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젠트
스포츠의 모든것

김학범의 손흥민 주장직 발언을 곱씹어봤더니, 완장보다 어려운 건 타이밍이었다

Last Updated :
김학범의 손흥민 주장직 발언을 곱씹어봤더니, 완장보다 어려운 건 타이밍이었다

얼마 전 우즈베키스탄전을 보면서 손흥민이 프리킥으로 A매치 59호 골을 넣는 장면을 다시 돌려봤는데, 묘하게 기분이 복잡했습니다. 한국 축구 A매치 최다골 기록을 새로 쓴 선수가 여전히 대표팀 주장 완장을 차고 있다는 건 대단한 그림이지만, 동시에 그 완장이 이제 어떤 무게로 읽히는지도 생각하게 됐거든요.

그래서 김학범 손흥민 주장직 관련 발언이 더 크게 들렸습니다. 김학범 전 감독은 뉴스1 인터뷰에서 손흥민이 스스로 주장을 내려놓고 뒤에서 후배들을 돕는 역할도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이 발언은 단순히 “손흥민을 빼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손흥민이라는 선수의 현재 가치와 대표팀 세대 흐름을 같이 놓고 봐야 이해되는 말에 가깝습니다.

김학범 발언의 초점은 은퇴가 아니라 역할 변화였다

김학범 전 감독의 메시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주장직 변화가 대표팀 은퇴를 뜻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는 점입니다. 손흥민은 이미 대표팀에서 너무 많은 걸 해낸 선수입니다. 151번째 A매치에서 59호 골을 넣으며 차범근의 58골을 넘어섰고, 한국 축구 역사에서 공격수로 남길 수 있는 가장 상징적인 숫자까지 가져갔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지점 때문에 주장직 이야기가 더 예민해집니다. 기록만 보면 손흥민에게 계속 완장을 맡기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실력, 상징성, 해외 커리어, 팬덤까지 모두 갖춘 선수니까요. 하지만 대표팀의 리더십은 개인의 위대함만으로 굴러가지 않습니다. 경기장 안에서 누가 목소리를 내고, 세대 간 온도를 누가 맞추고, 힘든 순간에 누가 선수단을 움직이느냐가 함께 얽힙니다.

김학범 전 감독이 말한 ‘뒤에서 돕는 역할’은 그래서 꽤 현실적인 표현입니다. 주장 완장을 내려놓아도 손흥민의 영향력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완장이라는 공식 책임을 덜었을 때, 후배들에게 더 편하게 말을 걸 수 있고 본인은 경기력에 집중할 여지도 생깁니다. 대표팀에서 나이가 든 스타가 꼭 중심에서 물러난다는 뜻이 아니라, 중심의 모양이 바뀌는 순간이 오는 겁니다.

손흥민의 숫자는 여전히 압도적이다

손흥민을 둘러싼 논쟁에서 감정이 앞서기 쉬운 이유는 숫자가 너무 강하기 때문입니다. A매치 59골은 그냥 좋은 공격수의 기록이 아닙니다. 한국 축구가 수십 년 동안 품고 있던 차범근의 득점 기준선을 넘어선 숫자입니다. 게다가 손흥민은 월드컵, 아시안컵, 평가전처럼 무대 성격이 다른 경기들에서 꾸준히 골을 쌓았습니다.

  • A매치 통산 59골로 한국 남자 축구 최다 득점 기록 경신
  • 2018년 이후 대표팀의 상징적인 주장 역할 수행
  • 월드컵과 아시안컵 등 주요 대회에서 꾸준한 득점 존재감
  • 팬 여론과 미디어 주목도를 동시에 끌어안는 대표 선수

이 정도면 단순히 ‘이제 나이가 있으니 내려오자’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손흥민은 여전히 골을 넣고 있고, 상대 수비가 가장 먼저 신경 쓰는 선수입니다. 특히 프리킥 하나로 경기의 공기를 바꾸는 능력은 주장 완장과 별개로 대표팀에 필요한 무기입니다.

근데 스포츠에서 어려운 장면은 늘 여기서 나옵니다. 가장 잘한 선수에게 언제까지 가장 무거운 역할까지 맡길 것인가. 기록이 현재를 증명하는 동안, 팀은 이미 다음 구조를 준비해야 합니다. 김학범 전 감독의 발언이 불편하게 들리면서도 그냥 흘려보내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 부분입니다.

김민재 세대가 커졌다는 신호

김학범 전 감독은 김민재 등 1996년생 선수들의 성장도 언급했습니다. 이건 특정 선수 한 명에게 완장을 넘기자는 단순한 주장이 아니라, 대표팀 내부 권력 지형이 바뀌고 있다는 관찰로 읽힙니다. 예전에는 손흥민이 공격과 분위기, 상징성까지 거의 혼자 떠안는 구조였다면, 지금은 김민재처럼 유럽 무대에서 검증된 수비 리더도 있습니다.

축구에서 주장은 포지션마다 장단점이 갈립니다. 공격수 주장은 전방 압박과 득점 장면에서 팀의 감정을 끌어올리기 좋습니다. 반대로 센터백이나 미드필더 주장은 경기 전체를 뒤에서 보며 라인 간격과 수비 집중력을 조율하기 좋습니다. 김민재 같은 수비 핵심이 주장 후보로 거론되는 건 그래서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기성용 사례도 떠올릴 만합니다. 대표팀 주장은 한 번 맡았다고 영구직처럼 가져가는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팀 사이클이 바뀌면 역할도 바뀌었습니다. 기성용 역시 긴 시간 대표팀 중심에 있었지만, 어느 순간 다음 세대와 공존하는 방식으로 위치가 달라졌습니다. 김학범 전 감독이 이 흐름을 언급한 건 손흥민을 낮춰 보는 말이라기보다, 대표팀이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방식을 말한 것으로 보입니다.

완장을 빼앗는 그림과 내려놓는 그림은 다르다

이번 발언에서 가장 섬세한 대목은 ‘스스로’라는 단어입니다. 누군가 손흥민에게 주장직을 빼앗는 모양이 되면 팬들의 반발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손흥민은 단순한 베테랑이 아니라 한국 축구의 얼굴입니다. 그 얼굴에게서 완장을 떼어내는 장면은 경기력 문제보다 상징의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손흥민이 먼저 “이제 후배가 앞에서 끌고, 나는 옆에서 돕겠다”는 메시지를 낸다면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건 퇴장이 아니라 확장입니다. 주장 손흥민에서 선배 손흥민으로 역할이 바뀌는 것이고, 대표팀은 상징을 잃는 대신 리더십의 층을 하나 더 얻게 됩니다.

사실 팬 입장에서도 이 변화는 낯설 수 있습니다. 우리는 손흥민이 완장을 차고 웃거나 울던 장면을 너무 오래 봤습니다. 2018년 이후 대표팀을 떠올리면 손흥민의 표정이 곧 팀의 분위기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주장직 논의가 나오면 괜히 마음 한쪽이 서늘해집니다.

하지만 숫자와 흐름을 같이 보면, 지금은 감정만으로 밀어붙일 시기는 아닙니다. 손흥민이 59골을 넣은 바로 그 시점에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는 점도 의미심장합니다. 최고 기록을 세운 뒤라서 내려놓는 선택이 더 품격 있어 보일 수 있고, 팀 입장에서도 다음 리더를 세울 명분이 생깁니다.

손흥민에게 가장 어울리는 다음 역할

저는 손흥민이 당장 주장직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단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김학범 전 감독의 발언은 대표팀이 언젠가 반드시 지나가야 할 장면을 앞당겨 꺼낸 느낌입니다. 대표팀의 세대교체는 선발 명단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닙니다. 라커룸의 목소리, 경기 중 항의하는 선수, 실점 뒤 선수들을 모으는 얼굴에서도 일어납니다.

손흥민에게 가장 좋은 그림은 밀려나는 게 아니라 넘겨주는 쪽입니다. 본인은 여전히 골을 노리고, 상대 수비를 흔들고, 필요한 순간 후배를 다독이는 선수로 남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새 주장은 새 주장의 방식으로 팀을 잡고, 손흥민은 손흥민만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대표팀의 온도를 지킬 수 있습니다.

스포츠에서 위대한 선수의 마지막 장면은 꼭 은퇴식에서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때로는 완장을 내려놓는 방식, 박수를 받는 위치를 바꾸는 방식, 후배가 앞에 서도록 한 발 물러나는 방식에서도 만들어집니다. 손흥민이 쌓은 59골의 무게를 생각하면, 다음 역할 역시 숫자 못지않게 오래 기억될 장면이 될 수 있습니다.

김학범의 손흥민 주장직 발언을 곱씹어봤더니, 완장보다 어려운 건 타이밍이었다 - 요약
김학범의 손흥민 주장직 발언을 곱씹어봤더니, 완장보다 어려운 건 타이밍이었다 | 스포젠트 : https://spogent.com/6786
스포츠의 모든것
스포젠트 © spogent.com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modoo.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