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감독 이종범 부임 가능성 현실성 따져보니

얼마 전 한화의 2026시즌 성적을 다시 보다가 이종범 감독설이 왜 팬들 사이에서 관심을 끌었는지 떠올랐다. 2025년에는 한국시리즈까지 갔는데, 1년 뒤에는 9위였다. 이렇게 낙폭이 크면 새 감독의 이름부터 찾게 된다. 이종범은 한화에서 코치를 지낸 적도 있으니 연결이 어색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이 이야기를 읽는다면 시점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한화는 이미 새 감독을 선임했다.
감독 자리가 비었던 시간은 짧았다
김경문 감독은 2024년 6월 한화와 2026시즌까지 계약했다. 첫해 팀은 8위였고, 2025년에는 83승 57패 4무로 정규시즌 2위에 올랐다. 19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도 밟았다. 우승에는 닿지 못했지만 한화 팬이라면 시즌의 무게를 기억할 만하다.
그런데 2026년 성적은 57승 83패 4무, 최종 9위였다. 144경기에서 전년보다 승리가 26개 줄었다. 단순히 순위 일곱 계단이 내려갔다는 말보다 이 숫자가 더 크게 다가온다. 시즌이 끝난 10월 10일, 한화는 김 감독과의 계약 만료를 발표했다. 이때부터 후임 감독을 둘러싼 이름들이 오를 만한 상황이었다.
한화의 선택은 빠르게 나왔다. 구단은 10월 13일 류지현 감독과 3년 총액 20억원에 계약했고, 16일 취임식을 열었다. 따라서 2026년 10월 21일 현재 이종범의 한화 감독 부임을 이번 인선의 유력한 가능성처럼 말하는 건 실제 진행 상황과 맞지 않는다. 관심을 끌었던 이야기와 확정된 인사는 분명히 구별해야 한다.
이종범이라는 이름이 나온 이유
그렇다고 이종범과 한화의 연결이 팬들의 상상에서만 나온 건 아니다. 이종범은 2012년 한화와 코치 계약을 맺었고, 2013년에는 1군 주루코치를 맡았다. 한화 유니폼을 입고 선수들을 지도한 경력이 있다는 뜻이다. 현역 시절의 빠른 발과 넓은 수비 범위를 기억하는 팬에게 주루코치 이력은 특히 선명하게 남는다.
선수 이종범의 기록도 이름값을 설명한다. KBO리그에서 통산 510도루를 기록한 선수다. 도루 숫자 하나로 감독 역량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경기 흐름을 읽고 한 베이스를 더 노리던 선수라는 이미지는 강하다. 한화가 주루 판단과 수비의 세밀한 부분을 손볼 감독을 찾는다는 가정 아래에서는 자연스럽게 떠올릴 만한 이름이었다.
다만 선수로서의 위상, 코치 경험, 프로 1군 감독으로서의 검증은 각각 다른 이야기다. 이종범은 한화 외에도 LG와 KT에서 지도자 경력을 쌓았다. 2025년에는 시즌 중 KT 코치직을 떠나 야구 예능 프로그램의 감독을 맡았다. 그 경험을 무시할 이유는 없지만, 방송 프로그램의 팀 운영과 KBO 구단의 144경기 운영을 같은 잣대로 놓기도 어렵다. 당시 한화가 이종범을 공식 후보로 발표했다는 사실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한화가 풀어야 할 문제는 이름보다 구체적이다
2025년 2위에서 2026년 9위로 떨어진 팀이라면 새 감독에게 요구할 일은 뚜렷하다. 선발이 몇 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지, 접전에서 불펜을 어떻게 나눠 쓸지, 겹치는 야수 자리를 어떻게 배치할지부터 답을 찾아야 한다. 2025년의 성공을 되풀이하라는 주문만으로는 2026년의 83패를 설명할 수 없다.
류지현 감독도 취임 기자회견에서 선발·중간·마무리 보직과 야수 포지션의 중복을 짚었다. 아직 선수별 세부 지표를 검토하기 전이라고 밝히면서도, 전력분석팀과 논의를 시작했다고 했다. 이 발언에서 볼 부분은 거창한 구호보다 실제 순서다. 지금 가진 선수들의 역할을 정하고, 그 결과에 맞춰 부족한 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종범을 떠올린 팬들의 기대에도 이런 요구가 섞여 있었을 것이다. 빠른 주루와 적극적인 경기 운영을 보고 싶다는 바람 말이다. 하지만 도루 시도가 많아지는 것만으로 득점이 늘지는 않는다. 주자가 나간 상황, 타자의 장타 가능성, 실패했을 때 사라지는 득점 기회를 함께 봐야 한다. 선수 이종범의 이미지가 곧바로 감독 이종범의 운영 방식이나 성과를 보증하지는 않는다.
가능성보다 먼저 볼 2027년의 장면
이번 인선에 한정하면 이종범의 한화 감독 부임 가능성은 이미 닫혔다. 3년 계약을 맺은 류지현 감독이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 미래의 감독 교체까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근거로 현재의 선임을 흔들어 읽을 필요도 없다.
내가 더 궁금한 건 이름이 아니라 경기에서 드러날 변화다. 2026년 한화는 2025년보다 26승을 덜 거뒀다. 2027년에는 선발이 버틴 뒤 불펜으로 넘어가는 흐름이 안정되는지, 주루 판단과 수비 위치에서 같은 실수가 줄어드는지 지켜보고 싶다. 이종범 감독설이 흥미로웠던 이유도 결국 한화의 야구가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그 물음의 답은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화의 경기 안에서 나올 차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