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 떠난 KT의 상승세를 기록으로 따라가봤다

지난해 KT 경기를 볼 때는 강백호 타석이 돌아오면 괜히 화면에 더 집중했다. 그만큼 중심타선에서 존재감이 큰 선수였다. 그래서 그가 한화로 떠난 뒤 KT가 어떻게 점수를 낼지 궁금했는데, 2026년 정규시즌 성적표는 예상보다 훨씬 강렬하다. 90승 49패 5무, 승률 0.647로 1위. 숫자만 보면 빈자리를 메운 정도가 아니라 팀 전체가 한 단계 올라섰다.
6위 팀이 1위가 되기까지
KBO 기록을 나란히 놓으면 변화의 크기가 선명하다. KT는 2025년 71승 68패 5무로 6위였고, 2026년에는 같은 144경기에서 승수를 19개 늘렸다. 팀 타율도 0.253에서 0.286으로 뛰었다. 반면 팀 평균자책점은 4.09에서 4.14로 소폭 높아졌다. 투수진이 모든 경기를 압도해서 순위가 오른 그림이라기보다, 타선이 더 자주 기회를 만들고 점수로 바꾼 쪽에 가깝다.
강백호가 떠났다는 사실과 KT가 강해졌다는 사실을 곧바로 원인과 결과로 묶을 수는 없다. 강백호 자신도 한화에서 34홈런 118타점을 기록했다. 여전히 상대 투수가 경계해야 할 타자라는 얘기다. KT의 성적은 그를 잃은 효과보다, 남은 자리에서 여러 선수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생산력을 끌어올린 결과로 읽는 편이 자연스럽다.
장타 한 방과 출루가 함께 돌아갔다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힐리어드다. 44홈런 139타점으로 KT 중심타선의 무게를 잡았고, 리그 타점 1위에도 올랐다. 특히 7월에는 19경기에서 9홈런 26타점, 장타율 0.743을 기록하며 월간 MVP를 받았다. 긴 시즌에는 타선이 잠잠해지는 구간이 꼭 오는데, 그 시기에 장타를 몰아친 선수가 있었다는 점이 크다.
그 앞에서 최원준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공격을 움직였다. 시즌 208안타에 타율 0.356, 출루율 0.434, 125득점. 홈런으로 단숨에 점수를 올리는 타자와 누상에 자주 살아 나가 득점 기회를 여는 타자가 함께 있었다. 최원준의 208안타는 KT 구단의 한 시즌 최다 안타 기록도 넘어선 수치다. 김현수와 안현민까지 타선에 힘을 보탠 덕분에 상대가 한 타자만 피해서 끝낼 수 있는 구성이 아니었다.
물론 개인 타점이나 득점에는 타순과 앞뒤 타자의 영향이 섞인다. 그래도 최원준의 출루와 힐리어드의 장타가 한 팀 안에서 동시에 나온 건 KT 공격의 흐름을 설명하는 좋은 단서다. 지난해 팀 타율과 올해 팀 타율 사이의 3푼 3리 차이도 이런 타석들이 시즌 내내 쌓인 결과로 볼 수 있다.
마운드는 경기를 놓치지 않을 만큼 버텼다
팀 평균자책점이 낮아지지 않았는데도 90승을 거둔 대목은 흥미롭다. 고영표는 15승에 평균자책점 3.28, 172⅔이닝을 기록했다. 선발이 꾸준히 이닝을 맡아 주면 타선이 뒤집을 시간도 생기고 불펜 운용에도 여유가 남는다. 소형준은 10승 3패로 10승 이상 투수 가운데 승률 1위인 0.769를 기록했다.
뒤에서는 박영현이 30세이브, 스기모토가 25홀드를 올렸다. 승리는 타자 한 명이나 투수 한 명의 기록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선발이 버티고, 타선이 앞서 나가고, 불펜이 리드를 지키는 장면이 반복돼야 144경기에서 90승까지 닿는다. KT가 지난해보다 19승을 더한 과정에도 이런 연결이 있었다.
상대 전적에서 보이는 상승세의 폭
상대 전적을 보면 KT가 약팀만 만나 승수를 쌓은 것도 아니다. KBO 기록상 KIA와 LG에 각각 10승 6패, NC에 11승 5패를 거뒀다. 반면 2위 삼성에는 7승 9패로 밀렸다. 모든 상대를 압도한 시즌은 아니었지만, 여러 팀을 상대로 꾸준히 우위를 만든 시즌이었다는 뜻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지점이 강백호 떠난 KT의 상승세에서 가장 재미있다. 강백호는 한화에서도 자기 몫을 해냈고, KT는 새로운 타선의 조합으로 정규시즌 1위에 올랐다. 한 스타의 이탈을 누가 대신했느냐고 묻기보다, 출루와 장타, 선발 이닝과 불펜의 리드 보존이 어떻게 맞물렸는지 보는 편이 올해 KT 야구를 더 잘 설명한다. 숫자 뒤에 남는 이야기도 바로 그 연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