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경문 체제 비극적 결말을 숫자로 읽어봤다

지난해 한화의 한국시리즈를 보면서, 준우승의 아쉬움보다 다음 시즌이 더 궁금했다. 19년 만에 닿은 무대였으니 한 걸음만 더 가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1년 뒤 순위표에서 한화는 9위에 있었다. 2025년 83승 57패 4무, 2026년 57승 83패 4무. 승과 패가 정확히 뒤집힌 이 숫자가 한화 김경문 체제 비극적 결말의 출발점이다.
준우승 다음 해, 26승이 사라졌다
2024년 6월 한화 지휘봉을 잡은 김경문 감독은 첫해 팀을 8위로 마쳤다. 온전히 시즌을 준비한 2025년에는 정규시즌 2위로 올라섰고, 플레이오프를 통과해 한국시리즈까지 갔다. LG에 1승 4패로 밀렸지만 오랜 가을야구 갈증을 생각하면 분명 큰 진전이었다.
그래서 2026년의 9위는 더 낯설다. 승률은 0.593에서 0.407로 떨어졌다. 5위 두산의 73승과 비교해도 16승이 모자랐다. 한두 경기의 불운이나 막판 연패만으로 설명할 간격은 아니다. 시즌 내내 승리를 쌓는 힘이 달라졌다는 뜻에 가깝다.
10월 10일 NC와의 최종전도 묘하게 그 시즌을 닮았다. 한화는 한때 1-8까지 밀렸고, 9회말에만 6점을 내며 8-9까지 따라붙었다. 그러나 만루에서 마지막 땅볼이 나오며 경기는 끝났다. 점수 차는 한 점이었지만, 초반에 내준 여덟 점을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었다.
타율은 올랐는데 마운드가 버티지 못했다
KBO의 연도별 기록을 보면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한화의 팀 타율은 2025년 0.266에서 2026년 0.273으로 올랐다. 타율만으로 득점력을 전부 판단할 수는 없다. 그래도 성적 급락을 단순히 타선 침묵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숫자다.
반대로 팀 평균자책점은 3.55에서 5.26으로 뛰었다. 차이가 1.71점이다. 같은 기간 리그 전체 평균자책점은 4.31에서 4.66으로 0.35점 올랐다. 리그 전반의 실점 환경이 나빠진 점을 감안해도 한화 마운드의 하락 폭은 훨씬 크다. 지난해에는 리그 평균보다 0.76점 낮았는데, 올해는 0.60점 높았다.
2025년 코디 폰세가 29경기에서 17승 1패, 평균자책점 1.89와 252탈삼진을 기록했던 장면을 떠올리면 차이가 선명하다. 그런 압도적인 시즌은 어느 팀에도 쉽게 반복되지 않는다. 다만 한 선수의 성적만으로 2026년의 투수진 전체를 재단할 수도 없다. 선발이 짧게 던진 날 이후의 이닝, 실점 뒤 추격에 써야 할 힘까지 함께 봐야 한다.
상대 전적에서 드러난 시즌의 균열
상대 팀별 기록은 9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한화는 2026년 1위 KT에 3승 12패 1무, 2위 삼성에도 3승 12패 1무였다. 우승권 두 팀을 상대로만 합계 6승 24패 2무다. 강팀과 만날 때 승률을 지켜내지 못하면 순위표 위쪽으로 올라갈 발판이 줄어든다.
그렇다고 상위권 팀에만 약했던 것은 아니다. 8위 NC에는 3승 13패, 최하위 키움에도 5승 10패 1무였다. 특히 NC와의 16경기에서 열 번을 더 진 점은 아프다. 2026년 한화가 단순히 강팀과의 전력 차이 때문에 밀린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반면 롯데를 상대로는 11승 5패, SSG에는 10승 6패였다. 모든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당한 팀은 아니었다. 좋은 대진에서 챙긴 승수를 다른 대진으로 이어가지 못한 들쭉날쭉함이 더 눈에 띈다.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왜 이겼나’만큼 ‘왜 그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나’가 궁금해진다.
감독의 마지막 경기 뒤에 남은 질문
한화는 NC전이 열린 10월 10일, 김경문 감독이 계약 만료로 팀을 떠난다고 발표했다.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감독과 9위로 헤어진 셈이다. 두 장면 사이에 1년밖에 없다는 사실이 프로야구의 속도를 실감하게 한다.
감독의 선택은 평가받아야 한다. 동시에 26승 감소를 한 사람의 판단으로만 돌리면 팀이 확인해야 할 문제도 흐려진다. 지난해의 강한 마운드를 어떤 전력으로 다시 세울지, 상대에 따라 크게 흔들린 경기력을 어떻게 줄일지. 새 감독의 이름보다 그 답이 먼저 성적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9회말의 뜨거운 추격은 기억에 남겠지만, 다음 시즌 한화에 필요한 건 더 이른 이닝부터 경기를 붙잡는 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