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병역 특례 논란을 경기 기록으로 다시 봤다

2018년 아시안게임 결승을 다시 보다가 연장전의 두 골보다 경기 뒤 선수들의 표정이 더 오래 남았다. 일본을 2대 1로 꺾은 순간은 금메달의 기쁨이었지만, 한국 선수들에게는 앞으로의 선수 생활과도 연결된 순간이었다. 그래서 축구 병역 특례 논란은 늘 묘하다. 한 경기의 승패를 이야기하다가 어느새 어떤 성적에 병역상의 혜택을 줄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넘어간다.
같은 금메달이어도 경기의 무게는 달랐다
2018년 결승은 정규시간 90분 동안 0대 0이었다. 한국은 연장전에서 이승우와 황희찬의 골로 앞섰고, 일본의 추격을 막아 2대 1로 이겼다. 승부가 연장까지 밀렸다는 사실만 봐도 금메달을 손쉽게 얻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손흥민을 비롯한 선수들에게 이 대회가 각별했던 이유도 경기장 안팎에 함께 있었다.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은 흐름이 정반대였다. 일본이 시작 2분 만에 먼저 넣었지만, 정우영이 동점을 만들고 조영욱이 후반 56분 역전골을 넣었다. 아시아축구연맹 기록에 따르면 한국은 그 승리로 남자 축구 아시안게임 3연패를 이뤘다. 두 결승 모두 스코어는 2대 1이었다. 그런데 하나는 연장전 끝에, 다른 하나는 이른 실점을 뒤집으며 완성됐다. 같은 숫자 뒤에도 선수들이 견뎌야 했던 경기는 다르다.
병역 면제라는 말이 놓치는 것
흔히 ‘금메달을 따면 군대에 안 간다’고 말하지만 제도의 이름과 내용은 조금 더 구체적이다. 병무청이 안내하는 현재 체육요원 편입 기준은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아경기대회 1위다. 해당 선수가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되면 정해진 분야에서 34개월 복무하고, 그 기간에 특기를 활용한 봉사활동 544시간도 이행해야 한다. 축구 선수에게는 선수 활동을 이어가며 복무할 수 있다는 점이 크지만, 병역 의무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준의 변화도 논란을 이해하는 단서다. 병무청의 제도 연혁에는 2002년 월드컵 16강 이상 성적이 편입 기준에 추가됐다가 2008년부터 제외된 과정이 나온다. 특별한 성적이 나올 때마다 기준을 넓히면, 다음 대회와 다른 종목에도 같은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팬으로서는 월드컵에서 몇 경기를 버텨낸 선수들의 가치를 잘 안다. 그래도 경기의 감동과 오래 적용할 제도의 기준은 각각 따져볼 필요가 있다.
기록이 선명할수록 형평성 질문도 선명하다
축구에서는 골과 도움으로 활약을 세기 쉽다. 하지만 토너먼트의 승리는 수비수의 위치 선정, 골키퍼의 선방, 교체 선수의 압박까지 쌓여 나온다. 그래서 메달을 개인 기여도에 따라 다시 나누기도 쉽지 않다. 병무청 연혁을 보면 단체 종목에서 ‘실제로 출전한 선수만’ 인정하던 조항도 2020년에 삭제됐다. 출전 시간 하나로 팀에 필요한 역할을 모두 재단하기 어렵다는 현실이 제도에 반영된 셈이다.
반대로 금메달이라는 선 하나가 선수들의 긴 경력을 충분히 설명하는지도 의문이다. 올림픽 동메달은 기준에 들지만 아시안게임 은메달은 들지 않는다. 세계적인 리그에서 여러 시즌 꾸준히 뛰거나 월드컵에서 인상적인 경기를 해도, 현재의 편입 기준은 그 성과만으로 충족되지 않는다. 대회의 위상과 입상 순위를 명확한 잣대로 삼으면 판단은 쉬워진다. 그 선 바로 밖에 선 선수에게는 차이가 크게 느껴질 수 있다.
다음 대표팀을 볼 때 함께 볼 숫자
병역 이야기가 커질수록 대회 성적을 선수 개인의 ‘해결 과제’처럼 보는 시선도 강해진다. 하지만 대표팀의 경기력은 한 선수가 짊어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2018년의 연장전 두 골도, 2023년의 역전골도 그 전에 실점을 막고 공격을 이어간 팀 전체의 시간이 만든 장면이었다. 병역상의 혜택은 결과에 따라 주어지지만, 결과가 나온 과정을 지워서는 기록도 얇아진다.
나는 현재처럼 기준을 분명히 공개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 동시에 기준이 낳는 차이를 이야기하는 일도 금메달의 가치를 깎지 않는다. 다음 아시안게임에서 다시 한 골에 환호하겠지만, 경기가 끝난 뒤에는 스코어와 함께 그 한 줄의 기준이 선수들에게 무엇을 바꾸는지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