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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고 민주홍의 44이닝을 다시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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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고 민주홍의 44이닝을 다시 봤더니

2027 KBO 신인 드래프트 명단을 보다가 설악고 민주홍이라는 이름에서 눈이 멈췄다. 한화가 1라운드 전체 9순위로 지명한 우완 투수다. 설악고 야구부에서 나온 첫 1라운드 지명 선수라는 이야기도 눈길을 끌었지만, 기록을 펼치니 더 궁금해졌다. 2026년 성적은 2승 4패에 평균자책점 3.89. 승패만 보면 압도적인 에이스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44이닝 동안 잡은 삼진이 75개다.

2승 4패보다 먼저 보이는 숫자

민주홍의 2026년 투수 기록은 11경기, 44이닝, 75탈삼진, 14볼넷이다. 9이닝으로 환산하면 탈삼진이 약 15.3개다. 실제로 매번 9이닝을 던졌다는 뜻은 아니지만, 타자를 삼진으로 끝낼 수 있는 공을 갖췄다는 점은 선명하다. 탈삼진을 볼넷으로 나눈 값도 약 5.4다. 헛스윙을 끌어내는 힘과 불필요한 출루를 줄이는 능력이 함께 나타난 셈이다.

승패는 투수 혼자 만드는 숫자가 아니다. 득점 지원과 수비, 투수 교체 시점까지 영향을 준다. 그래서 2승 4패만으로 민주홍의 시즌을 재단하기는 어렵다. 반대로 삼진 75개만 보고 곧바로 프로 무대의 성공을 예고할 수도 없다. 고교 타자와 프로 타자의 대응은 다르다. 다만 44이닝이라는 분량에서 이 정도 삼진을 쌓았다는 사실은 한화가 왜 그를 일찍 불렀는지 설명해 준다.

선발 7경기와 구원 4경기를 오간 점도 흥미롭다. 한 경기 평균 투구 이닝은 4이닝이다. 선발로 긴 흐름을 맡아본 경험이 있으면서, 경기 중간에 들어가 공을 던진 기록도 있다. 앞으로 어떤 보직이 맞을지는 프로에서 확인해야겠지만, 고교 시절부터 한 가지 역할에만 묶여 있지는 않았다.

150㎞ 빠른 공 뒤에 있는 전향의 시간

민주홍의 경력은 처음부터 투수로 곧게 이어지지 않았다. 경기항공고에서는 내야수였고, 2024년 팔꿈치 인대 재건 수술을 받았다. 재활을 거친 뒤 투수로 전향해 설악고에서 뛰었다. 스포츠경향 인터뷰에서 그는 그 시간을 뒤처지지 않으려고 운동에 매달렸던 시기로 돌아봤다. 2025년 설악고 투수 기록이 1경기 1이닝, 2026년이 11경기 44이닝이라는 변화도 그 과정과 함께 읽힌다.

한화가 소개한 강점은 최고 150㎞의 빠른 공과 높은 삼진율이다. 민주홍 자신은 빠른 공의 구위에 더해 굴곡이 크고 빠른 커브를 강점으로 꼽았다. 구속 숫자는 시선을 잡지만, 실제 타석에서는 공이 언제 어디로 들어오는지가 중요하다. 빠른 공을 기다리는 타자에게 커브가 다른 궤적을 보여준다면 삼진을 잡을 선택지가 늘어난다. 그의 높은 탈삼진 수를 볼 때 두 구종을 어떻게 섞었는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타자로 남긴 기록도 선수의 이력을 보여준다. 1844의 2026년 기록에는 15경기 52타수 15안타, 타율 0.288, 2루타 3개와 3루타 2개가 남아 있다. 물론 프로에서 기대받는 역할은 투수다. 그래도 내야수로 뛰던 시간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타석 경험이 상대 타자의 생각을 읽는 데 얼마나 보탬이 될지는, 앞으로 마운드에서 지켜볼 만한 부분이다.

좋은 시즌 안에서도 남은 숙제

기록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기대와 함께 점검할 대목도 나온다. 1844에 표시된 최근 5경기 투수 성적은 12⅓이닝 평균자책점 9.49다. 같은 기간 삼진은 19개였다. 삼진을 잡는 힘은 이어졌지만 실점도 늘어난 것이다. 다섯 경기라는 작은 표본만으로 원인을 단정할 수는 없다. 구위가 떨어졌는지, 제구나 피안타가 흔들렸는지 보려면 경기별 투구 내용이 더 필요하다.

이 차이가 오히려 민주홍을 볼 때 좋은 기준이 된다. 시즌 전체 평균자책점 3.89와 최근 5경기 9.49 사이에는 꽤 큰 간격이 있다. 프로에선 잘 맞은 공 하나가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삼진을 잡는 능력과 별개로 주자를 내보낸 뒤 어떻게 이닝을 끝내는지가 중요해진다. 지금 단계에서 필요한 평가는 완성된 투수라는 선언보다, 돋보이는 무기와 풀어야 할 과제를 함께 보는 쪽에 가깝다.

한화가 먼저 손을 든 이유

한화는 2027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11명 가운데 8명을 투수로 채웠다. 그 첫 선택이 민주홍이었다. 구단은 10월 초 민주홍과 계약금 2억 5000만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팀 내 신인 최고액이다. 1라운드 지명과 계약 규모 모두 그에게 거는 기대를 보여준다.

민주홍에게는 개인적인 연결고리도 있다. 어릴 때부터 한화 경기를 보러 다녔고, 드래프트 뒤 인터뷰에서는 노시환의 응원가를 많이 불렀다고 했다. 팬으로 보던 팀의 유니폼을 입게 된 이야기라 반갑다. 그래도 내가 가장 기다리는 장면은 따로 있다. 프로 타자를 상대로 빠른 공과 커브가 통하는 날, 44이닝 75탈삼진이라는 고교 기록이 어떤 투구로 이어지는지 확인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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