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범수 FA 보상선수 명단을 보니 선택은 양수호였다

올 시즌 기록표를 넘기다가 양수호의 이름에서 잠깐 멈췄다. 한화가 김범수를 떠나보내며 받은 보상선수다. 당시에는 ‘누가 빠져나올까’에 관심이 쏠렸는데, 한 시즌이 지난 지금은 질문이 조금 달라졌다. 한화가 왜 즉시 뛸 선수가 아닌 어린 투수를 골랐는지, 실제 기록에서는 그 선택이 어디까지 보이는지가 궁금하다.
명단에서 확인된 이름은 양수호 한 명
김범수는 2026년 1월 KIA와 3년 총액 최대 20억 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한화는 같은 달 29일 보상선수로 우완 투수 양수호를 지명했다. ‘한화, 김범수 FA 보상선수 명단’을 찾을 때 먼저 구분할 부분이 있다. KIA가 정한 25인 보호선수 명단 전체와 한화의 최종 선택은 같은 정보가 아니다. 공개적으로 확인되는 최종 지명 선수는 양수호다. 보호선수 25명의 실명을 확정된 명단처럼 적거나, 다른 선수가 실제로 선택 가능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김범수는 B등급 FA였다. 이 등급에서 원소속 구단은 보호선수 25명 밖의 선수 1명과 직전 시즌 연봉 100%, 또는 선수 없이 연봉 200%를 받는 방식 중 선택한다. 김범수의 당시 연봉이 1억 4300만 원이었으니 한화가 택한 쪽은 양수호와 1억 4300만 원이다. 현금만 받았다면 2억 8600만 원이었다. 돈 차이 1억 4300만 원을 감수하고 선수 한 명의 성장 가능성을 산 셈이다.
73경기를 던진 좌완의 빈자리
김범수의 이탈을 가볍게 볼 수 없었던 이유는 2025년 기록에 있다. 한화에서 73경기에 등판해 2승 1패, 2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2.25를 남겼다. 불펜 투수에게 73경기라는 숫자는 단순한 출장 횟수 이상이다. 선발투수가 일찍 내려간 날에도, 접전에서 한 타자만 상대해야 하는 날에도 쓸 수 있던 카드였다는 뜻이다. 더구나 좌완이었다. 같은 자리를 양수호가 곧바로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그렇다고 보상선수 선택을 ‘김범수의 대체자 찾기’로만 읽으면 한화의 의도가 흐려진다. 당시 양수호는 2006년생으로, KIA가 2025년 신인 드래프트 4라운드 전체 35순위에 뽑은 투수였다. 프로 첫해 1군 기록은 없었다. 퓨처스리그에서도 8경기, 7⅔이닝, 평균자책점 4.70이 전부였다. 한화가 본 것은 완성된 성적보다 최고 시속 153㎞에 이르는 직구와 앞으로 다듬을 여지였을 것이다. 손혁 단장도 지명 당시 드래프트 때부터 관심을 두고 지켜본 투수라고 설명했다.
2026년 숫자는 기대와 숙제를 함께 보여준다
KBO 기록에 따르면 양수호는 2026년 한화 퓨처스리그에서 13경기, 13⅓이닝을 던져 1승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했다. 2025년 KIA 퓨처스 시절의 4.70보다 평균자책점은 낮아졌다. 삼진도 19개를 잡았다. 13⅓이닝에 19삼진이면 9이닝당 약 12.8개다. 타자의 방망이를 헛돌게 할 힘이 있다는 기대에는 숫자로 답한 셈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 볼넷도 14개였다. 9이닝당 약 9.5개로, 삼진 숫자만큼이나 눈에 들어온다. 퓨처스에서 상대 타자를 압도하는 공이 있어도 볼넷이 쌓이면 1군의 접전 상황을 맡기기는 어렵다. 2026년 양수호에게 1군 등판 기록이 없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평균자책점이 내려갔다고 김범수의 빈자리를 메웠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 13경기라는 표본도 아직 작다.
이 대목이 기록을 보는 재미다. ‘153㎞ 유망주’라는 소개는 선명하지만, 실제 성장 경로는 삼진과 볼넷이 동시에 말해 준다. 구위는 눈에 띄고, 제구는 더 확인해야 한다. 다음 시즌에 관심을 둘 숫자는 최고 구속 하나보다 볼넷이 줄어드는지, 그 구속을 유지하면서 더 많은 이닝을 맡는지다.
김범수의 이적 후 성적까지 놓고 보면
김범수는 2026년 KIA에서 60경기, 40이닝을 던져 1승 3패, 1세이브, 13홀드, 평균자책점 5.63을 기록했다. 2025년 한화 시절의 2.25와 차이가 크다. 볼넷 30개, 삼진 35개, 이닝당 출루 허용을 나타내는 WHIP 2.03도 쉽지 않았던 시즌을 보여준다. 다만 이 성적을 곧장 ‘한화가 이득을 봤다’는 판정으로 연결할 수는 없다. 김범수는 1군에서 60경기를 던졌고, 양수호는 아직 퓨처스에서 성장 중이다. 맡은 무대와 역할이 다르다.
내 눈에는 이 보상선수 선택이 당장의 불펜 한 자리를 맞바꾸는 거래보다, 몇 년 뒤 마운드에 쓸 수 있는 공 하나를 더 확보하려는 판단으로 보인다. 양수호의 2026년 19삼진은 그 기대를 남겼고, 14볼넷은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선택의 다음 장면은 지명 발표가 아니라, 강한 직구가 스트라이크존 안에 얼마나 자주 들어오는지에서 시작될 것 같다.
