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과 한화의 극단적 경기력 부진을 기록으로 읽어봤다

얼마 전 두산과 한화의 경기 결과를 나란히 훑다가 ‘둘 다 답답하다’는 말로 묶기에는 숫자가 꽤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산은 강팀을 만날 때 승리가 잘 쌓이지 않았고, 한화는 시즌 전체에서 패배를 막아내지 못했다. 같은 부진처럼 보여도 어디서 흔들렸는지는 따로 봐야 한다.
144경기가 보여준 두 팀의 거리
KBO의 2026년 정규시즌 기록에서 두산은 73승 66패 5무, 승률 0.525로 5위다. 한화는 57승 83패 4무, 승률 0.407로 9위다. 두 팀 모두 144경기를 치렀지만 승수는 16승 차이. ‘두산과 한화의 극단적 경기력 부진’이라는 표현을 시즌 성적 전체에 그대로 붙이면 두산의 5할 이상 승률이 가려진다.
최근 10경기도 온도가 달랐다. 정규시즌 마지막 집계에서 두산은 6승 4패, 한화는 3승 7패였다. 두산 팬의 답답함은 이겨야 할 상대와의 경쟁에서 느끼는 아쉬움에 가깝고, 한화 팬의 답답함은 승리보다 패배를 더 자주 보게 된 한 시즌의 무게에 가깝다. 순위표 한 줄보다 상대전적을 펼쳤을 때 차이가 더 선명해진다.
두산은 누구를 만났을 때 막혔나
두산은 정규시즌 1위 KT에 4승 11패 1무, 4위 LG에도 4승 11패 1무였다. 두 상대에게서 거둔 승리는 합쳐 8승, 패배는 22패다. 반면 NC에는 12승 4패, 키움에는 11승 4패 1무로 앞섰다. 시즌 승률 0.525가 말해주지 않는 굴곡이다. 아래쪽 팀을 상대로 승수를 벌어 5위에 올랐지만, KT와 LG를 만난 날에는 같은 힘을 내지 못했다.
그렇다고 두산이 상위권 팀 모두에 약했던 것도 아니다. 3위 KIA에는 9승 7패, 2위 삼성에는 8승 7패 1무였다. 이 대목이 흥미롭다. ‘강팀 상대 부진’이라고 뭉뚱그리기보다 KT와 LG전에서 왜 결과가 유독 기울었는지 따져야 한다. 선발이 버틴 뒤에도 득점 기회를 놓쳤는지, 접전 후반에 점수를 내줬는지에 따라 다음 시즌의 과제는 달라진다. 상대전적은 문제를 가리키지만, 원인까지 대신 말해주지는 않는다.
홈과 원정의 차이도 있다. 두산은 홈에서 40승 28패 3무였고 원정에서는 33승 38패 2무였다. 홈에서는 승리가 패배보다 12번 많았지만 원정에서는 패배가 5번 많았다. 시즌 전체를 ‘극단적 부진’이라 부르기 어려운 이유이면서, 어디서 승률을 더 끌어올려야 하는지 보여주는 기록이다.
한화는 패배가 어디에 몰렸나
한화의 상대전적은 더 날카롭다. KT에 3승 12패 1무, 삼성에도 3승 12패 1무였다. NC에는 3승 13패로 크게 밀렸다. 이 세 팀을 상대로만 9승 37패 2무다. 83패 중 37패가 여기서 나왔다. 특히 NC는 최종 8위 팀이었으니, 한화의 어려움을 상위권과의 전력 차이만으로 설명하기도 힘들다.
반대쪽 기록을 보면 이유가 더 분명해진다. 한화는 롯데에 11승 5패, SSG에 10승 6패로 앞섰고 두산과도 8승 7패 1무로 근소하게 우세했다. 매 경기 무기력했던 팀은 아니다. 다만 특정 상대에게 크게 밀리면 다른 상대에게 쌓은 승리가 순위표에서 힘을 잃는다. 롯데전에서 번 승수를 NC전에서 거의 그대로 돌려준 셈이다.
홈 성적은 27승 41패 3무, 원정은 30승 42패 1무였다. 두산처럼 장소에 따라 승패 방향이 바뀌지는 않았다. 홈과 원정 모두 패배가 승리보다 많았다. 익숙한 구장에서조차 승률을 끌어올리지 못했다는 점은 한화의 부진이 몇 차례 원정 일정에만 묶인 문제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다음 경기를 볼 때 남는 질문
두산에는 KT·LG전의 격차와 원정 승률이, 한화에는 NC전처럼 크게 밀린 맞대결과 홈 승률이 눈에 남는다. 팬 입장에서는 한 경기의 대패보다 이 숫자들이 더 신경 쓰인다. 다음 맞대결에서 선취점을 내고도 뒤집히는지, 접전을 끝까지 지키는지, 같은 상대에게 또 연패를 이어가는지를 보면 시즌 기록에 찍힌 약점이 실제 경기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일 테니까.
야구는 144경기를 치르는 동안 좋은 날과 나쁜 날이 번갈아 온다. 두산은 승률 5할을 넘기고도 특정 상대 앞에서 유난히 작아졌고, 한화는 이길 수 있었던 상대가 있었는데도 몇몇 맞대결의 깊은 열세를 견디지 못했다. 두 팀의 숫자를 나란히 놓고 보니, 팬이 느끼는 답답함에도 서로 다른 얼굴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