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타율 .116 4800만 달러 거절이 남긴 질문

얼마 전 김하성의 시즌 기록을 다시 보다가 타율 .116에서 한참 눈이 멈췄다. 1년 전 애틀랜타 유니폼을 입고 보여준 짧은 반등을 기억해서다. 여기에 4년 4800만 달러 제안을 거절했다는 이야기를 겹쳐 놓으면 숫자가 더 무겁게 다가온다. 당시에는 더 큰 기회를 잡으려는 선택이었고, 지금은 그 선택의 위험이 선명해졌다.
4800만 달러 대신 1년을 택한 이유
2025년 12월, 김하성은 애틀랜타와 1년 20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당시 디애슬레틱의 켄 로젠탈은 애슬레틱스가 제안한 4년 4800만 달러 계약을 김하성이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두 계약의 연평균 금액은 각각 2000만 달러와 1200만 달러다. 당장 받는 연봉은 애틀랜타 쪽이 높았지만, 보장된 총액은 애슬레틱스의 제안이 2800만 달러 더 컸다.
돈만 놓고 보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포지션이 달랐다. 애슬레틱스는 김하성을 주전 2루수로 구상했고, 애틀랜타에서는 유격수로 뛸 기회가 있었다. 김하성에게 2026년은 건강과 수비, 타격을 한꺼번에 증명해 더 좋은 장기 계약을 노릴 수 있는 시즌이었다. 2023년 샌디에이고에서 타율 .260, 17홈런, 38도루를 기록하고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까지 받은 선수였으니, 그런 계산 자체가 터무니없었던 건 아니다.
다만 이 선택에는 전제가 붙었다. 한 시즌 동안 충분히 출전해 자신의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4년 제안은 이미 보장될 수 있었던 금액이고, 1년 계약 뒤의 추가 수입은 앞으로의 성적과 시장 평가에 달려 있었다. 같은 4800만 달러라도 계약서에 적힌 금액과 다음 겨울에 기대하는 금액은 성격이 다르다.
타율 .116보다 아픈 숫자들
MLB 공식 기록에서 김하성의 2026년 정규시즌 성적은 51경기, 129타수 15안타다. 타율은 .116, 출루율 .219, 장타율 .140으로 OPS는 .359였다. 홈런은 없었고 9타점, 2도루를 남겼다. 147타석에서 볼넷 16개를 골랐지만 삼진도 38개였다.
타율만 보면 표본이 적어 운이 나빴다고 생각할 여지가 있다. 그런데 장타율 .140이 함께 찍혔다. 안타 15개 중 장타는 2루타 하나와 3루타 하나였다. 공을 맞혀 출루하는 장면도 드물었고, 맞혔을 때 상대를 압박하는 장면도 부족했다는 뜻이다. 볼넷으로 출루율을 타율보다 끌어올렸지만, 그 차이만으로 공격 생산력을 만회하기는 어려웠다.
비교 기준을 김하성 자신의 기록에 두면 변화가 더 또렷하다. 2023년에는 152경기에 나서 출루율 .351, OPS .749를 기록했다. 2025년 애틀랜타 합류 뒤 24경기에서는 87타수 22안타, 타율 .253이었다. 그 마지막 한 달이 2026년을 낙관하게 만든 장면이었다면, 올해의 15안타는 그 기대가 얼마나 크게 빗나갔는지 보여준다. 24경기의 반등도 작은 표본이었고, 51경기의 부진도 한 선수의 남은 경력을 단정할 표본은 아니다. 다만 계약을 앞둔 시즌의 성적으로는 분명 뼈아프다.
부상은 흐름을 끊었지만 기록도 남았다
계획은 시즌 시작 전부터 어긋났다. 김하성은 2026년 1월 한국에서 빙판길에 미끄러져 오른손 중지 힘줄을 다쳤고 수술을 받았다. MLB 보도에 따르면 4월 말 마이너리그 재활 경기에 나섰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어깨 부상 회복을 생각하면, 새 시즌을 건강한 몸으로 길게 치르겠다는 기대부터 흔들린 셈이다.
손가락 부상이 스윙과 타격 감각에 어떤 영향을 얼마나 줬는지는 기록만으로 정확히 나눠 낼 수 없다. 그래서 부상 하나로 .116을 전부 설명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출전 경기 수를 빼고 타율만 재단하는 것도 아쉽다. 시즌 내내 타석을 쌓으며 조정할 기회가 적었고, 어렵게 돌아온 뒤에도 타격은 살아나지 않았다. 몸 상태와 경기 감각, 결과가 차례로 얽힌 시즌으로 보는 편이 실제 흐름에 가깝다.
다음 계약에서 다시 보여줘야 할 것
김하성의 강점이 사라졌다고 말하기에는 이르다. 그는 여러 내야 자리를 맡을 수 있고, 골드글러브로 인정받은 수비 이력도 있다. 하지만 구단이 다음 계약을 판단할 때는 과거의 상보다 최근의 출전 가능성과 타석에서의 생산력을 먼저 볼 수밖에 없다. 2026년의 51경기와 OPS .359는 그 질문을 피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다음 시즌 김하성에게 필요한 건 화려한 한 달보다 꾸준한 출전이라고 본다. 건강하게 유격수 수비를 맡으면서 볼넷을 고르고, 장타를 다시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그 흐름이 이어져야 2023년의 기록도 현재의 가치로 연결된다. 4800만 달러 제안을 거절한 순간에는 가능성을 사는 선택처럼 보였다. 야구가 냉정한 건, 그 가능성의 가격을 매 시즌 새로 매긴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