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 국내 선수 8년 만의 40홈런이 남긴 장면

야구를 보다 보면 홈런 숫자보다 그 한 방이 나온 순간이 더 오래 남는다. 김도영의 2026시즌 40호 홈런이 그랬다. 9월 8일 대구 삼성전, KIA가 1대 4로 뒤진 6회초였다. 선두 타자로 들어선 김도영은 미야모리 사토시의 초구 직구를 받아쳐 왼쪽 담장 밖으로 보냈다. 비거리 130m의 솔로 홈런. 점수 차를 좁힌 장면이면서, 국내 타자가 8년 동안 밟지 못했던 한 시즌 40홈런 고지에 닿은 순간이었다.
39호부터 40호까지, 숫자 하나가 길었다
김도영은 8월 26일 시즌 39호를 친 뒤 7경기 만에 다음 홈런을 기록했다. 38개였던 자신의 시즌 최다 기록을 이미 넘어섰지만, 40이라는 숫자 앞에서는 기다림이 생겼다. 게다가 이승엽의 KBO리그 최연소 시즌 40홈런 기록에 도전하던 시기였다. 그 기록을 새로 쓰지는 못했다. 그래도 40호가 나온 타석을 보면 기록의 무게에 움츠러든 스윙만 떠올리기는 어렵다. 초구 직구를 놓치지 않고 강하게 당겼다.
홈런은 매 타석 마음먹는다고 나오는 기록이 아니다. 상대 투수의 공, 타이밍, 타구 각도가 맞아야 한다. 그래서 39호 이후의 공백도 시즌 전체 흐름 속에서 봐야 한다. 기다림 끝에 나온 40호는 개인 최고 기록을 하나 더 늘린 홈런이었고, 뒤지고 있던 경기에서 추격을 시작한 홈런이기도 했다. 기록표의 ‘1’과 실제 경기의 한 장면이 겹쳤다.
왜 국내 선수에게 8년 만이었을까
KBO 기록을 보면 2018년에는 김재환이 44홈런, 박병호가 43홈런, 한유섬이 41홈런을 쳤다. 이후 2025년까지 국내 타자 중 한 시즌 40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없었다. 외국인 타자의 홈런 기록까지 포함하면 40홈런 자체가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다. ‘국내 선수 8년 만’이라는 말의 범위는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KIA 안에서도 의미가 다르다. 구단의 기존 한 시즌 최다 홈런은 1999년 트레이시 샌더스의 40개였다. 김도영은 40호로 그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KIA 소속 국내 타자로는 처음 40홈런을 쳤다. 41호부터는 구단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도 자신의 숫자로 바꿨다. 리그의 긴 공백과 팀의 오랜 기록이 한 선수의 시즌에서 만난 셈이다.
2024년의 김도영과 같은 타자일까
2024년 김도영을 기억하는 팬에게는 홈런만큼 도루도 익숙하다. 그해 그는 타율 0.347, 38홈런, 40도루, 143득점으로 정규시즌 MVP에 올랐다. 홈런 두 개가 모자라 40홈런·40도루에는 닿지 못했지만, 장타와 주루가 함께 쌓인 시즌이었다.
2026년 정규시즌 기록은 다른 모양이다. KBO 기록상 135경기에서 타율 0.308, 45홈런, 118타점, 120득점, 11도루를 남겼다. 2024년보다 홈런은 7개 늘고 도루는 29개 줄었다. 이 차이만으로 타격 방식이나 주루 전략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기록이 보여주는 무게중심은 뚜렷하다. 2024년에는 홈런과 발이 함께 눈에 띄었다면, 2026년에는 장타 생산이 한층 앞에 섰다.
그렇다고 홈런 숫자만으로 김도영의 공격을 다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120득점은 그가 타점을 올리는 역할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흔적이다. 타율도 3할을 넘겼다. 40호를 기점으로 시즌을 되짚어 보면, 기다리던 홈런 하나보다 긴 기간 동안 쌓인 타석들이 이 기록을 떠받쳤다는 점이 보인다.
45호가 보여준 기록의 다음 장면
40홈런은 종착점이 아니었다. 김도영은 정규시즌 최종전인 10월 12일 LG전에서 시즌 45호를 쳤다. 2대 2로 맞선 8회말의 결승 투런 홈런이었다. KIA는 4대 2로 이겨 정규시즌 3위를 확정하고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9월의 40호가 오랜 기록을 열었다면, 10월의 45호는 순위가 걸린 경기에서 팀의 승리를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김도영의 2026년을 기억할 때는 두 타석을 함께 떠올리게 될 것 같다. 대구에서 친 40호는 국내 타자들의 8년 공백을 끝냈고, 광주에서 친 45호는 팽팽한 최종전의 점수를 바꿨다. 기록은 시즌이 끝나면 숫자로 남는다. 그런데 그 숫자가 쌓인 경기의 흐름까지 기억하면, 김도영의 45홈런은 훨씬 생생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