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서 기록을 다시 보니 4순위 지명 이유가 보였다

드래프트 지명표를 다시 보다가 박근서의 고교 기록에서 눈이 멈췄다. 2027 KBO 신인 드래프트 전체 4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된 왼손 투수. 최고 구속 149㎞도 눈에 띄지만, 2026년 투구 내용을 함께 보면 왜 높은 순번에서 이름이 불렸는지 조금 더 선명해진다.
41⅔이닝에 담긴 탈삼진 64개
고교야구 기록 서비스 1844에 집계된 박근서의 2026년 서울디자인고 성적은 11경기 4승 무패, 41⅔이닝, 평균자책점 2.16이다. 안타 35개와 볼넷 9개를 허용하는 동안 삼진은 64개를 잡았다. 9이닝으로 환산하면 탈삼진이 약 13.8개다. 단순히 빠른 공을 던진 수준을 넘어, 타자의 방망이를 피해 아웃을 만들었다는 뜻이다.
볼넷 9개도 같이 봐야 한다. 삼진을 많이 잡는 어린 투수에게는 제구가 흔들리는 경기가 따라오기 쉬운데, 박근서는 삼진과 볼넷의 비율이 약 7.1대 1이었다. 170명의 타자를 상대해 삼진을 잡은 비율은 37.6%, 볼넷을 내준 비율은 5.3%다. 두 수치의 차이가 32.4%포인트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힘으로 밀어붙이면서도 공짜 주자를 자주 쌓지는 않았다.
물론 41⅔이닝은 한 시즌의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해도, 프로에서 긴 시즌을 버틸 수 있다고 단정할 만큼 큰 표본은 아니다. 평균자책점 하나로 미래를 예측하기보다 탈삼진과 볼넷이 함께 움직인 방식에 주목하게 된다.
긴 재활 뒤에 올라온 구속
이 기록이 더 흥미로운 이유는 지난 두 해의 흐름에 있다. 박근서는 고교 1학년 때 왼쪽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서울디자인고로 옮긴 뒤에도 재활에 시간을 썼다. 뉴스1 인터뷰에서 그는 학교 지도자들이 서두르지 말고 몸을 만들 시간을 줬다고 말했다. 2024년 공식 기록은 ⅔이닝에 그친다. 그래서 2026년의 상승은 매년 조금씩 쌓인 일반적인 성장 곡선과는 모양이 다르다.
같은 인터뷰에 따르면 수술 전 최고 구속은 시속 137㎞였고, 2026년에는 149㎞까지 올라왔다. 몸을 만들고 투구 동작을 바꾼 과정이 구속 상승에 영향을 줬다는 게 박근서의 설명이다. 12㎞ 차이는 크다. 다만 최고 구속은 한 번 찍힌 숫자다. 경기 후반에도 비슷한 구위가 남는지, 변화구와 함께 쓸 때 직구가 얼마나 살아나는지가 다음 단계에서는 더 중요하다.
6월 고교와 대학 올스타전에서 보여준 2이닝 1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도 기억에 남는다. 짧은 경기 기록 하나로 실력을 확정할 수는 없지만, 상대 수준이 달라진 자리에서도 자신의 공을 던졌다는 장면으로 볼 만하다. 이후 18세 이하 대표팀에도 선발됐다.
선발 2경기라는 숫자를 어떻게 읽을까
기록표에서 의외였던 항목은 등판 방식이다. 1844의 2026년 집계에는 선발 2경기, 구원 9경기로 나온다. 이 숫자만 보면 불펜 투수를 떠올리기 쉽다. 그런데 11번의 등판 중 8번은 2이닝 이상, 7번은 3이닝 이상 던졌다. 짧게 한 타자만 상대하고 내려오는 역할과는 거리가 있다.
고교야구에서는 대회 일정과 투구 수 관리 때문에 팀의 좋은 투수가 경기 중간부터 긴 이닝을 책임지는 일이 있다. 박근서의 등판 기록도 그런 맥락에서 읽는 편이 자연스럽다. 롯데가 그를 미래의 왼손 선발 자원으로 평가했다는 보도와 선발 출전 횟수 2회가 곧바로 충돌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프로에서 정해진 간격으로 선발 등판하며 5~6이닝을 꾸준히 책임지는 일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롯데에서 지켜볼 숫자는 따로 있다
박근서는 2026년 10월 롯데와 계약금 3억 원에 입단 계약을 맺었다. 전체 4순위라는 지명 순번에는 지금의 성적과 앞으로 선발로 성장할 가능성이 함께 반영됐을 것이다. 체격과 빠른 공, 많은 탈삼진은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고교 무대의 타자와 프로 타자는 실투를 놓치는 빈도가 다르다.
그래서 앞으로는 최고 구속보다 매 경기 직구의 평균 구속이 얼마나 유지되는지 보고 싶다. 볼넷 비율을 낮게 지키면서 변화구로도 스트라이크를 잡는지, 이닝이 늘어날 때 팔 상태와 투구 동작이 안정적인지도 중요하다. 특히 팔꿈치 수술 뒤 긴 재활을 거친 선수인 만큼, 한 경기의 화려한 삼진 수보다 여러 등판에 걸친 꾸준함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줄 것이다.
박근서의 2026년 기록은 기대할 이유를 충분히 준다. 동시에 아직 확인해야 할 장면도 또렷하게 남긴다. 나는 첫 프로 등판의 구속 전광판보다, 세 번째와 네 번째 등판에서도 볼넷을 억제하며 자기 공을 던지는 모습을 더 기다리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