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메시 은퇴와 후계자 논의를 다시 보게 됐다

얼마 전 2026 월드컵 기록을 다시 펼쳐봤다. 호날두가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을 끝냈고, 메시는 아르헨티나 대표팀과 작별했다. 둘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말은 익숙한데, 기록을 따라가다 보니 ‘다음 메시와 호날두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조금 성급하게 느껴졌다.
두 사람의 작별은 같은 뜻이 아니다
호날두는 포르투갈이 스페인에 0대1로 진 16강전 뒤 월드컵에는 다시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FIFA가 전한 그의 말은 월드컵과의 작별이다. 이 한 경기로 선수 생활 전체의 은퇴를 확정해 말할 수는 없다.
메시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2026 월드컵 결승에서 아르헨티나가 스페인에 0대1로 패한 뒤 대표팀 은퇴를 발표했고, 10월에는 홈 팬들 앞에서 마지막 대표팀 경기를 치렀다. 클럽에서는 여전히 뛰고 있다. 그래서 지금의 ‘은퇴’는 두 선수에게 각각 다른 범위의 말이다.
그 차이를 놓치면 후계자 이야기도 흐려진다. 대표팀의 빈자리를 메울 선수와 세계 축구의 얼굴이 될 선수를 같은 기준으로 고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득점표에는 이미 다음 이름이 보인다
2026 월드컵 득점만 보면 킬리안 음바페가 가장 앞선다. 8경기에서 10골을 넣어 득점왕에 올랐고, 월드컵 통산 득점도 22골로 늘렸다. 세 차례 대회에서 쌓은 숫자다. 빠른 침투에 이은 마무리가 큰 무대에서도 반복된다는 점에서, 호날두가 오래 보여준 득점 지배력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같은 대회에서 메시는 8골을 넣었다. 작별을 앞둔 선수가 득점 2위에 올랐으니 세대교체가 단숨에 끝났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음바페의 10골은 새 시대의 강한 신호지만, 메시의 8골은 이전 시대가 얼마나 높은 기준을 남겼는지도 보여준다.
엘링 홀란도 빼놓기 어렵다. 그는 이번 월드컵에서 7골을 기록했다. 특히 세네갈전에서는 두 골을 넣어 노르웨이의 3대2 승리를 이끌었다. 페널티 지역에서 공간을 찾아 마무리하는 능력은 독보적이다. 다만 음바페와 홀란의 골 수만 비교하면 각 팀의 전개 방식이나 둘에게 주어지는 역할은 보이지 않는다.
메시의 후계자를 골 수로만 찾기 어려운 이유
메시를 떠올릴 때는 득점 장면만큼 그 직전 장면이 중요하다. 공을 받으러 내려와 수비를 끌어내고, 동료가 뛸 공간을 만든다. 그러니 ‘메시의 후계자’라는 이름에는 득점뿐 아니라 경기의 방향을 바꾸는 능력까지 담긴다.
라민 야말이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FIFA는 2026 월드컵 우루과이전에서 야말이 두세 명의 집중 견제를 받으면서도 스페인의 결승골 과정에 관여했다고 짚었다. 직접 슈팅하지 않은 순간에도 상대 수비의 배치를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메시와 같은 선수가 될 거라는 예언보다는, 공을 잡았을 때 상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지켜보는 편이 더 재미있다.
스페인의 우승을 야말 한 명의 이야기로 만들 필요도 없다. 이번 대회 최우수선수는 미드필더 로드리였고, 최우수 영플레이어는 수비수 파우 쿠바르시였다. 스페인은 8경기에서 단 1골만 내주며 우승했다. 공격의 재능을 빛나게 한 건 공을 되찾고 실점을 막는 팀 전체의 구조이기도 했다.
후계자는 한 자리가 아니라 여러 역할이다
호날두와 메시가 오랫동안 비교 대상이 된 건 득점 기록 때문만은 아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경기를 지배했고, 그 장면들이 여러 시즌과 큰 대회에 걸쳐 쌓였다. 한 번의 월드컵 기록만으로 두 사람의 자리를 통째로 넘겨줄 수 없는 이유다.
지금 보이는 후보들의 강점은 오히려 선명하게 다르다. 음바페는 월드컵 득점 기록을 새로 쓰고 있고, 홀란은 페널티 지역의 작은 틈을 골로 바꾼다. 야말은 수비의 시선을 끌며 공격의 길을 연다. 다음 시즌에도, 다음 큰 경기에서도 그 강점이 어떻게 반복되는지 보고 싶다. 두 사람의 뒤를 한 명이 그대로 잇기보다 여러 선수가 각자의 방식으로 새로운 비교 기준을 만들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