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 하현승 투타겸업 유망주 분석 기록을 따라가 봤다

얼마 전 하현승의 청소년 대표팀 경기 기록을 다시 봤는데, 가장 눈에 들어온 건 최고 구속보다 일본과의 결승전이었다. 7이닝 동안 안타 1개와 볼넷 2개만 내주고 무실점. 부산고에서 투수와 타자를 함께 맡아 온 선수가 큰 경기에서는 마운드 하나에 집중해 우승을 이끌었다. 그래서 하현승을 볼 때는 ‘투타겸업 유망주’라는 이름과, 실제로 어디에서 가장 큰 가치를 보여줬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일본전 7이닝이 보여준 투수의 무게
2026년 9월 U-18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에서 하현승은 3경기 15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연합뉴스가 전한 대회 기록에는 피안타 4개와 탈삼진 25개가 적혀 있다. 특히 일본과의 결승전에서는 7이닝 1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한국의 2대 0 승리를 이끌었다. 한 경기에서 잘 던진 수준을 넘어, 대회 내내 상대 타선에 좀처럼 틈을 주지 않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15⅔이닝에 탈삼진 25개면 9이닝당 약 14.4개다. 짧은 국제대회 기록을 프로 무대의 예상 성적으로 옮길 수는 없다. 그래도 헛스윙을 끌어낼 힘이 있다는 근거로는 충분하다. 결승전에서는 삼진만 노리다 볼넷으로 무너지는 모습도 없었다. 볼넷 2개를 내주는 동안 피안타를 1개로 묶었으니, 구위와 경기 운영이 함께 드러난 셈이다.
방망이도 진짜였을까
투수 쪽 기록이 워낙 강렬하지만 타격을 단순한 화제거리로 치부하기도 어렵다. 스포츠조선이 전한 2026년 국내 대회 기록은 타자 24경기 104타석, 타율 0.383이다. 적지 않은 타석에서 꾸준히 안타를 만든 성적이다. 부산고에서는 중심 타선에 들어섰고, 상대 팀은 마운드뿐 아니라 타석의 하현승도 준비해야 했다.
다만 타율 하나만으로 프로 타자 전망을 확정할 수는 없다. 안타 가운데 장타가 얼마나 되는지, 볼넷과 삼진의 균형은 어떤지, 더 강한 투수를 만났을 때도 좋은 타구를 만드는지까지 봐야 한다. 0.383이라는 숫자는 타격 재능이 고교 무대에서 실제 성과로 이어졌다는 증거다. 동시에 투수로서 보여준 국제대회 성적과 같은 기준에서 곧장 비교하기에는 기록의 성격이 다르다.
투타겸업이라는 이름과 선수의 선택
흥미로운 변화는 청소년 대표팀 대회 뒤에 나왔다. 하현승은 당시 타격을 잠시 내려놓고 투수에 집중한 것이 체력 관리와 경기력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투수만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뜻도 밝혔다. 고교 시절 두 역할을 잘했다는 사실과 프로에서도 두 역할을 계속 맡겠다는 계획은 구분해서 읽을 필요가 있다.
사실 투타겸업은 출전 기회가 늘어나는 만큼 몸에 쌓이는 부담도 복잡해진다. 선발로 긴 이닝을 던진 뒤 타격 훈련과 경기까지 소화하려면 등판 사이 회복 시간을 세밀하게 맞춰야 한다. 한쪽을 쉬게 하면 다른 쪽의 경기 감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키움 설종진 감독은 선수의 뜻과 체력 준비를 투타겸업 판단의 중요한 조건으로 언급했다. 지금 단계에서 어느 한 방향이 확정됐다고 보기보다는, 선수의 의사와 프로 입단 뒤 훈련 과정을 함께 지켜보는 편이 정확하다.
전체 1순위와 16억원이 말하는 것
키움은 2026년 9월 열린 2027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하현승을 전체 1순위로 지명했다. 이어 10월 계약금 16억원에 입단 계약을 맺었다. 키움 구단 발표에 따르면 이는 한기주의 10억원을 넘어선 KBO 신인 계약금 최고액이다. 숫자가 큰 만큼 당장 1군에서 어느 역할을 맡을지 궁금해지지만, 계약금은 첫해 성적표가 아니라 구단이 본 잠재력의 가격에 가깝다.
내가 가장 궁금한 기록은 이제 고교 타율이나 계약금이 아니다. 프로 타자를 상대로 삼진과 볼넷의 균형을 얼마나 유지하는지, 등판 간격이 일정해졌을 때 구위가 어떻게 변하는지다. 타석에 다시 설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는 출전 빈도와 회복 상태까지 함께 봐야 한다. 하현승의 투타겸업 이야기는 이미 흥미롭다. 앞으로의 기록이 그 이야기의 방향을 조금씩 더 선명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