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하주석 합류 뒤 3위 퍼즐이 맞춰지는 과정을 기록으로 읽어봤더니

얼마 전 KIA 경기 기록표를 넘겨보다가 이상하게 눈이 한 번 더 가는 이름이 있었다. 김도영처럼 숫자가 화려한 선수도 아니고, 나성범처럼 한 방의 무게가 먼저 떠오르는 선수도 아니다. 그런데 하주석 이름이 들어간 뒤 KIA 내야 운용이 조금 덜 빡빡해졌다는 느낌, 그게 기록을 볼수록 꽤 선명했다.
3위 싸움은 큰 숫자보다 작은 공백에서 갈렸다
2026년 10월 11일 기준 KIA는 143경기 78승 2무 63패, 승률 0.553으로 3위에 올라 있다. 4위 LG가 78승 1무 64패, 승률 0.549였으니 체감상 거의 한 경기짜리 차이다. 이런 순위 경쟁에서는 4번 타자의 홈런 하나만큼이나 7번 타자의 진루타, 백업 내야수의 무실책 9이닝, 주전 체력 관리가 크게 보인다.
KIA의 팀 타격은 시즌 내내 아주 나쁘지 않았다. 팀 타율은 0.270대, 홈런도 리그 상위권 흐름이었다. 김도영, 나성범, 카스트로 쪽에서 장타가 터지면 상대 마운드를 흔들 힘은 충분했다. 문제는 내야였다. 박찬호가 빠진 유격수 자리, 김선빈의 컨디션 변동, 김도영의 체력 관리까지 겹치면서 감독 입장에서는 매일 라인업을 짤 때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하주석 트레이드는 화려한 영입보다 빈칸 메우기에 가까웠다
하주석은 7월 23일 이형범과 맞바뀌며 한화에서 KIA로 왔다. 이름값만 보면 꽤 익숙한 선수지만, 당시 상황만 놓고 보면 대형 스타 영입이라기보다 현실적인 내야 보강이었다. 연합뉴스 보도에서도 KIA가 유격수 공백, 김선빈의 흔들림, 김도영 체력 관리라는 세 가지 이유로 베테랑 내야수를 찾았다고 전했다.
사실 이 대목이 중요하다. KIA가 하주석에게 기대한 건 3할 20홈런짜리 해결사가 아니었다. 유격수, 2루수, 필요하면 3루까지 들어갈 수 있는 선수. 이미 1군 경험이 길고, 큰 경기 흐름을 아는 선수. 그 정도의 안정감이 3위 경쟁에서는 꽤 비싼 자산이 된다.
- 트레이드 시점: 2026년 7월 23일
- KIA가 내준 선수: 우완 불펜 이형범
- KIA가 얻은 선수: 내야수 하주석
- 영입 명분: 내야 멀티 포지션, 베테랑 경험, 김도영 체력 분산
그리고 하주석은 출발이 좋았다. KIA 합류 초반 5경기에서 타율 0.353을 기록했고, 7월 30일 삼성전에서는 3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으로 12-3 대승에 힘을 보탰다. 이건 단순히 안타 몇 개의 문제가 아니었다. 경기 초반 찬스에서 점수를 벌리고, 하위 타순에서 공격 흐름을 끊지 않았다는 점이 컸다.
OPS 0.657, 그런데 왜 중요한 선수였나
시즌 전체 숫자만 보면 하주석의 공격력은 아주 강렬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KIA 내 OPS 순위에서 하주석은 70경기 OPS 0.657 수준으로 집계됐다. 김도영의 1.0대 OPS, 카스트로와 나성범의 0.9대 OPS와 비교하면 확실히 다른 층위의 선수다. 솔직히 방망이만 보고 3위의 주역이라고 부르면 과장이 된다.
그런데 야구에서 퍼즐 조각은 늘 가장 반짝이는 조각만 의미하지 않는다. 하주석의 가치는 ‘누가 쉬어도 내야가 무너지지 않는다’는 쪽에 있다. 김도영이 지명타자로 들어가는 날, 김선빈을 관리해야 하는 날, 경기 후반 수비 안정감이 필요한 날에 쓸 카드가 하나 더 생겼다. 이게 벤치의 선택지를 넓혔다.
특히 KIA처럼 장타 중심축이 확실한 팀은 모든 타순이 폭발할 필요가 없다. 하위 타순에서 출루 한 번, 병살을 피하는 타구 하나, 2사 후 1타점 적시타 하나가 상위 타선으로 다시 기회를 넘긴다. 하주석이 시즌 전체 생산성에서 압도적이지 않아도, 특정 구간과 특정 상황에서는 충분히 3위 싸움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었다.
1000경기 기록이 말해주는 베테랑의 쓰임새
하주석은 KIA 이적 후 1000경기 출장 기록도 세웠다. 1000경기는 그냥 오래 뛴 숫자가 아니다. 부침을 겪고, 포지션 경쟁을 견디고, 한 팀의 얼굴이었다가 새 팀에서 다시 역할을 찾아야 가능한 숫자다. 스포츠서울과 구단 발표를 통해 알려진 1000경기 시상식 장면도 그래서 꽤 상징적이었다.
베테랑 내야수의 장점은 기록지에 전부 드러나지 않는다. 투수에게 한 박자 빨리 사인을 주는 움직임, 병살 타이밍에서 베이스 커버를 늦지 않게 들어가는 습관, 경기 후반 한 점 차에서 무리하지 않는 송구 판단. 이런 건 WAR나 OPS만으로는 잘 안 잡힌다. 근데 순위표가 빽빽할 때는 그런 작은 판단이 승률을 조금씩 밀어 올린다.
KIA가 3위에 있는 이유를 하나로 찍으라면 당연히 중심 타선과 선발진, 그리고 시즌 내내 쌓은 팀 전력 전체를 말해야 한다. 하지만 하주석은 그 옆에서 빈칸을 줄인 선수였다. 큰 제목은 아니어도 줄 사이를 채우는 이름. 올 시즌 KIA의 3위 퍼즐에서 하주석의 역할은 딱 그 지점에 있었다고 본다.
가을 야구에서 더 크게 보일 수 있는 카드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보다 벤치 운용이 더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대타, 대수비, 더블스위치성 교체, 좌우 매치업, 주전의 체력 안배가 매 경기 승부처로 튀어나온다. 이때 멀티 내야수 한 명의 존재감은 평소보다 커진다.
하주석이 가을에 중심 타자가 될 필요는 없다. 대신 실책 없는 수비 이닝을 만들어주고, 하위 타순에서 투수에게 공을 몇 개 더 보게 하고, 한 번의 찬스에서 외야 플라이 하나를 만들어주면 된다. 그런 장면이 쌓이면 KIA의 3위는 단순한 순위표 숫자가 아니라 시즌 중반 이후 전력 보강이 실제로 작동한 사례로 남는다. 나는 이런 선수들이 좋다. 박스스코어 맨 위에 있지는 않지만, 경기의 모양을 바꾸는 쪽에 가까운 선수들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