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령 기아 비FA 다년계약 거절 소문을 기록으로 읽어봤다

얼마 전 김호령의 중견수 수비 장면을 다시 보다가 계약 이야기에 눈길이 갔다. 타구를 잡은 순간은 몇 초면 지나가지만, 그 자리를 한 시즌 내내 지킨 값은 어떻게 매겨야 할까. ‘김호령 기아 비FA 다년계약 거절’이라는 말이 퍼진 뒤에도 나는 계약 금액보다 그 질문이 먼저 떠올랐다.
거절 보도에서 확인된 것과 남은 빈칸
10월 초 야구부장 방송을 인용한 보도에는 김호령이 KIA의 수정된 다년계약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내용이 나왔다. 다만 제시 금액과 계약 기간은 공개되지 않았고, 구단과 선수의 공식 입장도 확인되지 않았다. 지금 단계에서 ‘얼마를 거절했다’거나 ‘이미 이적을 결심했다’고 단정하면 소문에 없는 숫자와 속내를 덧붙이는 셈이다.
앞서 시즌 중에는 KIA가 비FA 다년계약을 추진할지 자체가 관심사였다. 김호령은 2026시즌을 마치면 생애 첫 FA 자격을 얻는 선수로 거론됐고, 연합뉴스와의 6월 인터뷰에서는 몸값을 의식하기보다 시즌을 끝까지 치르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시즌 도중의 발언과 10월의 계약 관련 보도 사이에 시간이 있는 만큼, 어느 한쪽만으로 협상 과정을 다 안다고 보기도 어렵다.
105경기에서 141경기로 바뀐 무게
KBO 기록을 보면 2025년 김호령은 105경기에서 타율 0.283, 94안타, 6홈런, 39타점, 12도루를 남겼다. 2026년에는 141경기, 타율 0.267, 140안타, 13홈런, 68타점, 17도루다. 타율은 1푼 6리 내려갔지만 출전 경기와 안타, 홈런, 타점은 모두 늘었다. 지난해의 반등을 더 긴 시즌에서도 이어갈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는데, 적어도 출전 규모에서는 답을 보여준 셈이다.
차이가 특히 크게 느껴지는 건 타석 수다. 2025년 381타석이던 선수가 2026년에는 581타석에 들어섰다. 200타석을 더 맡았다는 건 상대 투수의 분석과 체력 부담을 견디며 주전으로 뛰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6월 28일 두산전에서는 6타수 3안타, 홈런 1개와 5타점으로 KIA의 12대1 승리에 힘을 보탰다. 수비로 알려진 중견수가 방망이로도 경기 흐름을 바꾼 장면이었다.
물론 좋은 숫자만 골라 볼 수는 없다. KBO 기준 2026년 OPS는 0.712로, 2025년의 0.793보다 낮다. 삼진도 581타석에서 156개였다. 홈런은 두 자릿수로 늘었지만 출루와 장타를 합친 생산성이 해마다 계속 올라간 것은 아니다. 계약 기간이 길어질수록 구단이 타격의 지속성을 따져볼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견수 수비의 값은 타율표 밖에 있다
김호령을 타율과 홈런만으로 평가하면 늘 한 조각이 빠진다. 넓은 수비 범위를 바탕으로 중견수 자리를 맡아 온 선수이기 때문이다. 중견수가 타구를 한 발 먼저 따라가 잡아내면 기록지에는 평범한 뜬공 하나가 남는다. 하지만 그 타구가 안타가 됐을 때의 주자 상황과 다음 타석까지 생각하면, 수비가 막은 실점 가능성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렇다고 호수비 몇 장면만으로 계약 총액을 계산할 수도 없다. 2026년 김호령은 만 34세였고, 다음 시즌에는 35세가 된다. KIA가 판단할 부분은 지금의 수비 범위가 계약 기간 동안 얼마나 유지될지, 타격이 다소 내려가더라도 중견수로서 어느 정도의 값을 할지다. 선수 입장에서는 첫 FA 기회에 자신의 가치를 여러 구단의 평가로 확인하고 싶을 수 있다. 이는 공개된 속내가 아니라 현재 상황에서 가능한 해석이다.
연봉 인상 뒤에도 협상은 별개의 경기
KIA는 2025년 8000만 원이던 김호령의 연봉을 2026년 2억5000만 원으로 올렸다. 인상률은 212.5%다. 늦게 주전 자리를 잡은 선수에게 의미 있는 변화지만, 한 시즌 연봉 인상과 몇 년을 보장하는 계약은 판단 기준이 다르다. 선수는 보장 금액과 FA 시장의 가능성을 견주고, 구단은 미래의 출전 시간과 전력 구성을 함께 계산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거절’이라는 두 글자보다 제안 조건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을 더 크게 본다. 같은 거절이라도 보장 기간과 금액에 따라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지금 확실한 것은 김호령이 2026년 KIA에서 141경기와 581타석을 소화하며 중견수의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사실이다. 수비의 안정감, 늘어난 장타, 떨어진 OPS가 한 장의 계약서에서 어떻게 평가될지 지켜보는 것도 이번 겨울 야구의 재미일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