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 중원 3명 결장에도 버텨낸 밤

경기를 다시 떠올리면 2대1이라는 결과보다 전반 초반의 묘한 흐름이 먼저 생각난다. 인터가 공을 쥐고 밀어붙이는데, 골은 레알 마드리드가 먼저 넣었다. 2026년 9월 8일 챔피언스리그 첫 경기에서 나온 장면이다. 아르다 귈러, 에두아르도 카마빙가, 베르나르두 실바가 모두 징계로 빠진 밤이었다. 레알 마드리드 중원 3명 결장은 선발 명단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공을 빼앗고, 전진시키고, 상대의 속도를 끊는 방법까지 바꿔야 했다.
세 명의 빈자리는 서로 달랐다
세 선수를 한꺼번에 ‘미드필더 공백’으로 묶으면 경기의 어려움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귈러는 좁은 공간에서 방향을 바꾸며 공격을 잇는 선수이고, 카마빙가는 압박을 벗어나거나 넓은 구역을 뛰어다니며 수비를 돕는다. 베르나르두 실바는 공을 지키면서 공격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역할이 겹치는 듯해도 쓰임새는 다르다. 세 명이 동시에 없으면 한 자리의 대체 선수를 찾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주제 무리뉴 감독은 경기 전 레알 마드리드 공식 기자회견에서 세 선수의 징계 결장을 확인했다. 여기에 오렐리앵 추아메니도 몸 상태 때문에 처음부터 뛸 상황은 아니었다. 그래서 선발 중원에는 페데리코 발베르데와 주드 벨링엄 옆에 본래 측면 수비수인 트렌트 알렉산더아널드가 섰다. 이름값만 보면 화려하지만, 익숙한 조합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서로 언제 내려가고 언제 앞으로 나갈지 맞추는 일이 경기 중에 계속 필요했다.
점유율 36%가 말해주는 경기 방식
인터 공식 경기 기록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점유율은 36%, 인터는 64%였다. 코너킥도 레알 마드리드 4개, 인터 11개다. 숫자만 보면 홈팀이 주도권을 오래 쥐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실제로 초반 인터가 공을 돌리며 레알 마드리드 진영으로 들어왔고, 전반 3분 마르쿠스 튀랑의 슈팅은 티보 쿠르투아의 선방에 막혔다.
그런데 점유율이 낮았다는 사실만으로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을 소극적이었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 전반 14분 브라힘 디아스가 상대 진영에서 공을 되찾아 킬리안 음바페의 선제골을 도왔다. 23분에는 발베르데가 인터 골키퍼를 강하게 압박해 직접 두 번째 골을 넣었다. 두 골 모두 긴 시간 공을 소유한 끝에 나온 장면은 아니었다. 상대가 공을 가진 순간 어디서 압박하고, 공을 빼앗자마자 얼마나 빨리 골문을 향하느냐가 더 중요했다.
인터의 기록에는 레알 마드리드 유효 슈팅 8개, 인터 7개가 남아 있다. 점유율 격차와 달리 골문을 맞힌 슈팅은 레알 마드리드가 하나 더 많았다. 공을 적게 가졌어도 위협적인 장면을 꾸준히 만들었다는 뜻이다. 다만 슈팅 하나하나의 질까지 이 숫자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실제 경기는 양쪽 골키퍼의 선방이 여러 차례 나온, 꽤 열린 승부였다.
트렌트의 중원 기용이 보여준 득과 실
알렉산더아널드를 중원에 놓은 선택은 공백에 대한 무리뉴의 답이었다. 후방에서 전방으로 길게 보내는 패스와 위치를 잡는 능력은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측면 수비와 중앙 미드필더는 압박을 받는 방향이 다르다. 중앙에서는 등 뒤에서도 상대가 달려들고, 공을 잃은 직후 막아야 할 길도 여러 갈래다. 낯선 자리에서 공을 다루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경기 후 무리뉴도 레알 마드리드 공식 인터뷰에서 트렌트의 노력을 인정하면서 중앙 미드필더에게 필요한 움직임과 체력 소모가 다르다고 말했다. 인터의 니콜로 바렐라와 커티스 존스가 움직일 때 트렌트와 발베르데가 대응해야 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감독의 말은 이 선택이 실패였다는 선언보다는, 승리를 위해 감수한 어려움에 가깝게 들린다. 추아메니는 후반에 트렌트 대신 들어왔지만, 복귀 직후인 만큼 처음부터 그에게 중원 전체를 맡길 수는 없었다.
두 골을 넣고도 끝까지 편하지 않았다
2대0이 된 뒤 레알 마드리드에는 경기를 더 일찍 끝낼 기회가 있었다. 음바페와 벨링엄의 슈팅을 인터 골키퍼가 막았고, 브라힘의 슈팅은 골대를 맞혔다. 반대편에서는 쿠르투아도 여러 차례 실점을 막았다. 전반의 두 골이 압박의 성과였다면, 이후의 시간은 그 압박과 수비 간격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는지를 묻는 구간이었다.
후반 78분 카를루스 아우구스투의 골로 점수는 2대1이 됐다. 인터가 한 골만 더 넣으면 앞서 만든 차이는 사라지는 상황이었다. 무리뉴는 경기 뒤 팀의 수비 강도가 떨어졌고 경기를 다르게 통제할 선수가 많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중원 3명의 결장은 선발 조합뿐 아니라, 흐름이 바뀔 때 벤치에서 꺼낼 수 있는 선택에도 영향을 줬다.
레알 마드리드는 결국 승점 3점을 가져갔다. 발베르데의 압박과 득점, 브라힘의 공 탈취, 쿠르투아의 선방이 맞물린 승리였다. 동시에 점유율 36%와 막판 실점은 세 명이 비운 자리를 경기 내내 편하게 메우지는 못했다는 기록으로 남는다. 나는 이 경기를 ‘중원이 없어도 괜찮았다’는 증거보다는, 익숙하지 않은 조합으로도 이길 방법을 찾아낸 밤으로 기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