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27 여자배구 신인드래프트 최대어가 궁금해졌다

얼마 전 여자배구 신인드래프트 참가 명단을 보다가 한참 멈췄다. 고교 무대에서 우승을 이끈 공격수와 미국 대학 무대에서 주전으로 뛴 세터가 같은 지명식에 나온다니, 이름값만으로 순서를 매기기 어려웠다. 2026-27 여자배구 신인드래프트 최대어는 누구일까. 10월 17일 현재 내 눈에는 오드리 박과 오세인이 서로 다른 이유로 가장 흥미로운 후보다.
58명이 기다리는 10월 28일
한국배구연맹 발표에 따르면 올해 여자부 신인드래프트는 10월 28일 서울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다. 참가자는 58명이다. 고교 졸업 예정자 50명, 대학 재학생 6명, 외국 국적 동포 선수 2명으로 구성됐다. 아직 지명식 전이므로 특정 선수를 ‘전체 1순위’로 부를 수는 없다. 그 선수가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와 어느 구단이 먼저 호명할지는 또 다른 이야기다.
올해 처음 외국 국적 동포 선수에게 참가 문이 열린 점도 구도를 바꿨다. 오드리 박과 애나벨 박이 신청했다. 두 선수의 등장만으로 기존 고교 유망주의 가치가 낮아지는 건 아니다. 다만 구단이 검토할 수 있는 경험과 성장 단계의 폭이 넓어졌다. 당장 세터가 필요한 팀과 몇 년 뒤 주포를 키우려는 팀은 같은 명단을 보고도 전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오드리 박의 숫자는 세터다운 숫자다
오드리 박은 UCLA에서 뛴 세터다. UCLA 선수 기록에 따르면 2024년 27경기에 선발로 나섰고, 같은 해 콘퍼런스 경기에서 세트당 평균 10.67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한 경기 30개 이상 어시스트를 올린 횟수도 23번이다. 한두 경기 반짝한 기록보다 주전 세터로 꾸준히 공을 배분했다는 사실이 더 눈에 들어온다.
수비 쪽 숫자도 재미있다. UCLA가 공개한 2024년 기록에는 디그 220개와 블로킹 53개가 적혀 있다. 세터가 공격을 연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긴 랠리에 관여했다는 근거다. 물론 어시스트는 동료의 공격 성공과 팀 전술에 영향을 받는다. 미국 대학 무대의 수치를 V리그 예상 기록으로 그대로 옮길 수는 없다. 그래도 이미 높은 수준의 경기에서 주전 역할을 맡았다는 이력은 즉시 전력을 찾는 구단에 매력적이다.
내가 실제 경기에서 확인하고 싶은 건 속공을 살리는 타이밍이다. 리시브가 흔들린 공을 네트 가까이 붙일 수 있는지, 점수가 팽팽할 때 어느 공격수를 다시 찾는지도 중요하다. 세터의 가치는 어시스트 총량보다 공격수들이 편하게 때릴 수 있는 공을 얼마나 자주 만들어 주느냐에서 드러날 때가 많다.
오세인은 우승 과정이 기억에 남는다
국내 고교 선수 가운데서는 중앙여고 오세인이 눈에 밟힌다. 181㎝ 공격수인 그는 2026년 IBK기업은행배 전국중고배구대회에서 팀의 우승을 이끌고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중앙여고는 앞서 열린 두 전국대회 결승에서 선명여고에 막혔지만, 세 번째 결승 맞대결에서는 결과를 뒤집었다. 우승 한 번보다 두 번의 패배 뒤에 나온 변화가 더 흥미롭다.
보도된 결승전 이야기를 보면 오세인은 초반에 상대 블로킹을 의식해 고전했다. 이후 공격에 다시 힘을 싣고 경기 흐름을 바꿨다. 물론 대회 최우수선수상 하나가 프로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프로에 가면 블로킹의 높이와 수비 전환 속도가 달라진다. 그래도 같은 상대에게 거듭 막힌 뒤 큰 경기에서 답을 찾았다는 경험은 기록표의 득점 칸만 봐서는 알기 어렵다.
오세인을 평가할 때는 강한 공격 한 장면보다 리시브 이후 공격 준비, 나쁜 토스 처리, 긴 랠리 끝의 선택을 함께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교에서 많은 공을 책임지는 선수라면 공격 효율이 상황에 따라 크게 흔들릴 수 있다. 구단 입장에서는 득점 수뿐 아니라 어떤 공을 맡아 왔는지까지 확인해야 잠재력을 가늠할 수 있다.
누가 먼저 불릴지는 구단의 빈자리가 말해준다
오드리 박과 오세인은 포지션부터 다르다. 전자는 주전 경험을 갖춘 세터이고, 후자는 고교 무대에서 해결사 역할을 보여준 공격수다. 같은 잣대로 ‘누가 더 낫다’고 비교하면 각자의 장점을 놓치기 쉽다. 세터진이 얇은 팀에는 오드리 박의 경기 운영 경험이 크게 보일 수 있다. 측면 공격의 미래를 찾는 팀이라면 오세인의 성장 곡선에 더 무게를 둘 법하다. 이는 어디까지나 지명 전 전망이다.
애나벨 박의 참가 역시 지켜볼 변수다. 다만 해외에서 뛴 경력이나 나이만으로 지명 순서를 예단하고 싶지는 않다. 신인에게 중요한 건 이력서의 화려함만이 아니라 팀이 맡길 역할과 그 역할에 적응할 시간이다. 그래서 28일에는 첫 호명만큼 각 구단이 어떤 포지션을 채우고, 선택한 선수에게 어떤 자리를 열어 줄지 눈여겨볼 생각이다. 이번 드래프트의 진짜 이야기는 그 선택이 시즌 코트에서 어떻게 이어지는지에 담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