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노 재계약 힘들어 보이는 이유 경기 숫자를 다시 보니

우즈베키스탄전이 끝난 뒤 2대 0이라는 점수보다 조현우의 선방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한국은 이겼지만, 한 골 앞선 상황에서 상대가 골문 앞까지 들어오는 장면이 여러 번 나왔다.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의 재계약을 생각할 때도 딱 그 장면이 걸린다. 성적표에는 승리가 찍혔는데, 경기 흐름까지 편안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2승 1무 1패가 말해주는 것과 숨기는 것
대한축구협회 기록상 모레노 감독이 지휘한 첫 네 경기는 에콰도르전 3대 0 승리, 우루과이전 1대 4 패배, 베네수엘라전 0대 0 무승부, 우즈베키스탄전 2대 0 승리다. 합계는 2승 1무 1패, 6득점 4실점. 네 경기 중 세 경기에서 실점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에콰도르를 상대로 데뷔전을 크게 이긴 것도 가볍게 볼 성과가 아니다.
그런데 네 경기 4실점이 모두 우루과이전 한 경기에 몰렸다. 상대가 달라지자 수비가 버티지 못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물론 친선경기 네 번만으로 감독의 전술을 단정할 수는 없다. 선수 조합을 시험하는 기간이기도 했다. 다만 재계약 심사는 바로 그 짧은 기간의 결과와 경기력을 토대로 이뤄진다. 강한 압박과 빠른 전환을 만났을 때 무엇이 무너졌고, 다음 경기에서 얼마나 고쳤는지가 승패 숫자만큼 중요해졌다.
무실점 승리에도 남은 중원과 수비의 숙제
우즈베키스탄전은 결과와 내용의 간격을 보여줬다. 손흥민의 전반 6분 프리킥으로 앞서 갔지만, 전반 14분에는 상대의 골키퍼 일대일 기회를 수비수가 걷어냈다. 전반 35분에도 페널티 지역 안에서 슈팅을 허용했고, 후반 초반에는 조현우의 연속 선방이 필요했다. 후반 15분 오세훈의 헤더로 점수를 벌린 뒤에야 경기가 한결 안정됐다. 무실점 자체는 반갑다. 그러나 골키퍼와 수비수의 마지막 수비에 기대야 했던 장면까지 지워 주지는 않는다.
모레노 감독은 4-4-2를 바탕으로 손흥민과 오현규, 오세훈 등 공격 조합을 시험했다. 중원과 수비, 골키퍼에도 여러 선수를 기용했다. 새 감독이 선수의 특성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보면 필요한 실험이다. 하지만 우루과이전 대량 실점과 베네수엘라전 무득점이 이어진 뒤에도, 어떤 조합이 공을 전진시키고 상대 역습을 막을지 답은 또렷하지 않았다. 손흥민의 개인 기량과 오세훈의 제공권이 만든 득점 외에 반복해서 꺼낼 수 있는 공격 장면이 더 보여야 한다.
남은 두 경기는 홈 4연전과 조건이 다르다
대한축구협회는 모레노 감독이 11월까지 여섯 경기를 치른 뒤 평가를 거쳐 재계약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첫 네 경기는 모두 국내에서 열렸다. 남은 상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이고, 두 경기는 11월 도하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홈 관중 앞에서 확인한 전술이 원정 환경에서도 작동하는지 볼 기회다. 내년 1월 아시안컵을 앞두고 중동 팀을 상대한다는 점에서도 평가의 무게가 크다.
여기서 필요한 건 무조건 두 번 다 이기는 성적표만은 아닐 것이다. 우루과이전처럼 공을 잃은 직후 공간을 내주는 장면을 줄이는지, 우즈베키스탄전처럼 앞서고 있을 때 중원을 통과당하는 시간을 줄이는지 봐야 한다. 베네수엘라전의 0대 0처럼 공격이 막히면 경기 중에 해법을 바꾸는지도 중요하다. 네 경기에서 드러난 문제를 남은 두 경기에서 고쳤다는 흔적이 있어야 감독의 실험에도 설득력이 생긴다.
재계약이 어려워 보인다는 말의 정확한 의미
현재 확인된 사실은 재계약 불발이 아니라 평가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협상 조건이 틀어졌다거나 협회가 이미 다른 감독을 정했다는 식의 이야기는 확인된 경기 기록만으로 말할 수 없다. 다만 여섯 경기로 판단받는 임시 감독에게 1대 4 패배와 무득점 무승부는 부담스러운 자료다. 승리한 우즈베키스탄전에도 조현우의 선방이 여러 차례 필요했으니, 2승이라는 숫자만 앞세우기도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전과 카타르전에서 점수만큼 공을 빼앗긴 뒤의 위치를 챙겨볼 생각이다. 실점하지 않았다는 기록보다, 상대가 좋은 슈팅을 시도하기 전에 공격을 끊어내는 장면이 늘어나는지가 궁금하다. 모레노 감독에게 남은 두 경기는 새 전술을 더 보여줄 기회이면서, 첫 네 경기의 불안이 일시적인 과정이었음을 증명할 기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