상대 둥화샹은 시즌3에서 스밍에게 스플릿으로 졌던 강자였고, 박보현 입장에서는 첫 경기부터 쉬운 문이 아니었습니다. 근데 그 문을 열었다는 게 중요합니다. KO 한 방보다 덜 화려해 보여도, 접전에서 라운드를 훔치는 능력은 토너먼트에서 오래 가는 선수의 기본 체력 같은 겁니다.
상하이 준결승, 살아남은 이름들이 바뀌었다
준결승은 더 냉정했습니다. 7경기가 네 개의 결승 대진을 만들었고, 한 경기는 체중 실패로 열리지도 못했습니다. 플라이급의 유치다 타케루가 제한 체중을 넘기면서 지니우스위에가 부전승으로 결승에 올랐습니다. 옥타곤 안에서 한 대도 맞지 않고 전진한 사례지만, 이걸 운으로만 보면 반쪽짜리 해석입니다. 토너먼트에서 계체는 경기 전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이미 첫 번째 라운드입니다.
- 여성 스트로급 결승: 박보현 vs 멍보
- 플라이급 결승: 스즈키 타카야 vs 지니우스위에
- 밴텀급 결승: 타지마 료 vs 라빈드라 단트
- 페더급 결승: 조지 망고스 vs 차그나도르지 다기수렌
스즈키 타카야는 조셉 라치니시를 3라운드 15초 TKO로 멈춰 세웠습니다. 시작하자마자 끝난 3라운드였고, 그 전까지 쌓아둔 압박이 마지막 장면을 만들었습니다. 페더급에서는 망고스와 다기수렌이 모두 서브미션으로 결승에 갔습니다. 특히 다기수렌이 송영재를 1라운드 2분 51초 리어네이키드 초크로 잡은 장면은 한국 팬에게 꽤 아팠습니다. 8강에서 보여준 송영재의 폭발력이 준결승에서는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한국 팬에게 남은 숫자: 박보현 하나, 그래도 선명하다
이번 시즌 한국은 처음에 박보현, 신유민, 송영재, 임관우 네 명의 이름으로 출발했습니다. 다만 실제 흐름은 깔끔하지 않았습니다. 신유민은 부상으로 빠졌고, 임관우는 8강에서 멈췄고, 송영재는 준결승에서 탈락했습니다. 그래서 남은 이름이 박보현입니다. 하나만 남았다고 보면 아쉽지만, 그 하나가 여성 스트로급 결승이라는 점은 작지 않습니다.
한국은 RTU에서 이미 강한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시즌1 박현성·이정영, 시즌2 이창호, 시즌3 최동훈·유수영까지 UFC 계약을 따낸 흐름이 있었고, 시즌5의 박보현은 그 계보를 여성부로 넓힐 수 있는 위치에 섰습니다. 이건 단순한 국적 응원이 아니라 데이터의 흐름입니다. 특정 국가가 반복해서 결승권 선수를 배출한다는 건 국내 단체, 팀 훈련, 체급별 선수층이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니까요.
박보현 대 멍보가 재미있는 이유
박보현은 둥화샹을 스플릿으로 넘고, 파리다 압두예바를 상대로는 만장일치 판정승을 챙겼습니다. 멍보는 마츠다 아리사를 판정으로 잡은 뒤 후쿠다 마치를 스플릿 판정으로 이겼습니다. 둘 다 토너먼트 두 경기를 모두 판정으로 통과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폭발력 대 폭발력의 싸움이라기보다, 15분 동안 누가 거리와 클린 히트를 더 많이 소유하느냐의 싸움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RTU 시즌5는 챔피언 후보 명단보다 과정의 숫자가 더 오래 남습니다. 1라운드 초반 피니시, 스플릿 판정, 계체 실패, 한국의 단일 생존자까지. 박보현이 멍보를 넘으면 단순한 한 경기 승리가 아니라, 한국 RTU 계보가 여성 스트로급으로 확장되는 순간이 됩니다. 이 정도면 다음 결승 카드를 기다리는 이유는 충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