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10승 도전 한화 VS KT는 왜 무승부로 끝났을까

경기를 보다가 류현진이 6회까지 KT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았을 때, 시즌 10승이 꽤 가까워졌다고 느꼈다. 한화가 2-0으로 앞서 있었고 류현진의 공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7회에 흐름이 뒤집히더니, 경기는 연장 11회 끝에 4-4로 끝났다. 류현진 10승 도전 한화 VS KT는 선발투수의 좋은 투구와 팀의 승리가 얼마나 다른 이야기인지 보여준 경기였다.
9승에서 출발한 류현진, 상대는 선두 KT였다
2026년 9월 16일 대전에서 만난 두 팀의 출발점은 달랐다. 경기 전 한화는 4연패 중이었고, KT는 7연승을 달리며 선두에 있었다. 류현진은 시즌 9승 5패, 평균자책점 3.80을 기록한 상태에서 10승에 도전했다. 한화에는 연패를 끊을 선발의 긴 이닝이 필요했고, KT에는 상승세를 이어갈 공격이 필요했다.
경기 전 숫자만 보면 류현진에게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앞선 두 차례 KT전에서는 각각 4실점을 허용했다. 반면 시즌 125⅔이닝 동안 볼넷은 17개뿐이었다. 주자를 좀처럼 공짜로 내보내지 않는 제구가 KT의 뜨거운 타선 앞에서도 통할지가 관전할 지점이었다.
6이닝 무실점, 가장 필요할 때 나온 선발의 몫
류현진은 3회까지 KT에 한 명도 출루시키지 않았다. 한화 타선은 3회말 이도윤의 볼넷과 최인호의 적시타를 엮어 먼저 한 점을 냈다. 4회초 KT 최원준의 타구가 류현진의 다리를 맞고 내야안타가 되면서 첫 출루를 허용했지만, 이후 1·2루에서 힐리어드와 김현수를 연속 삼진으로 잡았다. 이날 투구의 인상적인 장면은 바로 여기였다. 주자가 쌓인 뒤에도 실점 없이 이닝을 닫았다.
5회말에는 이도윤이 다시 볼넷으로 나간 뒤 진루했고, 강백호 타석의 폭투 때 홈을 밟았다. 점수는 2-0. 류현진은 6이닝을 무실점, 2피안타, 9탈삼진으로 마쳤다. KBO 경기 기록에서 확인되는 이 숫자는 선발의 책임을 충분히 했다는 말보다 구체적이다. 6이닝 동안 KT가 안타로 만든 출루는 두 번뿐이었다. 앞선 맞대결의 4실점과 비교하면, 같은 상대를 만나 경기 내용을 확실히 바꿔 놓은 셈이다.
류현진이 내려간 뒤 점수판이 바뀌었다
야구에서 선발승은 좋은 투구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류현진이 2-0 리드를 안고 내려간 직후인 7회초, KT는 한화 불펜을 상대로 연속 안타로 기회를 만들었다. 허경민과 대타 이정훈의 적시타로 2-2를 만들었고, 오윤석의 안타로 3-2 역전에 성공했다. 류현진이 KT에 허용한 안타가 6이닝 동안 두 개였는데, KT는 투수가 바뀐 첫 이닝에 공격의 실마리를 연달아 찾았다.
8회초에는 장진혁의 2루타로 KT가 한 점을 더해 4-2가 됐다. 이 시점에서 류현진의 시즌 10승은 사라졌다. 선발이 잘 던졌는데도 승수를 얻지 못했다는 말은 아쉽지만, 점수의 흐름은 분명하다. 한화가 앞선 상태에서 마운드를 넘겼고, 이후 KT가 동점과 역전을 만들었다. 투수의 승패 기록 하나만 보면 놓치기 쉬운 차이다.
박정현의 한 방이 남긴 4-4의 의미
한화도 그대로 물러서지는 않았다. 8회말 한지윤의 안타 뒤 박정현이 손동현의 포크볼을 받아쳐 동점 투런 홈런을 만들었다. 2-4가 4-4로 바뀌며 한화는 패배 위기에서 벗어났다. 다만 그 홈런이 류현진의 승리를 되살리지는 못했다. 이미 앞선 리드가 사라진 뒤였기 때문이다.
두 팀은 11회까지 더 점수를 내지 못했다. KT는 연승을 한 경기 더 늘리지 못했고, 한화도 연패를 승리로 끊지 못했다. 류현진 역시 이날 10승을 채우지 못했다. 그래도 내게 가장 오래 남는 숫자는 최종 점수보다 6이닝 2피안타 9탈삼진이다. 10승이라는 기록은 다음 등판을 기다리게 됐지만, 선두 KT를 상대로 보여준 투구 내용만큼은 이날 한화가 얻은 분명한 장면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