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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조쉬 벨 볼티모어 2위 유망주 출신의 기록을 다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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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조쉬 벨 볼티모어 2위 유망주 출신의 기록을 다시 봤다

예전 LG 외국인 타자들의 기록을 넘기다가 조쉬 벨의 이름에서 손이 멈췄다. 2014년 63경기, 타율 0.267, 10홈런, 39타점. 몇 년을 뛴 선수의 성적이 아니라 시즌 절반도 채우지 못한 타자의 기록이다. 여기에 ‘볼티모어 2위 유망주 출신’이라는 이력까지 붙으니, 왜 기대를 모았고 왜 그렇게 빨리 떠났는지 다시 보게 됐다.

볼티모어 2위라는 평가는 진짜였다

먼저 이 수식어는 과장이 아니다.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벨을 2010년 볼티모어 오리올스 구단 유망주 2위로 평가했다. 당시 전체 유망주 순위에서도 37위였다. 원래 LA 다저스가 2005년 드래프트 4라운드에서 지명한 선수였고, 2009년 투수 조지 셰릴이 포함된 트레이드를 통해 볼티모어로 옮겼다. 양쪽 타석에서 장타를 만들 수 있는 3루수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다만 유망주 순위에는 반드시 날짜를 붙여야 한다. ‘볼티모어 2위’는 2014년 LG에 올 때의 평가가 아니라 2010년의 평가다. 그사이 벨은 메이저리그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MLB 기록을 보면 2010년 볼티모어에서 53경기 타율 0.214, 3홈런을 기록했고, 2011년에는 26경기에서 타율 0.164에 그쳤다. 애리조나 소속이던 2012년까지 합친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100경기 타율 0.195, 4홈런이다. 기대를 받았던 이유와 LG가 영입할 당시의 상황은 따로 읽어야 한다.

초반 8홈런이 만든 기대감

그래도 한국에서의 출발은 강렬했다. 2014년 4월까지 벨은 타율 0.313, 8홈런, 20타점에 OPS 0.997을 기록했다. LG 중심 타선에 장타가 필요했던 만큼, 홈런이 빠르게 쌓이는 모습은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시즌 전체 10홈런 중 8개가 이 시기에 나왔다는 사실만 봐도 초반 존재감이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타자의 가치는 홈런 수만으로 고정되지 않는다. 상대 팀도 타석을 거듭 보면서 공략법을 찾는다. 벨의 경우 초반에 보인 장타력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특히 외국인 타자가 중심 타선에서 뛰면 상대 배터리는 쉬운 승부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좋은 공이 줄어든 뒤에도 출루하고, 불리한 공을 골라내고, 실투를 놓치지 않아야 초반 기록이 시즌 기록으로 이어진다.

5월 이후 숫자가 달라졌다

변화는 뚜렷했다. 당시 보도된 기록에서 벨은 5월 이후 타율 0.234, 2홈런, 19타점, OPS 0.624에 머물렀다. 4월까지의 OPS 0.997과 견주면 차이가 크다. 홈런 생산도 8개에서 2개로 줄었다. 초반의 좋은 성적을 포함한 최종 타율 0.267만 보면 놓치기 쉬운 흐름이다. 시즌 초와 그 이후를 나눠 봐야 벨의 63경기가 제대로 읽힌다.

타격 문제를 단순히 ‘변화구를 못 쳤다’는 한 문장으로 끝내기도 어렵다. 다만 당시 LG 양상문 감독이 1군 복귀 조건으로 변화구 공략을 언급했다는 점은 팀이 어디에 주목했는지 보여준다. 베이스볼 아메리카의 과거 평가에는 벨이 낮은 직구와 가운데 몰린 변화구를 강하게 때릴 수 있지만, 높은 쪽의 좋은 직구에는 고전할 수 있다는 관찰도 있었다. 미국 시절의 평가만으로 KBO에서의 부진 원인을 확정할 수는 없다. 확실한 것은 상대의 공략이 쌓인 뒤 벨이 초반의 장타 생산을 되찾지 못했다는 결과다.

63경기 뒤에 남은 숫자

LG는 2014년 7월 2일 벨에 대한 웨이버 공시를 요청했다. 구단이 발표한 최종 성적은 63경기 타율 0.267, 10홈런, 39타점이었다. 당시 타순이 중심에서 뒤로 내려갔고, 6월 말에는 2군으로 향한 상태였다. 결국 LG는 시즌 중 새 외국인 타자를 찾아야 했다. 초반 홈런만 생각하면 빠른 결정처럼 보일 수 있지만, 구단은 그 이후의 타격 흐름까지 판단했을 것이다.

나는 벨의 기록에서 유망주 평가가 틀렸다기보다, 그 평가가 가리킨 가능성을 꾸준한 성적으로 바꾸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본다. 볼티모어 2위라는 과거와 LG에서의 4월은 분명 기대할 만한 장면이었다. 그런데 5월 이후의 성적도 똑같이 그의 이야기다. 벨을 기억할 때 가장 흥미로운 숫자는 홈런 10개 하나가 아니라, 그중 8개가 초반에 나왔다는 시간의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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