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차기 감독 이야기가 다시 커진 까닭

사직에서 경기를 보고 돌아오면 승패보다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안타가 이어져도 점수로 연결되지 않던 이닝, 그리고 리드를 지키지 못했던 홈 경기들이다. 2026시즌이 끝나자 롯데 차기 감독 이야기가 다시 커진 것도 단순히 순위표의 숫자 하나 때문만은 아니다.
3년 연속 7위가 남긴 질문
KBO 기록실 기준 롯데는 2024년 66승 74패 4무, 2025년 66승 72패 6무, 2026년 64승 77패 3무로 세 시즌 모두 7위였다. 승률은 차례로 0.471, 0.478, 0.454다. 2025년에 조금 올라섰지만 올해는 다시 내려왔다. 김태형 감독의 2024~2026년 계약이 끝나는 시점이라, 같은 순위가 세 번 반복됐다는 사실은 구단의 다음 선택을 더 무겁게 만든다.
그렇다고 7위라는 글자만으로 세 시즌을 똑같이 볼 수는 없다. 2024년 롯데의 팀 타율은 0.285로 높았지만 평균자책점은 5.05였다. 2025년에는 팀 타율이 0.267로 떨어진 대신 평균자책점이 4.75로 낮아졌다. 2026년은 타율 0.272, 평균자책점 4.72였다. 공격과 마운드의 모습은 달라졌는데 승수는 66승, 66승, 64승에 머물렀다. 팬들이 답답해하는 지점도 여기다. 좋은 장면이 없었던 게 아니라, 그 장면들이 한 시즌의 승리로 충분히 쌓이지 않았다.
올해 기록에서 더 눈에 띄는 홈 성적
2026년 롯데는 원정에서 35승 35패 3무를 기록했다. 반면 홈에서는 29승 42패였다. 사직에서 패배가 승리보다 13번 많았다는 뜻이다. 같은 팀이 원정에서는 승패 균형을 맞췄다는 점을 생각하면, 홈 성적을 그저 전력의 한계로만 넘기기는 어렵다. 물론 이 숫자만으로 홈 부진의 원인이나 감독 책임의 크기를 단정할 수는 없다. 선발 대진과 부상, 경기별 전력 차이까지 따져야 한다. 그래도 새 시즌을 준비하는 구단이라면 먼저 파고들 만한 대목이다.
상대별 성적도 비슷한 숙제를 보여준다. 롯데는 최하위 키움을 상대로 14승 2패를 거뒀다. 하지만 정규시즌 1위 KT에는 5승 10패 1무, 3위 KIA에도 5승 10패 1무, 5위 두산에는 6승 10패였다. 하위 팀을 확실히 잡은 힘이 상위권과의 맞대결로 이어지지 못했다. 다음 감독이 누구든 약팀 상대 승리만 지키는 것으로는 5강과의 거리를 좁히기 어렵다.
이름보다 먼저 봐야 할 감독의 일
롯데 차기 감독 후보를 거론할 때는 유명한 이름부터 떠올리기 쉽다. 김태형 감독 역시 두산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세 차례 경험한 지도자였다. 하지만 롯데에서의 3년은 과거 우승 경력만으로 현재 팀의 빈틈이 메워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다. 그래서 후보를 평가할 때는 어느 팀에서 몇 번 우승했는지와 함께, 지금 롯데 선수단으로 어떤 야구를 만들 수 있는지 물어야 한다.
우선 선발투수가 짧게 던진 날 불펜을 어떻게 돌릴지, 접전에서 수비와 주루의 손실을 어떻게 줄일지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이 필요하다. 팀 타율 하나만 높여서는 승리가 늘지 않는다는 사실은 지난 세 시즌 기록에서도 드러난다. 타자를 키우는 과정과 당장 이겨야 하는 경기의 선택도 함께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젊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말보다 어떤 기준으로 기용하고, 부진할 때 얼마나 기다릴지가 더 궁금하다.
구단의 몫도 크다. 감독이 타순과 투수 교체를 결정하더라도 선수층을 만들고 빈자리를 채우는 일은 현장 혼자 할 수 없다. 재계약을 선택한다면 지난 3년의 문제를 어떻게 고칠지 제시해야 하고, 새 감독을 선임한다면 그 구상이 선수 구성과 맞아야 한다. 이름만 바뀌고 같은 숙제가 남으면 팬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작을 수밖에 없다.
공식 발표 전에는 기록으로 거리를 재자
2026년 10월 중순 현재 확인된 것은 김태형 감독의 기존 계약 기간과 롯데의 시즌 성적이다. 후임 선임이나 재계약을 구단 발표가 나오기 전에 확정된 일처럼 말할 단계는 아니다. 누가 유력하다는 소문보다 후보가 홈 29승 42패와 상위권 상대 열세를 어떻게 바꾸겠다고 설명하는지가 더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것이다.
솔직히 롯데 팬이라면 새 이름 하나에 기대를 걸고 싶은 마음도 이해한다. 나 역시 다음 시즌 사직에서 달라진 야구를 보고 싶다. 다만 올해 숫자가 가리키는 자리는 분명하다. 차기 감독의 이름이 발표되는 날보다, 그 사람이 어떤 문제를 맡고 구단이 무엇을 뒷받침할지 드러나는 날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