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김태형 감독 팀의 가능성 확보를 기록으로 따져봤다

사직 경기를 보다 보면 롯데가 한 번 흐름을 타면 꽤 무서운 팀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시즌 기록을 펼치면 그 인상이 오래가지 못한다. 2026년 롯데는 눈에 띄는 개인 기록을 남기고도 가을야구에는 닿지 못했다. 롯데 김태형 감독 팀의 가능성 확보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잘된 경기의 장면뿐 아니라 144경기가 남긴 빈틈까지 같이 봐야 한다.
7위라는 숫자와 5위까지의 거리
KBO 기록실에 따르면 롯데는 2026년 정규시즌을 64승 77패 3무, 승률 0.454로 마쳤다. 순위는 7위. 포스트시즌 막차를 탄 5위 두산은 73승 66패 5무, 승률 0.525였다. 승수로 9승 차이고, 순위표의 승차는 10경기다. 몇 경기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넘기기에는 제법 큰 간격이다.
흥미로운 건 같은 64승을 거둔 NC보다 롯데가 한 계단 위였다는 점이다. 하지만 팬이 기다린 변화는 NC와의 순위 싸움에서 앞서는 정도가 아니었을 것이다. 김태형 감독 체제에서 기대한 건 5강 경쟁을 끝까지 이어갈 수 있는 팀의 모습이었다. 7위라는 결과는 그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렇다고 64승을 아무 의미 없는 숫자로 취급할 수도 없다. 가능성을 따질 때 중요한 건 그 승리가 어떤 상대와 장소에서 나왔고, 특정 선수의 활약을 넘어 반복될 수 있었는가다. 이 질문으로 들어가면 롯데의 시즌이 조금 더 선명해진다.
사직에서 잃은 승리, 원정에서 지킨 균형
롯데의 홈 성적은 29승 42패였다. 반면 원정에서는 35승 35패 3무로 승패가 같았다. 응원이 뜨거운 사직에서 더 강했을 것 같은데, 기록은 반대다. 홈 승률은 약 0.408, 원정 승률은 0.500이다. 장소에 따른 차이가 뚜렷했던 시즌이었다.
이 숫자만으로 홈 부진의 원인을 단정할 수는 없다. 상대 전력, 선발 투수의 등판 순서, 부상과 선수 기용이 모두 얽혀 있기 때문이다. 다만 홈 71경기에서 패배가 승리보다 13경기 많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사직에서 절반만 이겼어도 전체 성적의 인상은 꽤 달라졌을 것이다.
감독이 팀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과정에는 좋은 선수를 찾는 일뿐 아니라, 그 전력으로 안정적으로 이기는 방식도 포함된다. 원정에서 승패 균형을 맞춘 팀이 홈에서는 크게 밀렸다면, 다음 시즌을 준비할 때 경기 장소별 운영과 실점 양상을 따로 들여다볼 이유가 충분하다.
키움전 14승이 가린 상대 전적
상대 전적은 롯데의 숙제를 더 또렷하게 보여준다. 키움을 상대로는 14승 2패였다. 16경기에서 12승을 더 쌓은 셈이다. 그런데 키움전을 빼고 계산하면 50승 75패 3무, 승률 0.400이다. 한 팀을 상대로 거둔 압도적인 성과가 전체 승률을 끌어올린 것이다.
상위권과의 맞대결에서는 간격이 있었다. 정규시즌 1위 KT에 5승 10패 1무, 3위 KIA에 5승 10패 1무였다. 5위 두산에도 6승 10패로 밀렸다. 반면 2위 삼성과는 8승 8패로 팽팽했다. 강팀을 이길 힘이 전혀 없었던 시즌은 아니지만, 그 힘을 여러 상대에게 꾸준히 보여주지는 못했다.
사실 이 대목이 ‘가능성’이라는 말을 가장 엄격하게 시험한다. 특정 상대에게 강한 전술이나 좋은 기억은 소중하다. 하지만 5강에 들어가려면 다양한 전력의 팀을 만나도 승리를 나눠 가져와야 한다. 키움전의 성공을 다른 맞대결로 넓히는 일이 롯데에는 더 절실해 보인다.
레이예스의 211안타가 보여준 것과 남긴 질문
개인 기록에서는 빼놓을 이름이 있다. 빅터 레이예스는 2026년 211안타를 쳤다. KBO 발표에 따르면 자신이 2024년에 세운 단일 시즌 최다 202안타를 넘어선 신기록이다. 한 선수가 시즌 내내 그만큼 자주 출루의 출발점을 만들었다는 건 분명 롯데 타선의 강점이다.
그런데 211안타를 친 선수가 있는 팀의 최종 성적은 7위였다. 안타 하나가 곧바로 득점이나 승리로 바뀌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레이예스가 나간 뒤 누가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는지, 타선이 끊긴 이닝은 얼마나 됐는지, 얻은 점수를 투수진이 지켜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개인 기록을 팀 전력의 증거로 삼으려면 그 연결 고리까지 확인해야 한다.
나는 롯데가 가능성을 아예 보여주지 못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삼성과 호각이었던 맞대결, 원정에서의 5할, 레이예스의 기록은 분명 볼 만했다. 다만 2026년 기록이 가리키는 다음 과제는 더 구체적이다. 사직에서 패배를 줄이고, 키움 외의 상대에게도 승리를 늘리고, 뛰어난 타자의 안타를 팀의 득점과 승리로 이어가는 것. 그 변화가 쌓일 때 김태형 감독이 찾아온 가능성도 순위표에서 확인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